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2시 혹은 그 이후에 잠들었는데 오늘 아침 8시부터 산뜻하게 일어났다. 인터뷰가 끝나서 마음이 가벼워진 건지 아니면 청소를 얼른 해치우고 싶은 마음인지... 아마 전자인 것 같다.
오늘은 대청소의 마지막 날. 일부는 고등학교 때부터 끌고 가져왔던 '버리기'를 넉넉잡아 일주일이면 끝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중간에 예상치 못한 면접도 잡히고 아프기도 해서 15일이 걸렸다.
오늘 구글 드라이브를 비우고 마지막으로 종이와 노트를 버리는 것만 하면 약 12년 만의 거사(?)를 끝내게 된다.
오전 내내 구글 드라이브 3개를 비우겠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냈다. 정리할 것이 없었던 건지 아님 그동안 내공이 생겨 버리기가 쉬워졌는지는 모르겠지만, 3개의 드라이브에 정말 중요한 파일을 제외하고 다 지워버렸다. 시간이 남아 드라이브에서는 지우지만 컴퓨터로 옮길 파일들까지 다 정리했다. 사진 파일은 외장하드로 옮겼는데 이미 저장된 파일 중 중복된 파일들이 있어서 삭제가 필요하다. 외장하드 정리까지 하다보니 원래 계획했던 3시간 30분 안에 끝냈다.
종이와 노트를 버리는 것에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해서 오후에 있는 미팅 전 시간을 모두 정리하는 시간으로 잡아놨다. 대신 30분의 짧은 점심 시간을 두었는데, 30분 점심 시간은 나에게는 너무 짧았다. 초과해서 50분을 쓰면서 종이와 노트 정리 시간을 줄였지만, 생각보다 작업 속도는 빨라, 이것도 시간 안에 맞춰서 끝냈다.
추가로 버리는 노트는 없었다. 다만 모든 노트를 연도와 시간 순서로 보이는 곳에 꽂아놔 필요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종이는 생각보다 많이 버렸는데 한 번 더 살펴 보자고 놔둔 것과 중요하다고 골라 놓은 것들 중에도 많이 버렸다.
이때 내가 했던 질문은 종이에 적힌 것이 미래의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
10년 전에 생각을 끄적여놓은 노트라도 지금의 나에게도 영감이 되는 것은 남겨두었고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2주 전에는 빼놨던 건데 다시 보니 필요하지 않는 건 과감히 버렸다. 자잘한 물건들을 담아놨던 정리 상자는 최대한 없앴고 파일함도 없어도 되는 건 없애고 자주 보고 이용했으면 하는 것들은 파일에 껴놓는 작업 중이다.
오늘 한 주를 돌아보며 앞으로 한 주, 한 달을 계획하는 작업을 하면서 몇 가지를 정리했다.
1) 앞으로 더는 청산이 필요 없는 삶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 양식
+ 무언가를 구매할 때 오랫동안 나와 함께 할 좋은 제품 구매하기
+ 정말 나에게 필요한 물건과 좋은 기운을 주는 것들만 남기기
+ 바로 쓸 수 있게 정리하기
+ 자기 전에 그날 책상 정리와 종이/문서/노트 정리하고 자기
어제 인터뷰에서 내가 원하는만큼 대처하지 못했다. 첫 번째는 이 과정 하나하나가 결과인데 과정과 결과를 분리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었든,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든, 행동 그 자체로 내가 도전했다는 결과이다. 두 번째는 그래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나는 내가 그동안 열심히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그동안의 노력을 작게 치부하는 말을 나에게 해주고 있었다. (악덕 사장)
'정말 잘했어. 수고했어.'라고 말해주는 대신에 '그래도 준비에서 최선을 다했어'라고 말했고
'최고야'라고 칭찬해주는 대신에 '애썼다'라고 말했다.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지만, 매번 열심히 최선을 다한 나를 내가 작게 대하는 경우가 많고 나와의 약속을 다른 사람과의 약속처럼 지키지 않아왔다. 내가 나를 충분히 인정해주는 행위가 필요하다는 걸 알아챘다.
영국에서 과거의 나와 조우하고 화해한 뒤 나를 온전히 사랑하고 인정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말해왔지만, 습관적으로 나에게 하는 행동과 말은 예전과 같았다. 나를 완전히 사랑하고 지지하는 방법으로 아주 간단하지만 확실하게 연습하기로 했다. 매일 5분동안 글과 말로 표현하는 것을 통해 나는 ‘인정’을 올해 마스터한다.
그래서 오늘부터 시작한 '5분 나를 인정하기' 프로젝트.
2) 나를 인정하는 행동
+ 하나의 도전이 끝나면 나를 위한 근사한 식사 자리를 갖는다.
+ 매일 내가 행동한 것들을 인정하는 시간 5분 갖기.
1. 내가 한 행동을 구체적으로 적기
2. 내가 한 행동에 대해 나에게 칭찬/인정을 해주는 영상을 남기기
<오늘 나의 행동>
8시 기상
클라우드 3개 시간 안에 정리
남은 종이와 노트 정리
15일만에 정리 끝
집안 청소 및 설거지 완료
영상을 찍어보니까, 어색해서 굉장히 경직되어 보였다.
좀더 감정을 넣고,
더 기쁨을 표현하고,
더 칭찬을 넣기.
표정 마저도 벅찬 표정으로.
너무 멋지다 대단하다 표현하기.
진심을 담기
카메라 응시하기
박수도 치고,
머리도 쓰다듬고,
머리 위로 환호도 지르고,
화아팅도 외치고
라는 피드백을 받고
즉석에서 다시 영상을 찍어보았다.
손뼉도 치고 고개도 격하게 끄덕였다. 어색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해주는 것처럼 나에게도 동의해주고 인정해주고 따뜻한 말을 해주는 연습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와 약속한 것들을 시작하는 시간, 끝내는 시간까지 마치 남과 미팅을 하듯 하기로 했다. 지키도록 애를 써보자.
또 발견한 건
3) 아주 작은 것도 결정을 미루는 습관을 보았다. 빠르게 결정해야 행동하는 것들을 정할 수 있고 그래야 배우고 성취하고 얻어. 가장 중요한 건 결정하는 시간을 줄이기. ‘결정’하기.
이번주말부터 한 주간 '생일 주간' 기념 휴가 (매년 생일이 있는 한 주는 나와의 데이트를 하며 휴가를 보내왔다) 인데 밀린 책을 읽고 싶고 좋아하는 작가의 영상을 보고 싶고 영화를 한 편 보고 싶고 미술관/박물관을 가고 싶다는 마음은 갖고 있었지만 어떤 책, 어떤 영화를 볼 지 구체적인 결정은 유보하고 있는 상태였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미리 결정해서 그대로 해보는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이왕 '새로운 존재의 탄생'이 주제인만큼 이번 생일 주간에는 해보지 않은 것을 해보기로 했다. 휴가 직전 '필'에 맞춰서...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휴가 때 구체적으로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영상과 영화를 볼 것인지 결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즉, 계획보다는 즉흥을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계획한 것들을 해보기로 했다!
특히 책 선정이 어려웠다. 읽고 싶은 책은 항상 많고 휴가 때마다 책을 정말 한 상자씩 가져갔는데 이번에는 딱 3권만 들고 가기로 했다. 이번 영국에서 가져온 소설 1권—따끈따끈한 신간으로 청소년 판타지 담당 매니저들이 엄청 추천해주셨다. 어떤 내용일 지 궁금. 한 권은 빠르게 읽을 책, 한 권은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고 싶은 책.
영국에서 느꼈던 것.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판타지/SF (+ 그 외 다양한 분야) 책들을 부지런히 읽어보자!
번외로 이번 휴가 때, 1년을 돌아보고 인정하는 시간 갖을 계획이다.
짝꿍이 사온 김밥과 라볶이로 저녁을 먹었다. 몇 시간 뒤에 생각해보니 그게 나만의 자축 시간이었다. 인터뷰가 끝났고 12년만의 청산도 축하한다는 의미에서 갖은 분식 타임.
1시간 저녁 시간 후 중복되는 파일을 지우겠다 계획에 넣었지만, 그건 그냥 안해가면서 좀 긴 저녁 시간을 보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드라마 요약 영상을 보면서 몇 달 만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영상을 보고 이야기에 몰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것도 나만의 자축 시간이었던 것 같다. 작은 일탈.
줄거리만 보고 작년에 본 청소년 판타지 소설을 드라마화 한 드라마인줄 알고 봤는데 완전 다른 내용이었다. 그리 많은 한국 소설을 읽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메이저 출판사에서 나오는 청소년 판타지 소설은 양도 별로 없는 데다가 단순하다. 드라마는 플롯도 설정도 캐릭터도 서사도 참신한 것도 많은데 이런 k 드라마보다 더 재밌는 소설을 쓸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긴 호흡으로도 작업하는 연습을 가져가보자!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내일부터는 내년 초에 출간 될 소설 편집 작업에 착수한다. 나의 모든 것을 원고 수정에 헌신하기로 결단했다. 12월 중순에 표지 시안이 나온다고 하는데 엄청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