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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삽질하는 오여사 Mar 06. 2017

2017.03.06 개학

중딩과 함께 살기

                                                                                                                                                                                                                                                                                                                       

1호가 중학교 입학을 하고 첫 월요일.


고딩 학부모가 된 친구의 말에 의하면, 특목을 보낼게 아니면 중딩은 큰 일 없으니 마음 편하게 지내라고 한다.


1980년대에 27프로가 대학을 갔고, 1990년대에 33프로가, 2000년대에는 68프로, 2008년 83.8%가 대학을 가고 2013년에 70.7%가 대학을 가는... (한국교육개발원) 

이제 사실 거의 모든 인문계 학생이 진학을 하는 시대가 되었기에..


대학을 가고 안가고는 큰 의미가 없게되었다. 

하지만 모두 대학을 진학하는때에 진학을 안하는 것은 단지 대학 진학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제 대학교육은 고등교육이나 엘리트교육이 아니라 대중교육이 되었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백만프로 공감한다. 


1호는 중학생이 된 후로 심리적으로 부담을 갖는 듯하다. 

초등학생과 다르게 중학생이 되었으니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자기주도 생활도 하고 등등 

부모로서 요구하는 이야기들이 부담스러운것은 사실인거 같다. 

성적표나 등수가 확인되지 않은 초등과 달리 이제 중학생이 되어 석차도 나오고 

정규분포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절망하거나 기뻐하거나하는 진짜 경쟁 상황에 놓이게 된것이다. 

표현은 잘 안하지만 그 마음의 부담과 스트레스를 잘 알거 같다.  



오늘 아침.

주말내내 1호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차에, 내 감정을 주체못하고 폭발하고 말았다. 


화를 낼 수 있지만 내 마음속 솟구치는 실망과 좌절, 분노가 1호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꼈다. 

1호 역시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안절부절.. 그래도 자기 스스로 해보겠다고 했다.


어쩐일로 1호는 깨우지도 않았는데 눈을 뜨고 안방으로 건너왔다. 

숙제가 있었던 것이다. 

과학 단원 정리를 해오는것이 중학교 첫 숙제였던것이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 7:30분까지 단원정리할 책도 가지고 오지 않고, 

어디를 하는지로 모르고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체, 

그냥 그런 숙제가 있다고만 하는 것이다. 순간 분노가 일었다. 


자기도 걱정이 되어서 인지 어제저녁부터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는데 답이 없다고 한다. 

물어볼 친구가 더 있냐고 했더니 없단다. 

다른 친구 한명 범x라는 친구에게 연락을 하라 했더니, 

숙제를 물어볼 정도로 가깝지 않아서 못 물어 보겠다고 한다. 


소리를 질러 화를 내니 그제서야 전화를 해서 물어보고.. 34page까지라고 하는데.. 

교과서가 없는 상황에서 34page가 어디까지인지 확인도 안하고 전화를 끊었다. 


또 분노! 전화해서 정확히 어디까지인지 확인하라고 하니 전화로 "지구계"까지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얼마전 거금들여 신청한 M***인강에서 강의를 틀어놓았다. 

선생님이 판서해준 내용을 보고 정리하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선생님의 판서내용을 따라하는 거는 안된다고, 

자기 말로 적어야 한다고 하면서, 주절주절 소설쓰듯이 단원 정리를 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 말고, 1) 지구계, 지구계의 정의 종류... 이런식으로 단원정리를 하라고 했더니,

자기가 아는대로 정리를 하겠다고 자기가 하고싶은데로 하게 두라며 에세이를 쓰고 있다. 

복창터져 폭발할거 같아서 거실로 나갔다.. 10분정도 기다리니... 

혼잣말로 "이렇게 하는게 맞나?" 하며 연필을 놓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순간 또 열받았다. 

백프로 저렇게 해놓은 숙제는 가방에 넣어가지 않을게 분명하다.. 

소리질러 숙제 노트를 가방에 넣으라고 윽박지르니 놀라며 가방에 넣는다. 

교복을 입는시간도 느릿느릿... 



아이에게 경멸의 눈빛과 비난을 쏟아내고..



아직도 가라앉는 감정을 커피로 다스리려고 노력중이다. 

왜 이렇게 화가나는걸까.. 


아마도 주말 내내, 핸드폰 사달라고 조르고 오로지 핸드폰 생각만 머리속에 가득하고.. 

해야할일들을 이야기하니 스스로 알아서 하겠다고 해놓고... 

알아서 하기는 커녕 숙제도 못챙긴 1호 모습이 떠올라서 더더욱 배신감에 휩싸인거 같다.


도와주는것이 도움이 안되고.. 도움이라고 느끼지 못한다면.. 

인생은 스스로 살아가는 것임을 너무 잘 알기에 

더이상의 간섭과 개입은 의미가 없음을 알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은 견딜수 없고.. 

학업에 뒤쳐지는 것이 실패는 아니라고 머리로 알지만, 

실패로 인식되는 것이 사실인것을.... 



이제 시작이겠지.. 이 복잡하고 힘든 마음...

 어떻게 해야하나... 

얼마전 1호에게 말했다.. 

엄마는 엄마인생, 너는 너 인생이라고.. 

대신 살아 줄수 없고 너도 언젠가 독립해서 혼자 살아야 한다고...

이 말의 의미를 1호가 빨리 깨닫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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