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공장 Nov 19. 2023

지식의 바다 속에서 내가 한 없이 작아질 때

시험 공부를 하거나 면접을 앞두고 있거나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있을 때 혹은 멋진 사람들과 일할 때 내가 작아지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다.



내가 오랫동안 몸 담고 있지 않았던 분야에서 그것도 그 분야의 최고라고 뽑히는 사람들 앞에서 면접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은 예전의 나라면 정말 쭈그러졌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떡하지 아는 게 없는데 시간은 너무 빨리 가잖아' 하는 생각들이 아침부터 스멀스멀 왔다. 이런 생각들은 항상 존재했고 난 일단 시간 안에 하기로 한 것들을 한다!!!!! 라고 외치며 2시간 30분 남짓 어려운 페이퍼를 읽었다. 읽다 보니 졸음이 가득해졌고 점심 시간이 시작하자마자 짝꿍에게 20분 뒤에 깨워 달라고 하고는 한 시간을 잠들었다. 한 시간 잔 것도 겨우 일어났는데 밥을 동시에 같이 먹어야 하는 게 중요한 짝꿍이 계속 부르고 으름장을 놓아서 겨우 일어났다.



일어나서 잠이 안 깨고 내 잠재의식 듣는데 안 좋은 이야기를 한 짝꿍에서 툴툴대고 동시에 사과하고 감사를 표시하고 점심을 한 가득 먹었다. 남은 점심 시간이 지나고 ‘나는 아는 게 없는데…’하는 생각이 또 올라왔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들로 시간 안에 하자는 마음으로 그냥 프레젠테이션을 만들기로 했다.



코치님과 문자를 주고 받다 보니, 

'내가 늘 지금 가진 것보다 높은 꿈을 이루려고 하기 때문에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당연하다, 항상 이 느낌/패턴일 것이다.

만약 지금의 나와 같은 수준의 목표를 잡는다면 아무 준비 안 하고도 성취할 수 있다’ 는 말이 정말 크게 와 닿았다. 



내가 지금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높은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건 정말 당연한 거구나, 이건 기본값이구나!!! 라는 유레카를 얻었다.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오늘은 전에 같이 일하던 분 앞에서 모의 발표를 해보기로 했다.



원래 4시에 연락하기로 했는데 6시 15분? 20분쯤 연락이 되면서 생각지도 못하게 바로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전혀 연습하지 않았는데 쭉쭉 나가서 놀랐다. 마지막에 가장 중요한 토픽 부분에 관한 답이 비어져 있다면서 어떻게 채울 생각이다 말하고 동시에 주제가 참 모호하다고 하니, 자기가 보기에도 굉장히 모호하다고 하시면서 피드백을 주셨다.



솔직하게 원래 4시에 보내기로 했는데 4시에는 보낼 수 없을 만큼 길을 잃고 있어서 좀 늦게 연락을 했다, 하니까, 전혀 느끼지 못했다며, 잘했다며 이미 필요한 게 다 들어가 있다고, 자신도 나와 비슷하게 준비 했을 거라고 말해 주셨다.



막힌 부분과 아직 무엇을 넣을지 모르겠다고 하니, 대화를 통해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셨다. 내가 뭐라고 말하면 그걸 적어보라며,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상기시켜주셨다. 사실 나는 다 알고 있었는데 나는 내가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검색을 하면 할 수록 왜이렇게 내가 모르는 지식은 계속 끝도 없이 나타나는지...) 상대 덕분에 내가 이미 알고 있고 느끼고 있던 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할 수 있었다.




난 아무것도 준비 된 게 없다,는 마음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보여 주기도 부끄럽고 그것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모의 연습을 하면서 생각보다 준비가 됐고 차분히 다듬는 시간만 있으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미리 연락해서 모의 연습을 한다고 말을 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보내 드리지 않고 혼자 끙끙 앓고 있다가 면접에 들어갈 것 같은데 그냥 하기로 한 행동을 하니 혼자 잡고 있을 때보다 가볍고 쉬워졌다. 



앞부분은 길어지니 빠지면 좋을 것 같다고 피드백 주시고 자신이 보기에도 주제 자체는 분명하지 않지만, 그래도 내가 이미 다 주제에 맞게 다룬 것 같다며 잘했다고 하셨다.



더불어 인터뷰는 언제인지 이건 언제 발표하는 지 물었고, 주말 안에 끝내야 하는 타임라인을 알려드리니, 쉬어야 하는 주말에 프레젠테이션을 만들고 보내야 한다는 건 너무 했다고 하셨다. (저도같은 마음입니다)



인터뷰를 보는 직책이 뭐고 하는 일이 뭔지 물어보셔서 말씀드리니, 딱 나를 위한 일인 것 같다면서 엄청 응원해 주셨다. 오랫동안 보지 않았던 분야를 다시 공부하면서 내가 ‘난 잘 몰라’, ‘난 충분하지 않아’의 공간에 자주 가서 나 자신을 작게 만들고 있었는데 상대 앞에서 최신 트랜드 업데이트 된 걸 줄줄이 말하는 걸 보니까 이 과정을 하는 것만으로 연습이 되고 자신감이 생겼다.



전화가 끝나니까 1시간 10분이 지나있었다. 전화하기 전에는 어떻게 할 지 모르는 채로 막혀 있었고 ppt를 보내는 것도 부끄러웠는데, 그냥 내가 하기로 한 과정을 하니까, 뭔가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는 느낌이었고 준비 되지 않아도 말로 설명하니, 그냥 할 수 있다, 오히려 내가 지금까지 머릿속에 넣은 것이 정리가 되면서 재창조가 되고 그러니까 그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감을 얻었다.



어제와 비슷한 경험이었다. 이 분야와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는 짝꿍에게 읽은 것들을 말로 설명하는데 머릿속에 들어왔는지도 모를 논문들과 보고서들이 정리되어서 짝꿍에게 논리적이고 재밌게 설명이 된다는 게 참 놀라웠다. 내 뇌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다만, 당장 내일까지 완성된 파일을 보내야 하는데 시간이 충분한가.. 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치만 어떻게 하나. 시간 안에 해야지...!




인터뷰도 하나의 도전일 뿐. 

모든 도전은 돌아오는 표가 정해진 영국을 다녀오는 것과 같다.

준비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고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정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완성’하고 끝내는 것.



나중에 청산 할 것을 만들지 않고 그냥 최선을 다한 뒤 시간이 지나면 완결하는 것.



그리고 항상 내가 하기로 한 선택과 방법을 지지한다. 




오늘의 원래 계획은 


8~830 프리라이팅

830~945 프레젠테이션 만들기

~1230 내용 준비

1230~2 점심

2~4 프레젠테이션 만들기

4시에 ppt 보내주기

6~9 프레젠테이션 수정

9~11 브런치/일지 쓰기


이었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늦잠을 잤다. 다행히 어제보다는 일찍 일어났다. 9시에 책상에 앉고 그 후도 아침을 먹고 준비 하는 둥 시간을 보내다 보니 10시가 됐던 것 같다. 


수정된 계획은 


~1230 프레젠테이션 내용준비

1230~2 점심

2~4 프레젠테이션 만들기

4시에 ppt 보내주기

6~9 프레젠테이션 수정

9~11 브런치/일지 쓰기

!


지금은 딱 23시!!

                    





매거진의 이전글 COP28/기후 위기에 정말 필요한 단 하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