설계에는 여러 시선이 존재한다.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는 사업의 설계,
남들보다 더 명확한 답을 내려야 하는 공모의 설계,
역사와 이론, 철학을 바탕으로 현상을 해석하는 학문의 설계,
그리고 존재하지 않던 것을 만들어내는 창작으로서의 설계.
설계는 매 순간, 누가 누구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물처럼 형태를 바꾸는 행위다.
그렇다면 한 ‘건축가의 설계’를 배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굳이 비유하자면, 바둑에 가깝다.
하나는 대화다.
그의 작품을 마주하며 의도를 읽어내고, 질문을 던지는 것.
마주 앉아한 수씩 주고받는 대국과도 같다.
하나는 독서다.
그의 기록과 과정을 따라가는 일.
어떤 선택을 했고, 무엇을 버렸는지를 되짚는 복기와 같다.
하나는 배움이다.
그의 아래에서 일을 수행하며 판단을 관측하는 것.
직접 수를 배우는 지도바둑과도 같다.
결국 우리가 배우는 것은 형태가 아니라
그가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는가에 대한 감각이다.
하지만 건축가들은 자신의 근간과 원천을 쉽게 설명하지 않는다. 수많은 과정 속에서 다듬어진 판단이기 때문이다.
설계의 본질은 결과보다 그 축적된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은 건축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관측의 기회’다. 거인의 어깨너머에서, 그들의 선택을 지켜보는 일.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가와 1:1로 그 기회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많은 이들이 해외 대학원을 선택하는 이유도, 그들의 사고를 스튜디오 안에서 밀도 있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회사에서는 그 기회가 제한적이다. 효율을 위해 위계는 명확하고, 과정보다는 결과가 우선된다. 판단은 공유되기보다 빠르게 소비된다.
그렇다면 회사에서 이를 배울 방법이 없는가. 하나의 길이 있다. 바로 공모전이다. 공모전은 사업을 따내기 위한 경쟁만이 아니다. 설계의 결과뿐 아니라 그 과정과 논리를 단기간에 드러내야 하는 드문 장이다.
누군가의 설계를 읽는 것이 아니라, 같은 조건 위에서 사고하고, 같은 문제를 건축가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자리.
그리고 그 위에서, 우리는 타인의 설계를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