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책들이 겉보기에는 매끄럽게 읽힐거 같아도 막상 읽기 시작하면 꽤 페이지가 잘 안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소위 음악 이론적 TMI 가 너무 많은 경우도 있고 건조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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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 책, "송사비의 클래식 음악 야화" 는 그런 느낌이 없고 재미있게 잘 읽히면서도 나름 중요한 인포들도 잘 담겨 있어 좋았던 것 같다. 특히 발레에 대한 로망이 있던 그녀라 발레 음악에 대해서도 꽤 잘 정리된 파트가 있어 플러스 점수를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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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저로 멘델스존 이야기였다. 안그래도 얼마 전에 선우예권님 연주 유투브로 봤을 때 멘델스존곡이 제일 좋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모든 클래식 작곡가 중 가장 리치했던듯?! 어린 멘델스존이 음악에 재능이 있다고 오케스트라를 사준 부모님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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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19세기 낭만주의나 인상주의 이후, 그러니까 다소 현대적인 느낌의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라벨과 드뷔시 이야기할 때 라벨의 스승으로 언급은 되었지만 따로 다루어지지 않은 가브리엘 포레에 대해 궁금해졌다. 이번 국립발레단이 공연한 주얼스에서도 가장 관심이 가는 작곡가였고 말이다. 내 최애곡인 라벨의 라발스 이야기도 나왔음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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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사에서 슈만-클라라-브람스 삼각관계 만큼이나 유명한 브람스-바그너의 대립 관계 이야기도 나왔다. 난 무조건 브람스. 바그너 극혐하는 편. 나한테 바그너 공연 보러 가자고 한 사람이 있었는데 정말 싫어했던 기억이 있다. 마치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처럼 "바그너를 좋아하세요?" 라고 누군가 내게 물으면 "극혐합니다" 라고 얘기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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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20세기 이후의 현대 작곡가들 이야기도 나왔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20세기를 살기는 했지만 모두 19세기 출생자에서 끝나고 있어서 20세기 출생 작곡가들 이야기도 좀 있었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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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떤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 책을 읽는지 상관없이 참 사생활 정신 없고 정신 건강 좋았던 사람이 별로 없었구나 싶었다. 특히 30대에 단명한 사람들 정말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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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유독 눈이 가던 사실은 "러시아 정교회"의 화려한 활약이었다. 개인의 삶을 제단하고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기도 했던 종교. 러시아 정교회, 카톨릭, 기독교, 이슬람, 불교 등 종교라는 것의 교조적 태도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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