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은 항상 나에게 머나먼 곳이었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뉴스에선 북극 산타마을에 사는 산타가 전 세계 어린이들이 보낸 편지를 읽고 엘프들은 어린이들에게 보낼 선물을 준비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어릴 적 나는 그 영상을 보면서 산타 마을이 있는 북극은 지구 밖 나와는 먼 다른 세상인 것만 같았다. 그때만 해도 나는 내가 북극에 가게 될 줄은 그리고 이 머나먼 스웨덴에 살게 될 줄은 정말로 상상도 못 했다.
스웨덴에서의 세 번째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길고 어두웠다. 겨울 내내 카메라를 한 번도 들지 않았다가 오늘에서야 카메라를 들고 집 밖을 나갔다. 가는 날이 장날인지라 오늘따라 겨울 내내 쌓여있던 눈은 녹아 물 웅덩이만 가득하다. 이제야 밖에 나온 것이 후회가 되기도 겨울 풍경을 즐기지 못한 게 아쉽기도 아니 이 지긋지긋한 겨울아 그냥 좀 빨리 지나가라 싶기도 하다.
오늘 스웨덴에서 나의 가장 오래된 이탈리아 사람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이번에 힘든 겨울을 보내고 스웨덴 남쪽 지방으로 이주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직장도 집도 구하지 않은 채 무작정 타지에서 또 타지로 이주를 결정한 친구의 절박한 심정이 이해가 되기도 새로운 도전이 부럽기도 했다. 나도 친구에게 말했다. 나도 힘든 겨울을 보내고 오늘에서야 카메라를 들게 되었다고.
타임머신을 탈 수 있다고 해도 굳이 가고 싶은 과거도 미래도 없다. 그런데 굳이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어릴 적 나에게 가서 이런 말 한마디는 해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나중에 오로라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어두운 계절은 돌아오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네가 생각지 못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