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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현주 Jul 25. 2021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인류 역사에서 젠더가 중요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고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석사 때 사회학, 문화와 젠더 연구를 하고 한국의 여성 혐오에 대한 질적 연구를 하여 논문을 썼다. 인류학, 문화 연구에 대해 보다 심도 깊게 배우며 관심 주제들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진학한 박사 과정에서도 젠더는 항상 중요한 차원이었다.

한국 사회 문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97년말 IMF 위기 이후의 청년 실업 세대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하게 된 인문 사회적 학문 탐구의 여정은 정말 쉽지 않았지만 필요했던 과정이 아니었나 싶다.

도저히 모른 척 할 수 없는 사회의 부조리들, 기본적인 상식이라는게 비정상인 문화들에 대해 상당히 아픈 과정을 통해 하나씩 밝혀 갔고 지금은 그런 시간들을 통해 조금은 자유로워지고 또한 단단해진 나 자신을 본다.

이 책,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은> 은 오늘을 살고 있는 젊은 여성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고통과 고민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IMF 위기 이후 급격히 달라진 상황 속에서 부모 세대와 청년 세대는 큰 소통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들에 대한 달라진, 혹은 달라지지 않은 기대들로 인해, 여성들은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로서 10년 넘게 상담을 해오다가 젊은 여성들 가운데 심리적, 정신적 문제들에 젠더가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깨닫고 여성학 석사 과정에 진학했다고 한다.

상담 역시 한 문화권의 인간이 하는 것이기에 절대적 객관성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어려웠던 시기 불면증을 겪으며 상담 치료를 받을 때 개인적으로도 크게 느꼈던 것이 남자 상담자나 혹은 젠더 감수성 없는 상담자들이 불편하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나처럼 젠더 이슈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들에게 이런 감수성이 별로 없는 상담사들과는 대화 자체가 하기 싫었다. 상담사와의 관계도 일반 사람들과의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들이 일반인과 다른 것은 정신과적, 심리학적 트레이닝을 받았다는 것 정도이다.

물론 젠더 감수성이 조금 부족하다고 하여도 그분들이 가진 정신과적 전문성이나 심리 상담적 스킬들이 필요없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도움 받을 만한 점은 분명히 있다. 다만 잘 취사선택하여 골라 들어야 한다는게 조금 이슈이긴 하다.

책 제목이 "여성들을 위한 심리학" 이기는 하지만 심리 상담의 기본들이 골고루 다루어져 있기도 하고, 최근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과 어려움의 이유들에 대해 살펴보고 싶다면 좋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일 것 같다. 특히 오늘날 여성들이 가진 어려움들에 대해 이해해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공감할 수 있는 지점들이 많을 것 같다.

p.s. 북 커버 아트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데 그림 자체가 마음에 든다기 보다 뭔가 색감의 선정이 마음에 든다. 차분한 그레이쉬 라일락과 홀로그래피 느낌의 푸릇푸릇, 초록초록한 이런 컴비네이션 내 취향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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