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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코드 스웨덴 May 02. 2018

퍼스널 스페이스



우리나라 사람들이 따뜻한 정을 가지고 있다면 스웨덴 사람들은 퍼스널 스페이스를 가지고 있다. 외국사람이라고 하면 왠지 성격은 더 개방적이고 신체 접촉도 거리낌 없고 더 활발하고 표현도 잘하고 흥도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스웨덴에 와보니 스웨덴 사람들의 성격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외국사람'의 성격과는 많이 달랐다.


스웨덴 사람들은 조심스럽고 내성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또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갈등을 좋아하지 않아서 중립적인 태도를 가지고 대화를 한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 북유럽 사람들은 '차가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표현되기도 한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경계하는 그들의 차가움은 우리나라의 따뜻한 정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 거리감은 불친절함이 아닌 적당한 거리두기인 것 같다.



Personal zone 이란?

퍼스널 스페이스는 심리적으로 혹은 물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개인의 공간이다. 문화 인류학자인 에드워드 홀은 친밀도에 따라서 편안함을 느끼는 거리가 다르다고 말하며 이를 4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첫째로는 가족과 연인 등 밀접한 사람들과 나 사이의 밀접한 거리로 0.5미터 정도의 유지하는 거리이다. 둘째로 개인적 거리는 친구와 나 사이의 거리로 물리적으로는 1미터 정도의 거리이다. 셋째로는 사회적 거리로 사회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1에서 2미터 정도의 거리이다. 마지막으로는 공적인 거리로 3미터 정도로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들과의 거리이다. 예를 들면 도서관 등 공공장소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거리가 이에 해당한다.



영상으로 보는 우리나라의 퍼스널 스페이스

The power of human kindness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SIpD6LI2rGg&t=28s

퍼스널 스페이스는 비단 물리적 거리만은 아니다. 내가 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한국에서 살고 있는 스웨덴 친구가 이 영상을 페이스북에 공유한 것을 본 것이 계기였다. 이 영상에서는 한 청년이 넥타이를 매는 것이 익숙지 못해서 길에 있는 행인에게 넥타이 매는 것을 부탁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친절하게 그를 도와주며 훈훈한 덕담과 걱정 어린 조언들을 해준다. 나에게는 조금 당연해 보였던 우리나라의 호의적이고, 누구에게든 다가갈 수 있는 태도는 스웨덴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보면 부담스럽지만 부럽고 신기한 문화였던 것 같다.



적당한 거리두기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관심은 부담과 불편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친해지 려고' 혹은 '너를 생각해서' 과도한 질문을 하는 것은 개인적 공간을 침범받는 느낌이 들곤 한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스웨덴 친구는 첫 출근날 회사 동료들이 친구에게 나이와 여자 친구 여부를 물어봤던 것이 많이 다르게 느껴졌다고 한다. 스웨덴에서는 Personal space를 존중하기 위해서 개인의 사생활은 직장뿐 아니라 학교 반 친구에게도 물어보지 않는다.





스웨덴의 Personal space



1m rule: 무언의 규칙

스웨덴의 버스 정류장은 스웨덴 사람들의 퍼스널 스페이스를 가장 잘 보여주는 단면인 것 같다. 스웨덴에서는 버스를 기다릴 때 무언의 규칙이 있다. 바로 1미터 이상의 거리를 두고 서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정류장에 온 순서대로 길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기다리다가 버스가 오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면 천천히 맨 앞사람 쪽으로 거리를 좁혀간다. 물론 우리나라도 어느 정도의 본인의 영역을 지키며 서 있지만, 스웨덴에서는 서로가 시선의 범위에 들어가 있지 거리와 각도에 서있는다. 만약 다른 나라처럼 정류장에서 사회성 좋은 사람이 Small talk을 시도하게 된다면 스웨덴에서는 굉장히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될 것이다.


우리 집 앞 버스정류장에 아침에 가보면 정말 약속이라도 한 듯 다들 멀리멀리 서 있는 것을 항상 볼 수 있는데 뭔가 귀엽기도 하고 왜 굳이 저럴까 싶기도 하고 재미있는 것 같다.




스웨덴의 Personal space: 천천히 자세히

스웨덴 사람들은 처음 보는 관계에서는 아이컨택을 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우며 서로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각도와 거리에 있는 것을 안정감 있게 느낀다. 친분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대방의 나이와 연애 혼인 유무 등은 물어보지 않으며 Small talk은 하지 않는다.


이렇게 적다 보니 스웨덴 사람들이 굉장히 사회성이 없게 느껴지지만 사실 이건 친한 사이가 아닌 경우에만 해당된다. 사람들과 친해지고 거리낌이 없어진 후에는 우리나라와 인간관계는 많이 다르지 않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보다는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선호하는 것 같다. 오히려 친한 사이가 되면 스웨덴에서는 그 사람의 사적인 영역을 더 많이 보게 될 수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절친한 친구가 아닌 이상 나의 집에 초대하는 것도 드믈고, 나의 다른 친구 혹은 가족을 소개하여주는 일도 흔하지 않지만, 스웨덴에서는 오히려 친구가 되면 거리를 두지 않고 더 빈번하고 자연스럽게 깊은 친분을 유지하는 것 같다.






국제학생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스웨덴의 퍼스널 스페이스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생각도 다른 것 같다. 특히나 미국이나 중동에서 온 친구들은 스웨덴 사람들을 너무 차갑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 친구들의 문화는 길에서 모르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웃어주며 인사하곤 했는데 스웨덴에서는 모르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이상한 사람 되고 시선을 돌려버리는 것이 차갑게 느껴진다고 한다. 또한 처음 보는 사이도 금방 친해지며 농담을 주고받는 것이 익숙한 이 친구들은 쳐다보는 것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스웨덴 친구들을 보며 답답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고 다가가거나 이야기를 주도하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스웨덴 사람들이 인간관계를 맺는 것에 어떤 면에서는 편안함을 느끼고 많이 공감이 가기도 한다. 아무래도 Personal space는 공간적으로는 쾌적하고 안전한 느낌을 주고, 심리적으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서로의 감정을 존중해주기 때문에 좋은 점도 많고 젠틀한 문화로 느껴진다. 그래도 조금 아쉬운 점은 스웨덴에서는 퍼스널 스페이스가 사람들과 친해지는 데에 있어서는 정말 큰 장벽인 것 같다. 게다가 사실 더 문제는 내가 스웨덴 사람들에 대해서 선입견을 가지고 더더욱 소심해져서 먼저 다가가지 않고 나도 모르게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스웨덴 친구들에게는 개인적인 것들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도 '앗 내가 너무 과한 걸 물어보나?' 싶어서 그냥 질문을 멈출 때도 많았다. 아직 나도 스웨덴식의 인간관계가 익숙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날씨 이야기만으로도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스웨덴 사람들의 사회생활은 또 다른 재미있는 문화 차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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