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주회를 다니면서 느끼는게 브람스 음악의 재발견 같은 것이었다. 한국인들이 그렇게 좋아한다는 라흐마니노프도 크게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의 곡들이 내향적으로 느껴져서 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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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자꾸 이 책이 생각났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참 특이한 제목이라고 생각했던 책.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은 이게 처음이었는데 정말 오랫만에 책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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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과 클라라, 그리고 브람스의 삼각 관계는 클래식 음악팬들 사이에는 너무 유명한 이야기이다. 이 책에 나오는 로제, 폴, 시몽도 어쩐지 저 세 인물을 떠올리게 만든다. 브람스에 대한 클라라에 대한 짝사랑은 폴을 향한 시몽의 한결같은 마음과 겹쳐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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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아마 이 책의 제목은 폴이 시몽을 선택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Aimez-vous Brahms..." 라는 문장 뒤의 말줄임표도 메세지를 닮고 있다. 옮긴이의 해설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이 유독 브람스를 안좋아해서 연주회 갈 때 저렇게 물어보곤 한다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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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즈 사강이 68혁명 세대의 대표적인 인물이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그리고 그녀의 중독과 도박으로 점철되었던 인생을 생각해보면 브람스와는 어울리지 않았던 것일까? 이건 조금 더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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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인 폴은 악성 나르시시스트인 연인 로제에게 받은 오랜 학대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그러다 자신보다 열네살인가 어리고 미남인 시몽이라는 청년의 열렬한 구애를 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는 사랑 받는 행복보다는 상처 받는 불행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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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결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거나 불만을 표시하기도 하는것 같다. 나같이 나르시시스트 문제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피해자 심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여길 것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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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계속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부부가 떠올랐다. 마크롱은 24세 연상인 여성과 결혼을 한것으로 알려져 많은 관심과 인기를 받기도 했다. 프랑수아즈 사강이 살아있었다면 마크롱 부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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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서 폴은 권태가 두렵다고 이야기하며 로제를 선택한 것 같지만, 사실 로제 역시 관계적 학대를 지속할 것이지 않은가. 시몽이라는 젊은 남자와 자신이 같이 다닐 때 타인들에게서 받을 질시라는 권태가 더 두려웠던 것일까. "봄날은 간다"와 "섹스 앤더 시티"의 원형처럼 보이는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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