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가을밤의 행복
요즘 리사이틀을 많이 못보고 협연을 많이 봐서 그런지 갈증이 조금 있었다. 첼로 공연을 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다니엘 뮐러 리사이틀이 눈에 띄어 바로 예매를!
왕자님 같은 외모에 차분하고 감미로운 첼로 연주는 정말 반칙 아닌가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런 사람 몇 명은 있어도 괜찮잖아요 ㅎ 가을에 이런 공연은 또 너무 잘 어울리기도 하고.
프로그램은 클래식 하면서도 컨템포러리가 살짝 들어가있는 꽤 밸런스가 좋았던 공연이었다. 베토벤, 슈만, 브람스의 곡들이야 뭐 어떤 악기로 들어도 좋은 곡들이 많고..
그런데 오늘 프로그램 중 컨템포러리를 담당한 베베른 (A. Webern) 의 발견이었다. 쇤베르크의 제자라는데 확실히 불협 화음의 무드가 곡을 이끌고, 하지만 첼로라 그런지 확실히 크게 거슬리진 않았다. 다만 곡의 피날레랄지 이런 구성마저 없으니 관객들이 언제 끝나는지 몰라 박수 없이 다음 곡으로 넘어갔다는 ㅎ
1부가 베토벤, 슈만으로 약간 선배 음악이었다면 2부가 베베른, 브람스로 후배 음악 구성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2부가 더 취향이었다. 같이 연주해주신 조재혁 피아니스트님은 정말 안정적으로 곡들을 연주해주셔서 너무 좋았고..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로 이어진 앵콜곡은 더 좋았다. 익숙한 멜로디의 쌩상스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 쇼스타코비치 첼로 소나타, 슈만의 랑잠을 들려주셨는데 내 원픽은 쇼스타코비치! 첼로에서 이렇게 다채로운 사운드를 들려주다니 역시 분위기 최고였다.
오늘 연주를 들으며 조금 더 작은 곳에서 더 가까이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건 아마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진짜 첼로만큼 거슬리지 않는 사운드 찾기 힘들 거라는 것. 그냥 딱 한 음을 활로 그리는데 왜 이렇게 좋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