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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아래 Aug 21. 2022

마지막 반성문

반성문 쓰는 삶

최근에는 랩탑 pc와 OS에 깔아 두고 십수 년간 방치상태로 있던 에버노트 앱을 삭제했다. 뒤가 둥근 아이폰3를 처음 썼을 때, 많은 어플리케이션들이 베타 버전이거나 프리웨어로 보급되던 시절 무료로 깔아 두고 가끔 몇 년에 한 번 꺼내어 반성문을 썼었고, 베트남 여행기로 몇 페이지 남겨두고, 요리 레시피도 서너 개 적어두었더라. 오랜만에 접속하니 자동으로 실행되던 앱이 로그인을 필요로 하는 구독 서비스로 유료화되어 있었다. 저장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이렇게 장시간 방치된 기억은 없는 기억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미련 없이 삭제하였다. 딱히 에버노트가 아니어도 쓴다는 것에 대한 미련을 늘 안고 살고 있기에 비는 시간이 생기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때가 되면 뭐라도 기록해야 한다는 강박도 늘 있는데, 정작 그 부담에 제대로 된 실속 있는(?) 글 자락 한 자 쓰는 게 쉽지 않았다.

정말 한 일 년 사이 나는 예전보다 더 많은 시간 유투브를 보고 인스타그램에 빠져 소중한 여유시간을 온통 보고 듣는 것에 허비했다. 마냥 허비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늘 갈망하는 좀 더 생산적인 삶과는 분명 거리가 있는 생활이었다. 그나마 차곡차곡 뭐라도 쓰고 있는 브런치 글쓰기를 통해 하나하나 모은 반성문 뭉치들을 보니 이따위 우울한 단상이라도 이만큼 모은 게 대견할 지경이네.

   근간에는    값으로 여러 책을 후루루룩   있는 도서 구독 서비스로 밀리의 서재 앱을 깔고 전보다는 쬐꼼  자주 책을 읽고 듣고 있는데 그중  주제 모르고 하는 소리지만, 내가 나이를 먹으니 젊은 작가들의 생각을 읽는   힘이  때가 왕왕 생기더라. 우울함을 극복하거나, 사회적 성공을 이루어 노하우나 마음가짐을 나누는 내용을 읽다가 ‘나도 그땐 그랬어, 작가 양반 당신도 시간 지나  나이쯤 되면 당신 글을 읽고 손발이 오그라들 거야.’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최근  고를  작가 소개를 먼저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는데, 당최 작가들은  자신의 출생 연도나 간단한 실제적인 소개를 밝히지 않는 것일까. 뭉뚱그려 작가에 대한 환상을 갖게 하는 미사여구로 자신을 소개한  문장이 전부인 작가 소개가 너무 많더라. 책을 통해 조언과 위로를 구하려는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어떤 배경의 인물인지 미리   있다면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돌아보는데   영향으로 받아들여질  같은데, 아무래도 이런 생각이 드는  내가 꼰대가 되었기 때문이려나. 소설도 어느새 진부하고 올드한 전개와 표현을 그대로 안고 있는 것만 같아   읽다 덮게 되니  나도  건방지다.

현학적이면 현학적이라고,  가벼우면 가볍다고 표현이 대해 꼬투리나 잡는 것은 전시를 접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전시정보를 검색하다가 어떤 현대미술-특히나 설치나 미디어 아트에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라던가 “가상과 현존하는 어쩌고..”하는 류의 제목과 그에 상응하는 알쏭달쏭한 개요를 읽다 보면 미술 하는 사람들 글 쓰는 거 그렇기 싫어하고 어려워하면서 말은 이렇게도 어렵게 쓰는가 싶다. 불만 아닌 이런 불만을 해결할 방법은 ->직접 하는 거지 뭐. 또한 공감력을 더 끌어올리고 더 똑똑해 지거나 반대로 뇌를 순수하게 비워내어 처음 말 배우듯 하나씩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겠지.

나의 꼰대력은 아마 앞으로도 늘 최대치를 갱신해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자꾸 다른 상황과 내가 처한 상황을 비교하고 판단하고 평가하고 지적질하다가 깊은 괴리감에 빠져 반성문 쓰는 삶으로 다시 돌아오고 또 성에 차지 않는 지적 욕구를 채워줄 무엇인가를 찾고 실망하고 무한히 반복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마지막일 것 같지도 않지만 이번을 마지막 반성문으로 하고 나는 앞으로 타인으로부터 영향을 받기보다 내 안의 것을 꺼내 보이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하여 글을 쓰려고 한다. 이제는 습득하기보다 이미 포화된 내재 지식을 정리할 때가 된 것 같다. 2012,13,14 그 어느 해였나 나는 2004년 첫 사업자로 구멍가게 사장이 된 이후 10년을 기념하고 싶어 “숲-10년의 기록”이라는 제목으로 자서전 비스므레하게 잘난 척으로 점철된 책을 완성해내고 싶었다. 구구절절 내가 어떻게 지금의 내가 되었는지 앞으로의 비전이 어쩌고 하면서 말이다. 물론 몇 꼭지 쓰다가 흐지부지 되었었지.

2022년 햇수로 19년 이제 사장질 20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 되었는데 거창하게 뭐 그 뭐 자기 계발서도 아니고 자영업에 대한 무용담도 아니고 허세를 버리고 담백하게, 첫사랑 이야기해주는 교생 선생님처럼, 하나 둘 메뉴에 대한 이야기나, 출장을 준비하며 느낀 점 등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반성문 몇 장 모으는데 수년이 걸린 것처럼 이 글쓰기가 얼마나 걸릴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일기와 함께 한 발 물러서 가벼운 마음으로 적어갈 앞으로의 글 자락들을 마중하고 싶으다.


그래 반성문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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