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남들에 비해 올바른 식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에서야 안 것이지만 이것은 상당한 착각이었다. 최근 식습관이 조금 깨지긴 했지만 그래도 양호한 편이라 믿었는데 말이다. 나는 소화 능력이 약한 편이고, 춤이나 무용을 좋아해서 먹는 것에 신경을 쓰는 편이었다. 되도록 소식을 하려 했고, 몸에 안좋다는 것들을 안먹으려고 노력해왔다.
그런데 비교적 최근 동네에 생긴 까페를 자주 가며 이 패턴이 깨졌다. 맛있는 빵을 파는 까페였는데 점심 즈음 가서 작업을 하며 자연스레 빵을 많이 먹게 되었다. 꽤 오랫동안 속에도 안좋고 살찐다고 멀리 했는데 말이다. 그리고 요즘 경기가 안좋아서 동네 밥집들이 많이 문을 닫았기에 다른 선택지들이 없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전 일본 여행을 다녀오면서도 느낀 것인데 한국 식당들은 기본적인 제공량이 너무 많다. 사실 한 명이 가서 맘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도 많지 않다. 일본은 식당에서 밥을 혼자 먹는 혼밥 문화가 많기도 하고, 워낙 소식하는 사람들이 많아 전반적으로 음식의 양이 많지 않다. 물가가 오르니 양도 많고 비싼 한국 식당 가기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남은 선택지는 분식이나 까페 등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밥보다 밀가루 음식을 먹는 비중이 높아졌던 것 같다. 단 음식은 원래 좋아했기에 최근 한국에서의 디저트 열풍 덕에 더 그랬고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건강 검진에서 한 번도 문제되지 않았던 몇몇 수치들이 경계선에 있는 것으로 나와 추적 검사 중이다.
거기에다 몇 달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하고 무리해서인지 이번 겨울 감기도 잘 낫지 않았고, 그 여파로 알레르기성 비염과 기관지염이 올라와 계속 이비인후과를 다녔다. 이런 적이 별로 없었기에 안되겠다 싶어서 알러지 검사를 제대로 받아보기로 했다. 건강 보험 적용이 되는 급성 인자 검사와 그렇지 않은 지연성 인자를 모두 받은 것이다.
처음 검사 결과지를 받고 너무 당황했다. 급성 인자 검사에서는 크게 나온 것이 없었는데, 지연성 인자 검사에서 내가 거의 매일 먹고 있는 음식들이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알러지 인자 음식을 자주 섭취할 경우 각종 소화 문제, 염증 반응, 아토피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내가 경험한 안과나 이비인후과 질환들도 흔히 동반될 수 있고 말이다.
사람들이 저마다 너무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체질도 마찬가지이다. 그 사실을 모르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간 왜 그렇게 나 자신에게 소홀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급성말고 지연성 알러지 검사도 중요하다는 것과 알러지가 어떤 증상이나 질환들을 일으킬 수 있는지 잘 몰라서 그랬던 것도 있었다.
옛 어른들이 음식은 보약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고 알려졌어도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음식은 체내 독성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면역력이 좋으면 알러지 증상을 이길 수도 있겠지만, 또 한 편으로는 건강한 면역 작용으로 알러지 반응이 발생하는 측면도 있다. 몸이 안좋은 것을 먹지 말라는 다양한 신호들을 보내며 우릴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문득 내 몸인데 오랫동안 참 몰라줬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무엇을 좋아하거나 불편해하는지 제대로 모른 채, 남들이 건강에 좋다고 하거나 먹기 간편하고 맛있는 것들을 별 생각없이 먹어왔던 것이다. 가끔 내가 참 내 마음을 잘 몰라준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번을 계기로 몸은 더 몰라준 것 같아 당황스럽기 그지 없는 마음이다.
흔히 마음의 소리를 잘 들어보라고 한다.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자신의 마음의 소리 중 소외된 부분이 없는지 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몸도 마찬가지였다. 알러지는 몸이 우리에게 하는 이야기이다. 무언가 맞지 않는 상황에 노출되어 있거나 안맞는 음식을 섭취하고 있다고 알리는 것이다. 마음뿐 아니라 몸이 하는 이야기도 잘 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