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 대한 인정의 부재에서 오는 불행’에 대하여
내가 마지막으로 ‘나쁜 생각’을 했던 건 10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그 무렵 나는 하고 있던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었고, 기약 없는 일의 공백이 언제나처럼 다시 찾아왔다.
나는 내 병명을
‘일의 부재에서 오는 불안’으로 정의 내렸다.
그것은 일을 시작하고 7년이 지나
‘내가 나 자신에게 한 첫 인정’이었다.
시간이 해결해주리라 생각했지만 쉽사리 마음의 갈피는 잡히지 않았고, 그날 밤 이후 일순간 거짓말처럼 모든 의욕이 사라졌다.
그토록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나는 사는 게 너무 힘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 잘 살고 있는데, 오직 나만 뒤쳐진 것 같았다.
그렇게 점점 ‘나만’ 무능력한 사람이 되어갔다.
그때 내가 읽은 소설 대부분은 실제의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들이었고,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나는 무수히 많은 나를 만났다.
나는 내 병명을
‘스스로에 대한 인정의 부재에서 오는 불행’으로
다시 정의 내렸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성적순이 맞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는 건 세상에서 내가 가장 힘든 것 같다.
크든 작든 오늘은 오늘만큼의
행복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