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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김과장 Nov 23. 2024

27. 쉬어가도 괜찮아.

작년 8월부터 나의 회사 생활은 14년의 회사 생활 가장 힘든 해였다. 

작년 10월, 다시 정신의학과에 다니기 시작했고 우울과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글을 썼고, 브런치를 시작했었다. 

그리고 올해 7월 16일, 글을 쓴 이후로 4개월을 브런치를 쉬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회사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 사이 난 이직 준비를 했고, 첫 번째 이직 도전은 실패했다. 이직에 실패했지만, 이미 회사에 마음이 떠난 상태로 다니는 게 더 힘들었다. 팀장은 변하지 않았고, 난 극복하지 못했다.


올해 9월, 회사를 가면 공황이 오는 것처럼 숨 쉬기가 힘들었고, 그 사람과 마주치거나 대면하는 게 힘들었다. 별의별 사람을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팀장은 인신공격성 말을 쏟아냈고 분노조절장애가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기복이 심했다. 조금이라도 제 말에 반대되는 의견을 말하면 그 사람을 공격했다. 더는 버틸 수 없다고 느꼈고, 다니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단서를 받았다. 그리고 회사에 2달간의 병가를 제출했다.

진단서

회사는 이런 이유로 병가를 제출한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다행히 면담 후 병가를 처리해 줬고 난 2달간의 쉼을 얻을 수 있었다.


회사를 가지 않는 2달간의 계획을 세웠다. 회사원이 이런 긴 휴가를 얻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에 허투루 보낼 순 없었다. 가족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매일 출근하는 것처럼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오전 7시 30분 헬스장에 가서 1시간 동안 운동을 했다. 그리고 노트북을 할 수 있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책을 읽고, 소설을 쓰고, 전자책도 썼다. 그리고 퇴근 시간에 맞춰 집으로 갔다. 오롯이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회사를 가지 않으니 약의 용량을 줄였고,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달 후, 내가 가고 싶었던 회사의 채용 공고를 발견했다. 나이 마흔, 14년의 경력, 워킹맘. 사실 이직이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복귀하면 어떻게 버틸지 마음을 다잡고 있는 그때, 찾아온 기회였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잡아야 했다. 난 다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경력기술서를 쓰고 2차에 걸친 면접을 보고 합격 통보를 받았다. 


지난주, 처우 협상까지 완료하여 한 달 뒤 새로운 회사로 출근하게 되었다. 지금의 회사, 그리고 팀장에 대한 회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고 싶었던 회사였고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2달을 쉬면서 많은 걸 느꼈다.


잠시 쉬어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힘들 땐 쉬어가도 된다.

나를 너무 괴롭히지 말아야 한다.

세상 어떤 것보다 '내'가 중요하다.


이제 다시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출발선에 섰다. 


마흔, 다시 시작하기 좋은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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