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바르셀로나를 걷다_(2)

남들이 가는 곳과 잘 가지 않는 곳 사이에서 방황하는 마음

by 현진

사건 발생 4일 전

우연인 듯 우연 아닌 듯 함께...

처음 한 명이 한 달간의 유럽 여행을 떠났고, 다음 한 명이 3주간의 일정으로 합류를 했고, 그다음 한 명이 1주일의 시간을 맞춰 바르셀로나에서 두 명과 뭉치기로 결정. 저는...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던 곳, 스페인 바르셀로나. 그런데 일이 되려고 했는지, 안 되려고 했는지... 아직도 그건 잘 모르겠지만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갑자기 중단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고 부랴부랴 저도 그 여행에 합류하게 되었죠. 이렇게 우리 네 명이 함께 하는 첫 여행이 14년 만에 이루어졌습니다. (따로 두 명씩, 세 명씩 간 여행은 있었지만...)

이 여행도 떠나기 고작 3일 전에 비행기 티켓을 끊고, 바르셀로나행 비행기에 혼자 몸을 실었습니다. 저보다 먼저 가기로 결정한 언니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싶었는데 만석이더라고요. 결국 다른 비행기 티켓을 선택했는데, 가장 나중에 떠나기로 한 제가 그녀보다 먼저 가는 상당히 아이러니한 상황이... (후에 이 선택은 또 하나 웃을 수만은 없는, 그렇다고 울 수도 없는 일을 우리에게 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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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는 길 나쁘지 않아!

최근에는 바르셀로나까지 직항이 생겼지만 당시에는 직항이 없었어요. 여러 루트가 있었는데 혼자 가는 길이기도 하고, 그래도 한 번은 가본 파리, 샤를 드골 공항이 나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비행기는 에어프랑스의 파리 경유 바르셀로나행! 무엇보다 이 선택에 가장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대한항공'과 코드셰어였기 때문이죠. (마일리지 적립, 한국어 안내, 기내식 등등 아주 매력적인 유혹~) 타 본 결과 아주 대만족!


기내에 스낵바가 있어서 굳이 승무원에게 부탁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먹을 수 있고, 그 종류도 아주 다양합니다. 간단한 스낵부터 샌드위치, 아이스크림까지...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았던 건 와인을 주문하면 아담한 사이즈의 병으로 나오는데 양(?)도 아주 마음에 들고, 참 귀엽(?)더라고요. 그래서 기념으로 갖고 싶었는데 그럴 리가... 11시간 비행에서 다 마셨습니다. 저는 이렇게 비행기를 무서워하던 아이(?)에서 점점 비행을 즐길 줄 아이로 변해가나 봅니다.


파리에서 경유 대기 시간은 2시간밖에 안되기 때문에 곧장 환승 게이트로 이동, 친구들이 있는 바르셀로나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이제 한 시간 후면 그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끼얏호!


남들이 가는 곳과 잘 가지 않는 곳 사이에서 방황하는 마음

저는 바르셀로나의 모든 일정을 친구들에게 맡겼습니다. 친구들의 여행 경험치에 비해 저의 경험은 미천했고, 그들의 선택은 한 번도 저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기에 믿고 따르는 게 사실 제 입장에서는 더 편했던 것도 있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가고 싶은 곳들이 많았습니다. 어느 여행지든지요. 사람들이 가는 곳은 당연히 다 가고 싶었고, 소위 '랜드마크'로 불리는 곳은 꼭 가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말하고 싶었던 거죠.

나도 거기 가봤어!!!


라며 자랑하고 싶은 마음. 다른 어떤 것보다 그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혼자 가는 여행이라면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면 되지만 친구들과 가는 여행은 취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것도 당연히 다 다른 법! 이것을 어떻게 잘 조율하느냐가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가고 싶은 곳 중에서 서로 교집합이 되는 곳을 여행 일정에 우선 배치하고 나머지는 교통과 편의, 거리 등을 생각해서 여행 일정을 정했죠. 하지만 이것도 말이 쉽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었습니다. 친구끼리 함께 가니까 다들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했던 거죠.



그렇게 몇 번 친구들과 마음 맞춰 다니다 보니까 저에게는 분명 가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 없어졌습니다. '응?! 이게 무슨 말이야' 싶겠지만 그게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운이 좋겠도 지금까지 모든 여행이 다 좋았습니다. 남들은 별로인 곳도 있고, 다신 안 갈 거라고 다짐하게 만드는 곳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상하리만치 좋은 기억뿐이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습니다.


그저 처음이라서 모든 것이 다 좋았던 게 아닐까. 처음이 주는 설렘 버프가 있잖아요. 유명하고 하지 않고는 제 여행 만족도를 크게 좌우할 만큼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제 선택의 기준이 되었던 '남들처럼' 거기를 가겠다에서 '남들처럼'을 버리고 '처음이니까'를 넣었습니다. 원초적 집순이였던 저에게 사실상 모든 여행지가 처음이나 다름없었으므로 선택의 폭은 훨씬 넓어졌고, 어디를 꼭 가야 한다는 조급함이나 의무감도 사라졌습니다.


오늘 발데누리아에 가자!


나름 바르셀로나에 온다고 가이드 책을 보고 왔는데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곳이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책에는 아주 작은 분량으로 설명이 되어 있는 추천 여행지였습니다. 그런데 뭐 친구가 가자고 하면 그 이유가 있겠죠? 이야기를 들어보니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자가 추천을 해줬다고 합니다. 그녀가 찍어온 사진에 반했다고 하네요. 여러분 여행 사진이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 하하하!!! 그 사진 한 장으로 우리의 첫 일정은 발데누리아가 되었습니다. 친구들이 이미 가는 방법까지 알아뒀기 때문에 저는 그냥 친구들을 따라가기만 하면 됐습니다. 다수의 여행 경험으로 우리에게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역할도 생겨났습니다. 여행 루트를 결정하는 사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장소를 찾는 사람, 재정을 담당하는 사람, 결정에 동의하며 끊임없이 리액션을 하는 사람(?) 짐작하셨겠지만 마지막 사람이 접니다. 하하하.


항상 그들에게 감사함을 느낍니다. 지난 모든 여행에서 저는 제 노력에 비해 친구들로부터 받은 것이 절대적으로 많았습니다. 그들로 인해 제 여행은 모든 순간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그렇다고 아쉽고, 서운하고, 속상한 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모든 여행이 별 탈 없이 잘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은 저보다는 그녀들의 희생이 훨씬 더 컸음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곳에 꼭 가고 싶나요?


저는 친구들이 함께 가는 곳이라서 가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그곳이 좋을 거라는 걸 저는 이미 잘 알거든요. 분명 다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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