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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코드 스웨덴 Feb 28. 2018

피카: 시간을 마시다

스웨덴의 커피 문화와 카페를 찾아서

우리나라의 커피 문화가 장소라면 스웨덴의 커피는 시간이다. 세계 커피 소비량을 살펴보면 스웨덴은 세계 3위로 하루에 1.3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요즘 들어서 일 인당 커피 소비량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서 커피를 마신다는 점은 비슷한 것 같다. 한국에서 나는 커피보다도 이야기를 나눌 공간을 사용하기 위해서 카페를 찾았던 적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스웨덴의 다른 점은 한국에서는 일과 후에 혹은 일과 함께 커피를 마셨다면, 스웨덴에서는 하던 것들을 잠시 멈추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이 커피 문화가 하나의 관습으로 같이 자리 잡고 'Fika'라는 스웨덴만 고유의 문화가 되었다. 스웨덴에서는 커피와 관련된 재미있는 점들이 많이 있어서 오늘은 스웨덴의 커피 문화 '피카'에 대해서 말해보고 싶다.



국가별 1인당 하루 커피 소비량( 데이터 출처: https://www.tutor2u.net/economics/reference/coffee-market )



A social cup of coffee, Fika
커피, 스웨덴에선 그게 왜 그렇게 특별한가?



피카란 무엇인가?

피카(Fika)는 커피 마시는 시간(coffee break)을 뜻한다. 커피를 가족 친구 애인 동료와 마시며 잠시 하던 일들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는 것을 피카라고 한다. 사실 커피 마시는 게 뭐가 그렇게 특별할까 싶지만, 스웨덴에서 피카는 단순히 커피 이상의 사회적 연대이자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지키는 문화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지금의 스웨덴의 평등한 사회와 업무의 효율성에는 피카가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피카는 스웨덴만의 특별한 시간이다.



피카가 직장에 주는 영향 : 팀워크

우라 나라에 회식문화가 있다면 스웨덴에서는 피카가 있다. 스웨덴의 경영방식은 우리나라 혹은 다른 서양 국가들과는 많이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스웨덴의 노동생산성은 세계 8위라고 하며, 스웨덴 사람들은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동료와의 교류와 정보 공유에 있어서 피카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스웨덴의 회사에서는 다과 룸과 비슷한 커피를 앉아서 마실 수 있는 피카룸을 따로 갖추고 있다. 보통 자연스럽게 '피카하러갈래?'라고 해서 피카를 하기도 하지만, 직장에서는 피카하는 시간을 정해놓고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고 한다.  보통 오후 3시쯤이 피카를 하는 적절한 시간이라고 해서 'trefika'라고 불리기도 한다. 피카에 걸리는 시간은 보통 24분, 직장에서는 14분 정도라고 한다. 사실 굉장히 짧고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하루 일과에 없으면 안 되는 시간이며, 팀워크를 이뤄내는 기적의 시간이어서 스웨덴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들에서도 피카 시간을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스웨덴의 피카는 '모두가 평등하다'를 담고 있다. 회사에도 적어도 피 카할 때만큼은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기초로 하고 있다. 피카하는 시간만큼은 격식을 내려놓고 지위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이야기한다고 한다. 예전에 본 스웨덴을 소개하는 재미있는 비디오 보니 스웨덴의 총리가 동료들과 피카를 하며 사용한 컵을 실수로 씻지 않아서 몰매를 맞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 같은 한국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는 굳이 총리가 설거지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도, 스웨덴 사람들은 정말 피카에서 만큼은 아니면 피카 이외에도 모두가 위계와 상관없이 모두는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도 학교에서도 지겹거나 지칠 때쯤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하곤 한다. 커피를 함께 마시며 가벼운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 기분도 전환되고 더욱더 돈독해지는 느낌이 들곤 했다. 또한 콘퍼런스 라던가 특별한 세미나가 있다면 주최 측에서 간단한 디저트와 커피가 있는 피카를 제공해주곤 한다. 스웨덴에서는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피카가 없는 쉬는 시간은 섭섭한 느낌마저 들만큼 사회의 장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이다.


"우리는 피카를 할 때 격식 없는 분위기에서 만나서 정보를 교류하고 어떤들이 일어나는지 나눕니다. 피카를 할 때는 위계 혹은 계급을 부수고, 권력과 힘에 상관없이 하나가 됩니다. 이 시간이 동료들과 가까워지고 회 가장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https://goo.gl/hr6ZvL)

"스웨덴의 경영 방식은 다른 대부분의 나라와 다릅니다. 수평적이고 위계적이지 않지요. 조직이 수평적이면 모든 이의 얘기를 경청하게 되지요. 피카는 공동체적 성격이 있고, 직원과 경영진의 대화가 가능합니다. 회사 운영 방식을 모두가 어떻게 보고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는 멋진 방법인 셈이죠."
(출처:http://www.bbc.com/capital/story/20160112-in-sweden-you-have-to-stop-work-to-chat)


(출처: Henrik Trygg, Lena Granefelt/imagebank.sweden.se)



스웨덴의 커피시장

스웨덴은 커피 소비량이 큰 만큼 스웨덴 커피시장에서도 재미있는 점들이 많이 있다. 첫째로는 커피를 카페에서 즐기는 연령대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카페에 가보면 젊은 20-30대들로만 가득 차 있다. 핫한 지역 그리고 유명한 카페일수록 젊은 사람들로 붐비는 것이 우리나라의 카페인 것 같다. 그런데 스웨덴에서는 나이를 불문하고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시간을 즐기는 것 같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은 저렴하게 집에서 마시고, 노후를 즐기시는 연금생활자(pensionär)들이 카페에서 여유롭게 피카를 즐기시는 것 같다.


둘째로는 커피의 기본값은 아메리카노가 아닌 브류커피이다. 보통 카페에 가면 한국에서는 아메리카노를 내려줄 때까지 기다렸다가 받아서 마시지만, 스웨덴에서는 계산을 하면 이미 내려놓은 브류커피를 담아주거나 빈 컵을 주고 브류커피를 알아서 담아마실 수 있다. 그리고 카페 라테처럼 마시려면 그냥 브류커피에 우유를 조금 부어서 마시면 된다. 브류커피의 시장의 관점에서 장점은 구매 순환율이 빠르다는 것이다. 계산하는 것에서부터 제품을 받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이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을 더하자면, 프랜차이즈보다는 개인이 운영하는 지역의 특색 있는 카페를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어떤 기사에서 스웨덴은 컬링장의 수가 스타벅스의 수보다 적다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물론 컬링장 수가 많은 것도 많은 것이지만 스웨덴 전국에 스타벅스는 16개가 전부이다. 그리고 얼마 전 스웨덴의 제2의 도시 말뫼에 있던 유일한 스타벅스가 사라졌다. 물론 스웨덴에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Wayne’s Coffee 혹은 Espresso House처럼 저렴하고 접근성 좋은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들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처럼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지는 않다.






피카를 즐길 수 있는 스웨덴의 카페는 어떤 모습일까?


스웨덴에서 생활하면서 설레는 것들 중 하나는 한국에는 없는 디저트와 스웨덴스러운 카페들을 가볼 수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 디저트에 대해서도 말해보고 싶지만 그것은 다음에 다른 포스트로 이야기해야겠다. 스웨덴에 정말 많은 독특한 카페들이 많지만, 오늘은 내가 느꼈던 가장 스웨덴스러운 혹은 가장 맛있었던 카페들을 소개해보고 싶다.



Vete-Katten

Kungsgatan 55, 111 22 Stockholm

스톡홀름에서 가장 유명한 베이커리라고 하면 Vete-Katten이 아닐까 싶다. 스웨덴의 전통 빵들을 먹어보고 싶다면 이곳이 가장 적절한 곳일 것 같다. 이 곳의 셈라, 프린세스 케이크, 시나몬빵 등등 스웨덴스러운 빵들이 정말 맛있는 것 같다. 또 가게도 넓고 인테리어도 고전적이기도 하면서 심플하기도 한 딱 스웨덴스러운 카페이다. 유명한 카페이다 보니 사람들이 항상 북적이지만, 나름 자리도 많고 여유러움을 잃지 않은 곳이다.





Taxinge Slottscafe

NÄSBY 52, 155 93 Nykvarn

Taxinge Slottscafe는 스웨덴 시골마을의 성에 있는 케이크 뷔페이다. 영어로는 Cake Castle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곳인데, 인공 첨가물 없이 직접 모든 케이크를 베이킹하는 역사적인 카페라고 한다. 스톡홀름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던 시절 친구들과 버스를 몇 번이나 환승해서 3시간이 넘게 걸리며 겨우겨우 찾아갔던 기억이 있다. 대중교통으로는 가기 힘든 위치에 있지만,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가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정말 아름다운 산속에 호수 옆에 자리 잡고 있어서 아름다운 스웨덴 자연을 즐기면서 피카를 즐길 수 있다. 나도 다음에 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다.





sturekatten

Riddargatan 4, 114 35 Stockholm

친구네 다락방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아늑한 곳이다. 빈티지한 가구들로 꾸며져 있고,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일행과 여유로운 커피 브레이크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편한 분위기의 카페이다. 스웨덴 친구들에게 카페를 소개해달라고 물어봤을 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카페야!'라고 이 카페를 소개해준 친구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장소라서 현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güntherska hovkonditori & schweizeri

Östra Ågatan 31, 753 22 Uppsala

웁살라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이다. 스웨덴의 맛집 가이드인 white guide에 여러 번 소개된 명성 있는 베이커리이다. 이 곳에 가면 벽에 많은 상장들이 걸려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기서 먹었던 커피 셈라가 여태껏 먹었던 다른 어떤 셈라보다 맛있었다! 자리가 많지 않아서 항상 사람들로 붐벼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기는 조금 힘들지만, 공인된 진짜 맛있는 디저트를 먹고 싶다면 추천해 주고 싶은 카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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