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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아래 Jul 24. 2021

한 때는 내가 책이라도 쓸 줄 알았다

반성문 쓰는 삶

    2012-13 뭐 그런 해였던 것 같은데 영화 줄리 앤 줄리아의 줄리처럼 하루 한 가지 주제를 가진 저널을 쓰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내가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일까 주제를 먼저 정하는 고민으로 이어졌다. 당시 사업자 등록하고 자영업 시작한 지 10년을 앞둔 터라 청년사업자로 10년의 기록을 해보겠다며 ‘숲-10년의 기록’ 이런 제목을 달고 뭔가 꽤 열심히 글을 올리’려고 했었’다. 뒤가 둥근 아이폰3 쓰던 시절, 사진은 디에쎄랄로 따로 찍어 편집해 올리던 블로거들이 등장한 시기였으니까. 나도 뭐 시작만 하면 그들처럼 될 줄 알았지 뭐. 그러나 글을 쓴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 일인지... 하나 하나 (게다가) 사진과 함께 글을 완성하는 일은 내겐 너무 벅찬 일이었고 지금도 쉬운 일은 아니다. 글을 쓰는 것도 운동과 같아서 근육이 따로 있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러다보니 일 년에 세 번만 써도 괜찮으니 한 번 쓸 때 열심히 그때의 감정을 기록하자고 마음을 먹었었다. 


    그래 그렇게 시작과 함께 사그라진 10년의 기록을 남길 시작하던 그 시기에 나는 (게다가) 잰척허는 블로거들이 꼴뵈기가 싫으니, 네이버가 아닌 플랫폼을 쓰겠다며 블로거 앱으로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 꽁꽁 숨어 제발 나 좀 찾아와 봐 달라며 웅앵웅앵 했었지. 내 기억엔 지금은 그 블로거 앱 서비스 더 이상 안 하는 거 같고, 그래도 열심히 찾으면 어디 그 때 썼던 ‘주옥같은’ 손발이 오그라 드는 글들을 볼 수는 있는 거 같긴 해.


    이 브런치 앱이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를 돌아보아도 그렇다.  ‘내가 쓴 글이 책이 된다’는 프로모션에 홀려, 그래!  다시 시작해 볼 테다! 하고 결의에 넘쳐 덜컥 가입을 했는데, 가입을 하고 둘러보다보니 아니 나 글빨도 말빨도 그냥 사는 게 이렇게 재미가 없는 사람이야.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귀찮고 허무하기 짝이 없어.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이 뭔지 알고 일필휘지 현란한 문장이 넘쳐나는 (혹은 담백하지만 그래서 더 현란한) 글쟁이, 스토리텔러들이 넘쳐넘쳐! 


눈팅 조차 너무 버거워 글이 써지기는 커녕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난독 난서, 난작의 시기를 맞이해 버린 것이었던 것이다.


    에버노트가 유료화가 되기 전부터 다운받아 쓰고 있기도 해서 오랜만에 열어보니 아이구 첫 글부터 눈을 뜨고 읽을 수가 없는 우울의 글로 시작해버려! 실눈 뜨고 우울의 동굴 시절의 글은 싹 다 삭제해 버렸기도 했고. 이후 진짜 일 년에 몇 번도 아닌 몇 년에 한 번의 글들이 등장하는데, 남겨진 글들은 매 글마다 내가 다음에 언제 또 글을 남길지 모르겠고, 앞에 쓴 글이 벌써 몇 년, 몇 개월 전의 글인데 나는 또 다시 넋두리를 풀고 있고. 세상은 재미가 없고 감정을 나눌 데가 없어 우울하고 이렇게 잡생각을 하는 걸 보니 열심히를 안 살고 있어서 그런 거 같으니 앞으로는 좀 더 으쌰으쌰하고 화이팅하고 좋은 생각하고 준비하는 삶 즐거운 삶을 살아보자 그런 어조가 무한 반복하고 있더라.


    그래서 이 글도 역시 그런 류의 반성문이기는 한데, 이런 내용을 올린 글이 두 개 밖에 없는 텅 빈 브런치앱에 올리게 된 것은 이유가 나름 생겨서이다.


    수년 전 10년의 기록을 꿈꾸며 정하고 싶었던 큰 카테고리를 만들기 위해서 라고 하자.

    반성문도 쌓이니 장르가 되어버렸다는 걸 반성하기 위해서라고 하자.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미래의 나야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이길래 이따위 푸념을 늘어놓고 있는 거게? 라고 답도 없는 수수께끼를 내고 있는 과거의 내가 남긴 반성문들을 곱씹는 챕터를 만들어 보기 위해서라고 하자고.


    그러니 혹시나 어쩌고 저쩌고 흘러흘러 이 이상한 글을 읽고 있는 알 수 없는 누구님이 있다면, 사람이 나이 먹어도 변하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구나~ 첫 단추를 잘 끼우고 뭐든 꾸준히 해야지 이 언니처럼 안 되겠구나~ 라는 그러한 교훈을 얻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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