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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 느끼고 싶은 것은 많았으나 느껴보니 후회만 되는 것.
나에게 감정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런 내가 아주 찰나로 느꼈던, 그러나 설명하기 매우 힘든 감정이 있다. 진심으로 보석함에 넣어두고 고이고이 귀하게 여기고 싶던 감정. 흔히 말하는 행복, 사랑, 기쁨 같이 한 단어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느껴도 되는 감정인지, 내가 그래도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기억은 선명하다.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다. 항상 내가 잊고 싶던 것들만 있던 감정의 세상에서 처음으로 건져 올린 보석이었다.
대학교 학기 중에 전공 수업을 들었을 순간이다. 그 시기, 그때는 한참 상태가 좋았을 때다. 여기서 좋다는 것은, 건강하게 나의 사람 울타리가 있었을 때를 말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온몸으로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담사와의 라포도 잘 형성되어 있었을 때. 그러나 그 순간도 나는 묵힌 감정을 피해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수업을 듣는 척만 하다가, 갑자기 나는 하늘도 날라오를 수 있을 만큼 아주 가벼운 감정을 느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고, 이런 감정이 행복, 쾌락 그 자체인가 싶을 정도로 가슴에서 기쁨이 피어오른 딱 1초.
"와...!"라는 감탄 중 "ㅇ"도 시작하기 전에 끝나버린 감탄. 감정 그래프로 치면, 좋음의 100에 해당했던 아주 이상한 느낌. 롤러코스터 꼭대기에 있는데 너무 즐거운 느낌. 병적으로 이상할 만큼 조증 중에 가장 심각한 상태.
이상했다. 그렇게 만성적 우울함을 가졌던 내가 우울감이라고는 0.1%도 없던,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순간을 꿈꿨지만,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그런 순간.
나는 그 순간을 기억한다. 분명 이상한 감각이었다. 어쩌면 아파서 느낀 감각일 수도 있지만, 그 이상한 쾌락의 순간은 나를 매료시켰다.
그것이 가장 오래도록 경험하고 싶은 감정이 되었다.
* 이 글은 '나와 우리에게 묻는 감성 질문카드 ㅣ PICK&TALK 2 프로젝트' 100개의 질문 중에서 하나의 카드를 뽑아 그 질문에 대답한 글입니다. 상단 제목에 사용된 카드 문구와 이에 해당하는 저작권은 감성 질문카드를 제작한 메이커분들과 작가님에게 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