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Record Swede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코드 스웨덴 Jun 28. 2018

스웨덴의 독립서점

나는 어릴 적에는 책 읽는 것이 싫었다. 책을 읽으면 어지러운 느낌부터 나서 독서를 자발적으로 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책을 싫어했어도 서점은 많이 다녔었다. 우리 부모님은 어딜 가시면 서점에 주차를 하고 책을 한 권씩 사서 집에 오시는 것을 좋아하신다. 그래서 그런지 부모님과 외출을 하면 서점에 들렀다 오는 것은 익숙한 일이었다. 지금도 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스웨덴에 오고 나서는 왠지 모르게 공부가 하기 싫어지면 차라리 책이나 읽고 싶어 져서 책을 자주 읽게 되었다. 겨울에 해가 빨리지고 집에서 할 일이 없었을 때 한글로 된 e-book을 읽었었는데, 특히나 미국에 살고 있는 의사이자 시인이신 마종기 시인과 가수인 루시드 폴이 스웨덴과 스위스를 유학할 당시에 주고받았던 편지들을 엮은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이란 책이 타지 유학 생활과 겨울을 이겨내기에 심리적으로 좋았던 것 같다.


스웨덴 사람들은 독서를 즐기는 것 같다. 아무래도 심심한 나라라는 이미지처럼 막상 해가지고 나면 밖에서든 집에서든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그런 건지 개인적으로 나는 자연스럽게 한국에서보다 스웨덴에서 독서를 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주변 스웨덴 친구들만 봐도 학교에 공부하는 서적 이외에 취미로 읽는 책을 들고 다니는 친구들도 많고, 친구의 집에 놀러 갔을 때에도 책장에 책이 가득 차 있고 집을 소개하여줄 때에도 읽은 책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기차에서도 스마트폰이 아닌 책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을 만큼 체감적으로도 스웨덴은 책을 일상과 가까이하는 나라인 것 같다. 아래의 그래프는 세계의 일주일간 평균 독서 시간을 보여주는데 우리나라는 일주일에 평균 3시간 정도를 독서에 사용한다면 스웨덴은 7시간 30분 정도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데이터 출처: 위키피디아)


스웨덴에는 유명 작가들도 많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스웨덴의 책은 아무래도 '삐삐롱스타킹'이 아닐까 싶다. 또 한 스웨덴의 유명한 소설들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들도 많다. 예를 들면 영화로도 제작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오베라는 남자’는 전형적인 스웨덴스러운 소설이자 영화이고 밀레니엄 시리즈 또한 2천만 부가 이상 팔린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스웨덴 사람들의 책에 대한 관심은 다양한 서점들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서점이 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면, 스웨덴에서는 가게마다 사장님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작고 특이한 독립서점과 중고서점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스웨덴의 숨겨진 독립서점을 찾아보자



Serieslussen Comicstrip

Bellmansgatan 26, 118 47 Stockholm


나 혼자 산다의 이시언 같은 클래식 마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만화 가게이다. 가격도 굉장히 저렴해서 한 권에 삼천 원정도 했던 것 같다. 나는 딱히 좋아하는 만화는 없어서 스누피 책을 하나 사볼까 하다 말았지만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권 정도 사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Poesihörnan

Mariatorget 7-3, 118 48 Stockholm


마리 에토리 엣 공원 바로 앞에 있는 서점이다. 아쉽게도 영어 책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은 스웨덴 책이었다. 그래도 표지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아기자기한 책들이 많이 있었다. 핀란드의 그릇 브랜드 마리메꼬의 문양을 표지를 한 헬싱키 책이 귀여워서 한번 찍어봤다.




Papercut AB

Krukmakargatan 24, 118 51 Stockholm

www.papercutshop.se




이런 책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만드는 걸까 싶을 만큼 표지만 봐도 눈을 사로잡는 잡지들을 다루는 독립서점이다. 모든 책들이 흥미로워 보였고 스웨덴어뿐만 아니라 영어로 된 책도 많아서 좋았다. 특히나 스웨덴에 여행 오는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이곳에는 스웨덴 혹은 북유럽에 관한 예쁜 책들이 많아서 기념품으로 하나쯤 사가면 좋을 것 같았다. 스웨덴어로 쓰인 한국음식 레시피 북도 흥미로웠고, 예전에 사고 싶어서 E-book으로 찾아봤던 Ways of seeing 책도 있어서 살까 말까 고민하다 사지 않았는데 후회 중이다.





Konst-ig

Åsögatan 124, 116 24 Stockholm


스웨덴의 힙한동네 So-Fo 지역에 있는 서점이다. 잡지와 사진책 위주의 예술 관련한 책들이 모여있다. 스웨덴 사진을 주제로 한 책들은 따로 모아져 있었는데 그중 스톡홀름의 지하철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찍은 사진책이 인상에 깊었다. 일상 속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그 사람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Fotoantikvariat

Torkel Knutssonsgatan 31, 118 49 Stockholm

www.fotoantikvariat.se





가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는 물음에 본인 사진도 찍는다면 원하는 포즈를 취해줄 수도 있다는 유쾌한 사장님이 있던 깔끔한 사진 책방이다.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정말 취향 저격의 책방이었다. 깔끔하게 한쪽 벽만 책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한가운데 사장님이 이렇게 앉아계신다. 아마도 상업적 목적보다도 소장과 전시 목적으로 운영하는 책방 같았다.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가끔은 이 곳에서 사진전도 열리는 것 같았다.




Antikvariat Hundörat

Östgötagatan 20, 645 30 Stockholm

http://www.hundorat.se/

소 데르 말름 So-Fo 지역 가장 첫 골목에 있는 중고서점이다. 영어로 된 책도 많아서 나도 책 하나를 샀다. 사장님이 말씀하시길 아침에 가게를 오픈하려는데 가게 문틈 사이에 쪽지 하나가 있었다고 한다. 그 쪽지에는 ‘왜 가판에는 여성 작가의 책의 비율이 작은지’에 대해서 비판하는 내용이 적혀있었고 사장님은 껄껄 웃으시며 앞으로는 가판에 작가의 남녀 비율을 맞춰서 배치해야겠다고 하셨다. 그 쪽지를 의식하셨는지 내가 갔을 때는 가판에 미투 관련된 책이 놓여있었다. 




이 서점들 뿐만 아니라 스웨덴에는 다양한 서점들이 많이 있다. 블로그에는 소개하지 않았지만 대형 서점이나 큰 역들 앞에 포켓북을 파는 작은 서점들도 있는데, 그런 곳에 가면 스웨덴 문화에 대해 설명해주는 책들도 많이 판매하고 있다. 스웨덴에 여행 온다면 그런 서점에 잠깐 들러서 쓱쓱 넘겨봐도 좋을 것 같다. 오늘 소개된 독립 서점들은 스웨덴의 핫한 지역에 있는 곳들이 많아서 그랬는지 그 주변에는 예쁜 편집샵들이 많이 있었다. 다음에는 이 주변에 있던 스웨덴의 편집샵으로 다시 돌아오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Artipelag: 스웨덴 섬 미술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