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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공장 Oct 20. 2023

북튜버 인터뷰 하기

#38 앤드류 스캇을 만날까 내 친구를 만날까.......

어제 비를 맞고 돌아다닌 게 문제였는지, 아니면 늦게까지 글을 쓰다가 잔 게 문제였는지 예상보다 늦게 일어났는데 몸이 무겁고 피곤했다. 생리가 시작할 거라는 걸 알았으나 꼭 감기 몸살이 오는 것 같았다. 그러다 밖에 나가자마자 몸살이 오는 중이라는 걸 알았다. 몸이 물에 적신 솜마냥 축 늘어지고 머리에서는 땀이 나며 손바닥에서 미열이 느껴졌다. 몸 조심하겠다고 한 나에게 코치님은 무엇을 조심하겠다는 거냐고 물었고 그제야 나는 실제가 없는 말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1. 비타민 C를 사먹어야지

2. 되도록 실내에 있어야지

3. 5시에 집에 돌아와 오늘은 11시 전에 취침하겠다

3. 고칼로리 고영양가 음식을 먹겠다.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세우고 나자 들었던 생각은 만약 내가 감기에 걸렸거나 아프다면 원래 만나려고 했던 친구네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프라이벳 책 행사를 해도 되겠다는 거였다. 뭐든 다 하고 싶고 쉬지 않고 놀고 싶은 어린이의 내가 등장한 모먼트였다.


나 자신을 워워하고 오늘은 밖에 있지 않고 되도록 실내 카페에 있다가 집에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일수도 있지만 오늘은 꼭 관광을 해야지 마음 먹은 나는 V&A Museum으로 향했다. 가는 버스 안에서도 사실 내게 필요한 건 침대에서 푹 누워서 자는 거라는 걸 알았지만, 오늘 날씨는 화창했고 오늘이 아니면 정말 갈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V&A Museum에 도착. 샤넬 특별전을 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줄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는데 오늘 표는 매진이라고 했다. 멤버라면 들어갈 수 있다고 했는데 이거 원 멤버십을 반강제 강요하는 것 같았다. 내가 여기 살면 고려해보겠으나, 여러분, 전 곧 떠납니다!


원래 가려고 했던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V&A cafe는 완전 우와! 처음 들어가면 현대식 공간이 나와서 별로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데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마치 교회 속에 들어가있는 듯 스테인글라스로 된 유리와 돔형 지붕, 멋진 조명으로 된 공간이 나온다. 오늘은 뽑기에 실패했는지 기껏 여러 개를 시켰으나 맛이 없었다. (혹은 감기 전조 증상일수도!)


밥을 다 먹고 그 자리에서 노트북을 꺼내 메일을 확인 하는데 (요즘 어디에서나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나를 보면서 혼자 괜시리 멋져보였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왠지 아주 잘나가는 비지니스 우먼 같달까?) 어제 2시쯤 보낸 메일에 어제 바로 답장이 와 있었는데 내가 가기 전에 행사를 하자고! 시간이 별로 안돼 사람들이 얼마나 올 지는 모르겠지만 자기들이 원하는 내용이라고 가능한 시간과 날짜를 알려달라고 했다. 전화를 걸었지만, 담당자와 연결이 되지 않고 이번주 토요일 오전이 괜찮다는 메일 답장을 보냈는데 이번에는 무슨 말이냐고 토요일은 너무 빠르다고 적어도 2~4주는 필요하다고 180도 다른 온도의 메일을 받았다. 심지어 같은 사람이 보낸 메일이었는데 말이다.


또 한 메일은 내가 좀 더 오래 있다면 학교에 초대하고 싶다면서 일정을 알려달라고 했다. 


메일 답장을 보내다보니 오늘 인터뷰하기로 한 시간이 다 되어갔다. 카페 안은 시끄러웠고 노트북은 꺼지기 일보 직전이어서 일단 밖으로 나갔다. 인터뷰를 하기로 한 사람에게도 런던 중심가에 있어 주변이 시끄러울 수도 있을 거라고 양해해 달라고 메일을 보냈다. 


조용한 곳을 찾다가 근처 임페리얼 대학 화학부에 들어가 학생들 뒤를 따라가서 조용한 복도를 찾았다. 전화를 하기 전에 질문지를 꺼내서 세팅을 해놓으니 전화하기 직전 바로 학생들 무리가 우루루 내가 있던 곳으로 몰려 들어왔다. 


시끄러워서 학생들을 피해 복도 안쪽으로 이동하니 또 그곳으로 학생들 무리가 따라오더라. 마치 다들 일부러 나를 따라오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시간이 돼, 접속하니, 상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그 또한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다른 층으로 내려가다가 아무도 없는 것 같은 복도로 들어가고 또 들어가고 또 들어가니, 복도가 나왔고 벽에 소켓이 있어서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충전기를 꽂고 노트북을 켜고 동시에 핫스팟을 켜서 줌에 접속했다. 


중간중간 사람들이 지나가기도 했지만 그냥 했는데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걸 하는 그 모습이 내가 봐도 참 멋졌다.


인터뷰 대상은 북튜버인 앤드류였다. 내 책 The Words Factory의 홍보로 연락을 했다가 길게 메일을 보내게 되었고 내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해 에세이를 쓰고 있다고, 인터뷰를 해도 되겠냐고 하니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앤드류의 채널은 주로 코믹스만을 다루는데 앤드류는 약 4살 때부터 코믹스를 사랑했다고 했다. 먼저는 영국 코믹스를 읽다가 70년대에 미국 코믹스에 빠졌다고 (그의 나이가 몇 살인지 물어보지 않았지만 적어도 60년대부터 경험했던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망가는 80년대에 세인트 폴 주변에 있는 일본 책방에 들리면서부터 푹 빠지게 됐다고 그때부터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등 여행을 가면 현지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코믹스를 사왔다고 했다. 처음 산 미국 코믹스는 아직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원래 C++와 비쥬얼을 했던 사람이었는데 유튜브 말고도 관심사가 많다고 했다. 노래하는 것도 좋아하고 줌바도 추고 좋아하는 걸 하다보면 하루가 다 간다고 했다.


책 채널은 2020년부터 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2009년부터 하던 포토샵, 일러스트레이션 채널이 있다. 이상하게 거기가 더 잘된다며 거긴 아직도 하루에 300~400명의 뷰가 생긴다고 했다.


그림을 그리냐는 질문에 그는 수줍게 화면에 보이는 그림을 하나 가리켰다. 자신이 그린 엄마라면서 전문적으로 코믹을 그리는 게 꿈이라고 했다.


유튜버로서의 삶에 대해서도 물었다. 지금은 편집이 빨라서 찍는 것부터 편집하고 올리는 것까지 10~15분이 걸린다고 했다. 사람들이 남긴 모든 코멘트를 읽고 물론 감동을 주고 기분 좋게 하는 코멘트도 많지만 상처주려고 하는 피드백도 있어서 그때는 집 한 구석에 앉아 차를 마신다고 했다.


그의 뒤로 책이 보여 책이 많다고 하니, 집에 4000권의 책이 있다고 했다. 자신은 도서관을 사는 게 목표라면서 책이 4000권 정도가 되면 보관이 거의 불가능하고 여기 저기에 책들이 쌓여 있다고 했다. 난 미녀와 야수에서 나오는 도서관을 소장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한국의 만화책 문화도 알려줬고 웹툰도 나눴다. 나중에 메일이 오기를 한국 만화책을 오늘 무지하게 구매했다고 했다.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묻길래 발터 뫼르스라고 내가 알려줬다. 그도 그림을 그린다고 어쩌면 관심 있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앤드류가 혹시 내 책은 코믹으로 나올 예정이 없냐고 물었고 사실 그림책이나 영화로 보면 좋겠다고 한 독자들은 봤는데 이걸 그림으로 구현해줄 작가는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코믹으로 나오면 바로 리뷰를 해줄 것처럼 말했다.


코믹스로 유명한 런던의 두 서점을 알려주면서 한 곳은 판타지도 크게 다룬다고 했다. 오늘 바로 가볼까 하다가 오늘은 좀 자제하기로 하고 내일 강연 전에 가보기로 했다.


너무 재밌었다면서 에세이가 나오면 알려달라고 하면서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사람들을 만나고 에세이 작업을 한다고 하면 좋은 건 이 일이 꼭 일어나야 할 외부적인 이유가 하나 더 생기기 때문이다. 


오는 길에 비타민 C도 사오고 스프, 키쉬, 약을 사왔고 현재 시간은 11시 10분. 꺄아, 드디어 12시 전에 자겠구나.


토요일에 끝나는 앤드류 스캇의 연극의 표를 구해서 볼 지 친구와의 시간을 보낼 지 하루종일 고민이 됐다. 사실 하루 종일 고민하진 않았고 하루 종일 연극 표가 남았는지 홈페이지를 여러 번 새로고침 했다. (매진 중) 겨우 한 자리가 나왔는데 고민하다보니 연극 표가 사라졌다. 흑흑. 프란은 친구는 줌으로 볼 수 있지만 앤드류 스캇은 줌으로 볼 수 없지 않느냐며 연극을 보라고 하지만, 글쎄 연극을 안 지는 이틀이 채 되지 않았고 친구는 꽤 오래전부터 보기로 했었다. 이렇게 적고 나니 친구를 만날 것 같다..... 내일 한 번 더 표를 확인한다음에 깔끔히 포기하자.



엑셀과 숫자를 사랑하는 소설가로

유럽,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살았습니다.

코로나로 4년정도 국제여행을 하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 보러 여행 왔다가

책을 내고 

외국에서 책 이벤트까지 하게 된 여정을 담았습니다.


워낙 매일 영화같은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일상이라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 무지 기대됩니다.


총 6주 동안 여행하고 있고

오늘은 38일째입니다.

남은 4일 동안

매일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올라오지 않으면 독촉 부탁합니다)
 

정제되지 않은, 여행지에서 바로 전하는 진행형 글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생생한 스토리를 사진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hyunju_writer


해외에서 이벤트를 준비하는 책이 궁금하다면: 

The Words Factory (영문 버전) 혹은 글공장(한글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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