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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ji Jang Feb 19. 2024

콘서트 티켓의 공정한 유통을 향하여

(feat. 가수 장범준씨의 마음을 달래보는 글)

벌써 입춘이 지났으니 공식적으로는 2024년의 봄을 맞이한 셈이다. 매년 봄 벚꽃이 필 무렵이 되면 국내 음원 차트에는 가수 장범준이 2012년 발매한 ‘벚꽃 엔딩’이 높은 순위권에 재진입한다. 매년 봄마다 ‘벚꽃 엔딩’이 그에게 막대한 저작권료 수익을 안겨주는 것과 관련해 ‘벚꽃 연금’이라는 표현까지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벚꽃 연금’으로 유명한 가수 장범준이 최근 암표 되팔기 문제로 인해 2월에 예정된 모든 공연의 티켓 예매를 일괄 취소하는 결정을 하면서 그간 가수들과 팬들 사이에서도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온 ‘콘서트 티켓팅’에 관한 이슈가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결국 장범준은 티켓 예매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첨을 통해 티켓을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다(최근 그의 다른 콘서트와 관련해서는 티켓을 NFT로 발행하여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티켓 구입 및 티켓 양도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적인 해결책을 찾았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다른 가수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티켓을 거액에 되파는 문제의 해결책으로 1인당 구매가능한 티켓을 1매로 한정하여 티켓을 오프라인에서만 판매하기도 하고, 공식 판매처가 아닌 곳에서 티켓을 거래하려는 인터넷 게시물 발견 시 가수의 소속사에 신고하도록 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BTS)의 경우, 티켓 구입 시 팬클럽 계정을 인증하게 하여 티켓 구입 플랫폼 및 팬클럽의 계정이 동일인의 정보로 가입되었음이 확인된 경우에 한해 1매의 티켓을 구입할 수 있게 하는 등 구매절차를 복잡화하는 방식으로 암표 거래 목적의 티켓구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다만, 추첨제 또는 티켓을 1인 1매만 구입할 수 있게 제한하는 등의 방식에서는 지인들과 좌석에 나란히 함께 앉아 공연을 즐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특정 가수의 열렬한 팬이라거나, 혼자서 콘서트에 가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성격의 소유자라면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팬들의 유형은 다양하다. 연인이나 가족, 친구들과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함께 즐기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혼자 콘서트에 가는 것이 쉽지 않은 내성적인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가수들 역시 자신의 콘서트에서 팬들이 모르는 사람들 속에 앉아 개별적으로만 공연을 즐기러 오는 상황을 바라며 위와 같은 조치들을 취한 것은 아닐 것이다. 팬들이 굳이 계정 인증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게 되거나, 몇 시간씩 추위에 떨면서 기다려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해야만 하는 상황을 바라는 것 또한 아닐 것이다.


다만, 가수들로서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많은 좌석들을 선점하고, 몇 배나 되는 가격에 이를 되팔아 수익을 거두려는 사람들로 인해 그들의 팬들이 불가피하게 본래 티켓 가격보다 훨씬 높은 대가를 지불하게 되는 부당한 상황을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티켓을 되팔아 수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아닌, 실제로 공연을 보러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티켓을 공정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티켓팅 및 이를 되파는 이들로 인하여 골머리를 앓고 있던 가수들, 그리고 속상해하던 팬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만한 소식을 전한다. 공연법 개정으로 인하여 올해 3월 22일부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티켓을 구입한 뒤 이를 판매하는 행위가 금지되며, 이를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사처벌에 처해질 수 있다(공연법 제4조의 2 제2항, 제41조 제1호).


다만, 이 경우 당사자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티켓을 구매하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티켓 구입자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했는지 여부 자체를 일일이 확인하기도 쉽지 않고, 티켓이 1인에 의해 대량 구매된 경우가 아니라면 그 의심 정황을 포착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티켓의 ‘부정판매’를 규제하는 것이므로, 개인이 본인의 공연 관람 목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티켓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는 여전히 금지되지 않는다.


더욱이 위 공연법의 개정 내용은 경범죄 처벌법 개정을 통하여 ‘높은 가격에 티켓을 되파는 행위’에 대한 규제가 함께 이루어져야 비로소 실질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쉽게 말해 반쪽짜리 해결책인 셈이다. 그렇다면 ‘높은 가격에 티켓을 되파는 행위’는 현재 어떻게 규제가 되고 있을까?


경범죄 처벌법은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하여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ㆍ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을 암표매매를 한 자로 보아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조 제2항 제4호).


해당 규정은 1973년 경범죄 처벌법에 처음 도입되어(당시에는 “흥행장ㆍ경기장ㆍ역 또는 정류장 기타 일정한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시키는 장소에서 입장료 또는 승차료를 초과한 가격으로 입장권 또는 승차권을 전매한 자”로 규정함) 1984년 내용이 일부 수정된 이후 지난 40여 년간 그 내용에 관하여 별다른 개정을 거치지 않았다. 이에 ‘흥행장(興行場)’과 같은 구어(舊語)가 사용되었으며 오늘날 찾아보기 어려운 ‘나루터’와 같은 예시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늘날 일반적인 콘서트 티켓의 판매가격을 고려할 때, 20만원 이하의 벌금형은 처벌 수위가 다소 낮은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오늘날에 있어 해당 규정의 가장 큰 취약점은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으로 금지가 되는 암표매매의 장소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오프라인 암표 매매는 제한되나, 온라인 암표 매매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50여 년 전에 도입된 규정이므로, 법안을 만들 당시 오늘날과 같이 온라인으로 암표 매매가 이루어질 것임을 예상할 수 없었음은 당연하다).


오늘날 대부분의 암표 거래가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규정으로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공연법 개정 시행일(2024. 3. 22.) 이후에도 매크로 프로그램이 아닌 방식으로 티켓을 구매했다면, 이를 몇 배의 가격으로 온라인에서 되팔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 있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개정 공연법 조항을 통해, 적어도 오는 3월부터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티켓을 일괄 구매 후 이를 온라인에서 되팔아 수익을 벌어들이는 방식으로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암표상들에 대해서만큼은 법적 제재가 가능해진 상황이다. 가수들이 직접 기술적인 대책을 찾아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티켓 구매 방법의 다양화, 복잡화로 인해 팬들의 불편 역시 커질 수 있는 점 및 범죄 역시 기술적으로 진화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은 경범죄 처벌법 개정을 통한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범죄 처벌법 역시 “상습 또는 영업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입장권 등을 웃돈을 받고 되팔거나 이를 중개하는 행위”를 암표 매매로 보아 처벌하는 내용으로 개정안(의안번호 2121660)이 발의된 상태다. 이 또한 통과가 된다면, 비로소 가수 장범준씨의 마음에도 봄이 찾아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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