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감성러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음악 영화인 '나의 첫번째 슈퍼스타'를 볼까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인 '온워드'를 볼까 엄청 고민하다가 작년에 친구네 집에서 '코코'를 보고 엄청 감동했던 기억이 나서 비슷한 감성의 '온워드'를 선택했다.
'온워드'는 한 때는 마법과 놀라움이 가득했지만 마법이 사라져버린 세상의 이야기이다.
물론 용, 유니콘, 인어, 엘프 등등이 등장하지만 이들의 삶은 우리와 별반 다를게 없다. 학교를 다니고 신문을 읽고 운전을 하는, 평범해보이고 싶고, 위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모습들. 외모만 다르지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있다. 실제로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디즈니-픽사에서 영화를 만들 때에는 제작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반영된다고 한다. 아빠가 한 살 때 돌아가셔서 엄마, 형이랑 함께 자랐다는 주인공의 가족 이야기도 어느 제작자의 이야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영화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이 영화에 애정을 갖지 않을 수가 없을 듯.)
마법이 사라진 세상에서, 주인공인 이안 라이트풋(톰 홀랜드)은 평범함을 추구하며 살고 있다. 이안은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아빠를 늘 그리워하는데, 그에게는 그와는 너무도 다른 퀘스트 덕후 형 ‘발리 라이트풋(크리스 플랫)’, 그리고 멋지고 걸크러시 낭낭한 엄마(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가 있다.
이안이 16살이 되던 날, 엄마는 두 아들이 모두 16살이 넘어가면 보여주라고 했던 아빠의 선물을 꺼내놓는다.
늘 그리워하던 아빠가 남긴 선물은 바로, 마법 지팡이! 마법사의 피가 있는 이안은 마법 지팡이에 피닉스 젬(보석)을 끼워 아빠를 부활시키지만, 뭔가 이상하다 ㅋㅋ 아빠의 절반(다리까지만)만 부활시키게 되는데 아빠를 온전히 만나기 위해선 피닉스 젬이 하나 더 필요하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단 하루뿐!
평소 마법과 퀘스트, 과거에 빠져 지내던 형의 도움으로 이안은 퀘스트를 떠나게 되는데, 두 형제와 다리뿐인 아빠가 퀘스트를 통과하는 과정이 정말 뭉클하고 감동적이다.
나는 주류의 이야기보다 써브캐릭터들, 디테일한 부분들을 더 좋아하는데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잘 구현된 것 같아서 애정이 더 샘솟았다.
특히 팅커벨같은 폭주족들이라거나, 한때는 드래곤을 때려잡다가 이제는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민원에 절절매는 만티코어같은 캐릭터 설정이 너무 귀여웠다. 게다가 두 아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 로렐은 정말 반할 만큼 멋진 캐릭터였다.
형이 먹던 스낵에 마법을 걸어 배를 만들고, 배를 타고 가면서 계속 과자를 뜯어 먹는 장면과 바위 틈에서 아빠와 형이 포옹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이안의 모습은 너무 사랑스러웠다.
'주문을 외울 땐 가슴 속 불꽃이 필요해.'
'너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담아야해!'
이런 오글거릴 수 있는 대사도 뭔가 뉴트로스럽게 감동적으로 와닿았다.
영화를 보면서 예전에 해리포터에 한창 빠졌을 때 학교에 가서 맨날 친구들이랑 역할을 맡아서 주문을 외웠던 기억이 났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지금 나에게도 저런 퀘스트가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평범한 삶을 살기위해 노력했지만, 내 안에는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 마법같은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던 게 아닐까.
영화를 보면서
평범한 길보다는 샛길로 떠나는 즐거움을,
안 될 거라고 생각해서 시도조차 안 했던 것들에 대한 용기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뻔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일상에 지친, 평범함에 지겨운 사람들에겐 또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담으로 이 작품을 보고, 보이스 캐스팅이 너무 잘 된 것 같아서 배우들을 찾아보았더니
톰 홀랜드와 크리스 프랫이었다.
실제로 이 둘은 절친이고, 녹음 과정을 담은 영상을 찾아보니 같은 공간에서 서로 정말 대화하듯이 녹음을 해서 신기했다. 어쩐지 대화의 케미가 장난이 아니다 싶었다.
그리고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누군가의 이야기가, 모두에게 공감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나에겐 완전 좋았던 영화다. 코코만큼의 강동적인 OST가 나오지 않아서 아쉽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마음껏 웃으며 즐길 수 있는 가족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내 마음 속에도 늘 마법이 남아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