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친구가 되기 힘들 것 같았던 녀석에게 이 책을 보냈었다. 6년을 봤지만 여전히 서로를 어려워하고 가까워지기 어려웠던 우리. 물론 나에게 좋은 책이었기 때문도 있겠지만 그 친구에게 굳이 이 책을 보낸 숨은 의도는 그 외에도 더 있었다.
우선 이 책이 나라는 사람을 말해줄 거라고 믿었다. '오래도록 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보낸 것이었고, 이 책에서 말하는 수많은 진리들에 내가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정말 친구일 수 있겠냐는 질문을 하고 싶었다.
<모모>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를 언급한다. 정확하게 하자면, 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를 말해준다. 그것은 시간, 관계, 마음이다.
시간은 삶 그 자체이다. 그렇지만 어떤 시간은 내가 존재하지 못한 채 흘러가고, 어떤 시간은 나의 존재가 와락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나의 삶인데 내가 존재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간은 마음에서 흐르기 때문이다. '마음의 궁전에서 피어 올리는 꽃'처럼 마음으로 느낀 시간들만이 우리에게 남는다. (흔히 시간이 일직선상으로 '흐른다'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란 추상적인 개념을 모두가 편리하게 이해하기 위해 합의한 관념일 뿐 시간이 어떤 모습으로 '흐르는지'아니면 '타오르는지' 혹은 '피어나는지' 우리는 고민해봐야 한다) 그리고 마음으로 느끼지 못한 시간들은 회색 신사가 훔쳐버리듯 우리의 마음을 각박하게 잿빛으로 만들어버린다. 내가 살지 못한 나의 시간들에는 보통 내가 아닌 다른 것이 산다. 배신의 상처가 살 수도 있고, 특정한 가치관이 나를 대신할 수도, 혹은 손가락질하는 세상의 판단기준이 나보다 더 크게 자리할 수도 있다. 그때는 적어도 내가 산 게 아닌 것이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한 시간은 한 없이 계속되는 영겁과 같을 수도 있고, 한 순간의 찰나와 같을 수도 있다.
그것은 이 한 시간 동안 우리가 무슨 일을 겪는가에 달려있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니까.(77p)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이, 너희들은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단다.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리지.(217p)
'나 자신'은 곧 시간의 축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내가 살아내는 나의 시간이 곧 나이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만난 사람들과, 품었던 생각들, 떠오른 영감들, 좋아한 책과 음악과 영화, 새로 시도한 옷들 등등이 결국 나를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이 중요한 이유는 그 시간의 축적을 통해 나는 이전과 다른 내가 되기 때문에. 그래서 관계는 나를 달라지게 하는 영향력 있는 장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