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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공장 Oct 21. 2023

리셉션이 있는 책 행사를 했습니다

#39 단 20분 안에 당장 내일 오전에 행사를 하기로 정했습니다

**지금 현지 시간 새벽 2시입니다. 내일 당장 7시에 일어나서 두 건의 책 행사를 해야해서 메모처럼 남긴 날것의 글을 그냥 올립니다.**



멋진 호텔 카페에서 미팅을 했다. 이런게 여행이고 행복이구나 싶었다.


줌 회의 도중 그저께부터 연락하던 이벤트 담당자에게 문자가 와서, 지금 회의 중이고 3시에 끝나는데 3시 10분쯤에 전화를 줘도 괜찮냐고 물었다. 그러기로 했다.


나는 회의를 조금 일찍, 2시 50분에 나가고 원래는 오늘 저녁 행사를 준비하려고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글을 쓰고 싶었다. 동시에 담당자에게 뭐라고 말할지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결국 이도저도 아닌 채로 전화를 걸었다. 뭐든 솔직하게 말해야지 하는 식으로.


전화를 하고 감사의 말을 정했다. 


소냐는 그녀의 Concern을 공유했다. 그녀의 Concern은 엄청 오랫동안 여러 군데에 홍보를 한 행사에 단 3명이 왔다고, 똑같이 여러 군데에 홍보를 한 행사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했다. 무엇을 원하냐는 질문이 떠올라서 내가 오랫동안 홍보를 하는 것이 아이딜하고 행사에 한 20명 오는 것도 좋겠지만, 나에게는 시간이 없다고. 그리고 몇 달 전에 준비하는 게 영국 문화이기 때문에 사실 당신이 연락을 준 게 난 너무 놀랍고 고마웠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내가 생각하는 행사는 어떤 건지 나눴고 (내 책을 가지고 하긴 하지만 creative writing session이라고. 뭐든 창작할 수 있고) 한 사람이라도 연결되고 사람들이 뭔가를 얻어갈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근데 내가 원하는 건 도서관과 파트너십으로 하는 거라고. 파트너십으로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과 지역 사회에 기여를 하고 싶다고. 나도 도서관에서 많은 걸 얻어가서 그걸 나눠주고 싶다고 하니까, 뭐라고 하니까,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장소가 두 가지가 있다고 내가 필요한 게 뭔 지, 내가 생각하는 ideal한 게 뭔 지 물어서 (Separate room or the Main library area) 나도 시간이 없기 때문에 한 가지 아이디어로 drop-in session을 제안한 거라고. 장소가 그렇게 좋진 않을 수 있다고, 책장을 옮기거나 해야한다고 했다. 그럼 Meeting room 이 좋을 것 같긴 한데 그럼 사람이 오지 않을 거라고. 그래서 결국 the main room이 나을 것 같다고는 했다. 근데 자기는 on-site 사람이 아니라고 on-site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고 나에게 메일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내가 이 도서관에서 모든 행사에 대관료를 받는다는 건 알겠다, 라고 하니까, 아니라고, 다른 책 행사 같은 경우 도서관에 와서 단지 자신들 책 프로모션만 하고 가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게 했고 너의 경우는 so much more than that이라며 대관료는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이 on-site 담당자에게도 그렇게 말해놓겠다고 했다. 이 모든 대화를 10분 안에 끝냈다.



3시 33분, 즉 전화를 끝낸 지 15분도 채 되지 않은 채 답장이 와서 바로 다음날, 토요일 21일 10시 30분에 하기로 했다고 이야기를 마쳤다고 했다. 담당자도 CC 하면서 그날 수퍼바이저들한테 다 알려 놓겠다고, 이벤트 관련 포스터, 이미지가 있으면 보내달라고 했다. 만들어 놓은 포스터에서 수정을 할까 하다가 하지 않는 걸 선택했고 (시간이 없었고 나는 Mayfair로 이동을 해야 했고 그들도 바로 업로드를 해야 했기 때문) 메일 첨부에서 오류가 나서 컴터가 꺼지고 그랬지만, 결국 네이버로 보냈다.


이게 정말 놀라운 게 이런 일이 영국 문화상 일어날 수가 없다. 심지어 한국문화원 담당자 분도 내가 이 짧은 시간동안 이벤트를 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고 했다. Mayfair library도 거의 2주를 가졌는데 내일 하게 될 행사는 진짜 즉석에서 정해졌고 24시간도 없었다.



이메일을 보내고 책 행사가 있는 Mayfair library에 가기 전 Waterstones, Gower Street에 들렸다.



여기서 책 행사를 하는 게 내 꿈 중 하나이다. 벽에 이벤트 일정이 나와있는 달력을 보면서 느낀 건 내가 이곳에서 행사를 하는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작 이번에 문을 두드려보지조차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당장 내일 밤이나 일요일에 시간을 만들어서 연락을 해야겠다 싶었다. 


1층에 올라가니 (한국 기준 2층),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이 모두 거기에 다 있었다. 일/월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서 꼭 다시 오자. 짐도 얼마나 있는지 보고 책을 사가지고 갈 공간을 만들자. 내가 사랑하는 공간을 왜 지금까지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이라도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Mayfair library 가는 길에 그 주변을 배경으로 한 원고를 떠올리며 주인공이 되어 길을 걸었다. 첫 에피소드는 금요일 퇴근 시간이 배경인데 분주한 거리를 걸으면서 소설 속 배경에 푹 빠졌다.


30여분을 걸어 도착한 Mayfair libary 진짜 주변도 멋지고 여기도 너무 멋지다. 내가 오늘 행사를 한 장소에서 1월에 결혼을 할 거라는 커플을 만났다. 권위가 엄청 느껴지는 책상과 높은 의자가 나에게 주어졌다.


담당자인 Eli는 수요일 행사가 어떻게 됐는지 물었다. 그날 따라 비바람이 엄청 들이 닥쳤다고 원하는 대로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고 하자, 이벤트를 신청한 사람의 수를 읊고 무료 이벤트는 주로 50%만 나타나는 통계를 하면서 정확히 몇 명만 와도 성공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큰 관심이 있는 스코틀랜드 신사 이안이 한글 책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고 내가 내 책은 찾기 어려울 거라고 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데 넬슨이 왔고 20분이 다 되서 이제 시작하려고 하는데도 계속 말을 했다. 내 말을 듣기 보다는 말하는 걸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일단 시작하자고 하고 다들 의자에 앉았다. 막 setting the intension for the evening을 하는데 바바라와 로렌조가 들어왔고 한참 뒤 writing session 전에 알렉산드라가 들어왔다. 



제목에 관해 이안이 The Word’s factory ;  The Word’s Factory냐고 물었고 나는 그대로 The Words Factory라며 제목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말했다. 이름을 듣지 못한 한 여성분은 작가가 원하는 대로 keep해야한다고 코멘트했다.



번역에서 뭘 중점을 했느냐, 넬슨이 물었고 나는 유머를 가장 중요시 했다고 했다. 번역과 관련한 이야기가 오갔고 올해 서울 책 행사에서 안톤 허 번역가님의 이야기를 들은 걸 나누면서 나는 직역보다는 의역이 좋다, 이번에도 몇몇 부분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도착어에 맞는 내용으로 유머를 살리는 걸 목표했다고 나눴다. 번역가님을 만난 것도 행운이라고 나눴다. (번역가님 보고 계신가요? ㅎㅎ)


한글 책과 영문 책 모두를 보여줬다. 한글 책 내부를 보여주면서 내가 다 디자인 했다고 나눴고 원래 책으로 만들 생각이 아니었다고 했다.


책으로 만들게 아니라면 뭘 할거냐고 물었고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주변에서 책으로 내보라고 한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책으로 나오지 않았을 거라고.



책에 대해서 나누고, intension을  setting하고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는지 나에 대해서도 나누고 


Writing practice를 했는데 지금까지 행사를 진행하면서 처음으로 이안과 여자분이 글을 쓰는 시간에 글을 쓰지 않는, 즉, instruction을 따르지 않는 걸 경험했다.


이안이 전혀 적지 않았고 자기는 유럽 사람들처럼 정제되어야 적을 수 있다고 했는데 나는 단 10분이라도 좋으니, 인생에서 한 번 만 한 번 해보라고 초대했다. 초대라는 단어를 많이 썼는데 나중에 방명록을 써달라고 넬슨에게 부탁하면서 초대라고 하니까 이안도 넬슨도 말이 많았다. 결국 이건 mandatory라고 했다. 나중에 넬슨과 알렉산드라가 내가 그대로 내 의견을 고수하고 이안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꽤 인상적였다고 했다.



사람들의 리뷰가 정말 좋았다. 질의응답도 좋았고 명상도 좋았고 글쓰는 시간도 좋았다고. 10분이 정말 짧았다고 알렉산드라가 말했고 바바라는 정말 creative하게 글을 종이를 돌리면서 적었고 넬슨은 이런 시간을 가져야지 했는데 시간이 없어 못하다가 이번에 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고 했다.



이안이 프랑스 번역이 이뤄질 건지를 물어봤다.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늦게 시작해서 그런지 늦게 끝났고 온 사람들과 한 명 한 명 다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고 이안이 계속 자신의 한국과 관련된 경험을 이야기해서 관심을 가지고 나와 이야기 하려고 했다는 것은 고마웠지만, 다른 사람들과도 얘기하고 싶었고 엘리를 도와 행사장을 치워야겠다는 생각, 리뷰를 받아야겠다는 생각, 기록을 해야겠다는 생각 등에 집중하지 못했다. 


오늘 온 사람들이 모두 내 다음 책 행사 때 만나자고 완전 계속 신나서 말하고 헤어졌다. 내가 다음 행사에 관한 가능성을 만들기 전에 이미 매년 만나는 걸로 만들어준 독자 그룹 <3 정말 사랑스러웠다. 이러니 계속 글을 쓸 수 밖에. 웃음이 많고 사랑이 많았던 시간이다. 이번 여정을 에세이로 쓴다는 걸 말한다는 걸 잊었다. 내일 있을 행사에서는 꼭 말할 수 있게 적어놓았다.


내일은 어떤 하루가 될 지 너무 기대가 된다.


행사도, 만날 사람들도, 자세히 적을 것도 많다. 내일은 이동하면서  나를 위한 시간 확보하기!



엑셀과 숫자를 사랑하는 소설가로

유럽,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살았습니다.

코로나로 4년정도 국제여행을 하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 보러 여행 왔다가

책을 내고 

외국에서 책 이벤트까지 하게 된 여정을 담았습니다.


워낙 매일 영화같은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일상이라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 무지 기대됩니다.


총 6주 동안 여행하고 있고

오늘은 39일째입니다.

남은 3일 동안

매일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올라오지 않으면 독촉 부탁합니다)
 

정제되지 않은, 여행지에서 바로 전하는 진행형 글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생생한 스토리를 사진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hyunju_writer


해외에서 이벤트를 준비하는 책이 궁금하다면: 

The Words Factory (영문 버전) 혹은 글공장(한글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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