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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Aug 27. 2020

삶의 열정을 뜨겁게 달궈줄 영화, <줄리 앤 줄리아>

제 인생의 요리 영화입니다.

 최근 밖에 나가지 못해 계속 집에만 머무르면서 하루에 영화를 한 편씩 보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나에게 큰 영감을 준 영화가 있어서 공유하고자 한다. 코로나로 인해 지친 일상을 살고 있는, 혹은 나처럼 생활에 활력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영화 '줄리 앤 줄리아(2009)'를 소개하고 싶다.

 제목 그대로 이 작품에는 시공을 달리하는 줄리와 줄리아가 등장하는데, 줄리(에이미 아담스)는 2000년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말단 공무원이다.


 그녀는 잘 나가는 친구들과의 모임에만 나갔다 오면 자존감이 뚝뚝 떨어지고, 이사한 곳은 이전보다 좋을 게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삶의 활력 하나 없는 짜증 가득한 상황이다.


 그러다 우연히 줄리아(메릴 스트립)가 수십년 전에 쓴 요리책(하인 없이 요리하는 미국인들을 위한 프랑스 요리 책)을 접하게 되고 남편과 절친의 응원으로 요리 블로그를 운영하게 된다. 줄리아의 요리책에 쓰인 레시피를 1년 안에 다 해보고 블로그에 쓰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갖게 되면서, 그녀는 잃어버린 활기를 점차 되찾아 나간다.


 사실 중간에 일이나 하고 살림이나 제대로 하라는 엄마의 잔소리도 있었고, 댓글도 달리지 않는 블로그를 보면서 중간 중간 포기할까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녀는 기어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만다.

 사실 중간 중간에 줄리가 너무 요리에 빠진 나머지 늘 자신을 지지해주는 남편에게 소홀해지는 장면과 너무 짜증을 많이 내는 모습에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나역시도 저런 상황에서 의연하게 잘 이겨내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이해도 되었다. 줄리도 이런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하고 후반부로 가면서는 많이 달라진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누구나 다 비슷한 감정이었겠지만, 사실 줄리보다는 줄리아라는 사람에게 큰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영화의 설정 자체도 줄리가 동경하는 줄리아의 요리책을 따라하게 되는 이야기이다보니, 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줄리아는 영화를 보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상형이 아닐까 한다. 그녀를 안다면 그 누구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거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그녀는 완전 걸크러시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유머를 구사할 줄 알고,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미국인인 그녀는 남편을 따라 프랑스로 건너온다. 너무 낭만적인 파리에 첫눈에 반하지만, 이 낯선 곳에서 그녀는 계속 질문한다.


 "What should I do(난 뭘해야할까)?"


 모자만들기에서부터 시작해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지만 그런 것들은 그녀의 욕구를 충족해주지 못했고, 그녀는 결국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를 배우기로 한다.


 하지만 미국인이고, 여성이었던 그녀에게 르꼬르동블루 학교는 냉담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거기에 굴하지 않았다. 자기에게 양파를 깎는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양파를 한 가득 사가서 하루 종일 연습하고, 졸업 시험 자격을 주지 않는 교장 선생님께 직접 편지를 써서 시험 응시 기회를 얻는다. 심지어 한번 시험에 떨어지지만 굴하지 않고 재시험 응시 자격까지 요구한다. 어렵고 불가능해보이는 일도 그녀는 열심히 시도하고, 결국엔 해내는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많이 느꼈다.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했던 장면은 동생이 임신했을 때, 남편과 함께 울던 장면이다. 정황 상 줄리아도 아이를 가지고 싶었는데 갖지 못했던 것 같았다. 작품 중간 중간 동생과 편지를 꾸준히 주고받는 장면들이 모두 좋았는데, 동생에게 임신 소식을 듣고 울던 이 장면이 제일 인상깊었다. 자신의 마음을 에둘러 표현하려는 줄리아를 향해 남편이 "I know, I know"라고 말하는데 나도 눈물이 왈칵 나왔다. 사랑하는 동생의 임신을 축하하는 마음, 아이를 갖지 못해 속상한 마음, 그럼에도 옆에서 늘 자신을 이해해주는 포근한 남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왈칵 쏟아졌던 게 아닐까.


 그리고 줄리아의 남편 역시도 줄리아만큼이나 굉장히 매력적인데, 줄리아가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할 때 천천히 찾아보라고 용기를 주고, 요리 책을 써내는 아내를 위해 멋진 음식 사진을 찍어주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아내에 대한 사랑을 근사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런 남편에게 줄리아는 당신 덕분에 책을 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 부부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도 결혼을 한다면, 이렇게 사랑이 가득한 결혼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다.


요리 영화이지만 이 영화를 통해 나는 인생을 배운 것 같았다. '조금 더 일찍 이 영화를 만났다면 더 좋았을 텐데'하는 아쉬움도 들었지만 아직 내 삶은 많이 남아있으니까 괜찮다. 그리고 나도 내 삶을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 조금 더 내가 좋아하는 일에 열의를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과, 주변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올해부터 이상하게 요리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는데,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요리들을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내가 직접하는 요리가 내 일상을 얼마나 건강하게 만들어주는지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을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던 찰나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따뜻한 위로가 되기도 하였고, 삶에 대한 용기도 많이 생긴 것 같았다.


내가 감히 힘들다는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나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힘든 상황에 놓인 모든 분들의 생활에 다시 활력이 찾아오기를 마음을 다해 바란다. 우리 모두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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