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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현주 Oct 05. 2020

더짐The Gym의 임팩트 비즈니스

제현주의 #굿비즈니스_굿머니 #5

[경향신문, 2019년 4월 4일 기고]


브리지스벤처스라는 투자회사가 있다. 2002년 출범한 이 투자회사는 영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연구하는 데서 투자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시작한다. 이들의 관심이 닿은 곳은 영국 시민들의 건강 문제였다. 당시 영국은 높은 비만율이 사회문제로 인식될 정도였고, 이는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더욱 심각하게 드러나는 문제였다. 이 문제의 해법이 될 비즈니스를 찾던 투자 팀은 영국의 헬스클럽 비용이 유럽에서 가장 비싸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려면 평균 15만원가량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헬스클럽이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 밀집해 있었다. 이런 현실 인식은 헬스클럽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여기서 한 달에 2만원에 온라인으로 손쉽게 가입하고, 하루 24시간 중 언제나 열려 있는 헬스클럽이라는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창업자의 실행력 없이는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 투자 팀은 이 아이디어를 비즈니스로 구현할 CEO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이미 헬스클럽을 매입해 운영하고 되팔아 돈을 벌어본 경험이 있는 전직 스쿼시 선수 존 트레한을 찾아낸다. 마침내 존 트레한이 창업자이자 CEO로 운전대를 잡고, 브리지스벤처스가 투자한 250억원이 기반이 되어 2008년 더짐(The Gym)이라는 헬스클럽 체인이 탄생한다. 하운슬로에 첫 헬스클럽을 시작하자마자 가입자가 밀려들었고, 바로 뒤따라 2호점, 3호점이 문을 열었다. 첫 3년 동안 20곳의 더짐 헬스클럽이 탄생했고, 더짐은 설립 7년 만에 런던주식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된다. 상장 당시 브리지스벤처스가 투자한 250억원은 14배 넘게 뛰어올라 3600억원이 되었다. 더짐은 현재 100개가 넘는 헬스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더짐의 성공은 14배로 성장한 기업가치로만 요약될 수 없다. 헬스클럽의 문턱을 낮추어 누구든 운동할 수 있게 하겠다는 미션이 화려한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존 트레한이 2017년 11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2017년 당시에도 더짐 회원의 34%가 평생 한번도 헬스클럽에서 운동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며, 더짐 헬스클럽의 25%가 영국의 가장 비활동적인 지역, 다시 말해 1주일에 30분도 운동하지 않는 사람이 가장 많은 지역에 위치해 있다. 더짐 회원의 90%가 온라인을 통해 가입한다고 한다.

이제까지의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듯이,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로부터 투자의 아이디어를 찾고, 직접 회사를 만드는 데까지 팔을 걷어붙인 브리지스벤처스는 보통의 투자회사가 아니다. 브리지스벤처스는 이후 브리지스펀드매니지먼트로 이름을 바꾼 영국의 대표적인 임팩트 투자회사로, 로널드 코언이 공동 창업자들과 함께 설립했다. 로널드 코언은 글로벌 프라이빗 에쿼티이자 벤처 캐피털이기도 한 어팩스파트너스의 창업자다. 어팩스파트너스는 1972년 설립되었고, 영국 최초의 벤처 캐피털 중 하나로 꼽힌다. 오늘날 그가 ‘영국 사회적 투자의 아버지’로 불린다면(임팩트 투자라는 말이 탄생하기 전, 영국에서는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는 투자를 사회적 투자라고 불러왔다), 그에 앞서서는 ‘영국 벤처 캐피털의 아버지’로 불렸다. 실제로 로널드 코언은 영국 벤처캐피털협회의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가 공식적으로 사회적 투자에 발을 들인 것은 2000년 영국 재무부의 요청으로 ‘사회적 투자 태스크포스(SITF)’를 이끌게 되면서부터였다. SITF의 임무는 영국 사회적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안을 내놓는 것이었다. SITF 활동 이후 로널드 코언은 2002년 직접 임팩트 투자기관을 설립하는데, 그 기관이 바로 브리지스벤처스다. 브리지스벤처스는 이후 벤처 투자만이 아니라 다양한 자산군으로 투자 분야를 확대하며 브리지스펀드매니지먼트로 이름을 바꾸었고 미국으로도 거점을 확장했다. 현재 영국과 미국에서 모두 활발한 투자활동을 펼치고 있는 브리지스펀드는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SITF가 제안을 내놓은 지 10년 후인 2010년에는 제안 각각에서 얼마나 진전이 있었는지 평가하는 리포트가 발행되었다. 이 리포트의 첫 부분에는 2000년 이래, 어떤 사회적 금융기관이 탄생하였는지, 각각 어떤 유형의 임팩트 투자를 하고, 어떤 유형의 자본을 제공하는지 보여주는 연표와 지형도가 등장한다. 브리지스펀드매니지먼트는 지형도의 한 자리를 견고히 차지하고 있다.
  

더짐의 성공을 뒤따라 얼마나 많은 비슷한 ‘저가 헬스클럽’이 탄생했을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소득 수준과 사는 지역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운동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는 더짐 스스로의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이후 더짐을 뒤따른 경쟁자들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선도적인 임팩트 비즈니스는 이렇게 직접적인 임팩트만이 아니라 시장 구조를 바꾸어내는 마켓 임팩트를 함께 만들어낸다. 모든 사회문제가 비즈니스의 기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떤 사회문제는 명확히 시장의 빈 곳을 가리킨다. 좋은 비즈니스로 시장의 빈 곳을 채울 때 기업가치의 성장과 사회적 가치의 실현은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함께 움직인다. 더짐의 성공 이후 등장한 경쟁자들은 저가 헬스클럽을 이제 당연한 것으로 만들었다. 그 덕에 더 이상 저가 헬스클럽을 임팩트 비즈니스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모두를 위한 운동의 접근성에서 출발한 2008년 더짐의 비즈니스는 사회적 임팩트를 겨냥하고 있었다. 성공한 임팩트 비즈니스는 더 이상 임팩트를 임팩트가 아닌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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