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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Kim Aug 01. 2016

[변호사 사용법 #1] 우버? 그거 불법 아냐?

변호사 사용법

우버와 에어비엔비, 심야 콜버스 그러니까 공유경제 그리고 P2P 대출 등 핀테크, 그리고 쿠팡...

공통점이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요즘 뜨는 버즈워드라고 생각할 것이다.  변호사 입장에서 보자면, 그런 이야기 처음 들었을 때 떠오른 생각은 바로


그게 어떻게 돼?  그거 불법 아냐?


라는 생각이었다.  믿거나 말거나.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이다.  그리고, 얼마전부터 변호사들은 이런 점을 영업 포인트로 잡아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미리 변호사에게 물어 보았더라면..."


감히 이런 논조에 대하여 비판해 보고자 한다.  첫째, 크리스텐슨이 말하는 모든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은 불법이다.  그러니까, 미리 변호사에게 불법인지 여부를 물어 보았더라면, 어느 누구도 우버나 에어비엔비나 핀테크같은 것은 생각도 못했을, 생각은 했겠지만 감히 현실화하지 못했을 것이다.  원래 변호사는 보수적이다.  둘째, 물어 보았더라면?  감히 "불법이니 하지 말라"고 단정하는 변호사가 그렇게 많았을까?  또, 어떤 변호사가 그렇게 말했다면, 그걸 물어본 사람이 "아~~ 그렇구나, 하지 말아야겠다 ^^;; 고민 끝!" 이러고 접었을까?  나 같았으면 그렇게 말하지 않을 다른 변호사를 찾아갔겠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스타트업 변호사가 있다.  그에게 고객이 찾아왔다.  자문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는 "잠재고객"이다.  그가 사업 모델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심야콜버스라고 생각해 보자.  혹시 불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변호사는 어떻게 할까?  첫째, "그거 불법 아니에요?"라고 물어 볼 수 있다.  잠재고객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둘째, "그거 불법 같은데요..."라고 말한다.  잠재고객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니까, 이 일 하기 싫다는 뜻이죠?"  변호사왈, "아니, 그건 아니고..."  따라서, 조금이라도 숙련된 변호사라면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어차피 불법이건말건, 그건 내 알바 아니고..."  이렇게 생각하면서 투자 유치 과정을 도와 주고, 온갖 잡일을 다 도와 준다.  "어차피 이게 나중에 불법이라고 결론이 나더라도, 나는 손해볼 게 없으니까," 이렇게 생각한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미 잠재고객은 이런 사업모델이 잠재적으로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변호사에게 무엇을 물을 것인가?  "이거 불법 아니에요?"  이렇게 물어 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순진한 사람이다.  구글에 검색만 해 봐도 알 수 있는 시절에 불법이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쓸 사람은 없다.  어차피 그가 원하는 것은 투자자에게 불법이 아니라는, 적어도 심각한 불법은 아니고 (그게 사람 죽인 거나 도둑질같이 도덕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있는 법위반은 아니고) 그저 복잡한 법규정 때문에 현재는 불법이지만 곧, 언젠가는, 아마도 우리가 망하기 전에는 그 법이 바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변호사가 필요한 것이다.  굳이 자기가 그렇게 믿을 필요는 없다.  자기가 어떻게 생각하건, 그가 이 일을 하기 위해 넘어야 할 첫번째 장벽은 바로 투자자를 (잠재 투자자를) 설득하는 것 아닌가?  적어도 변호사가 그렇게 말해 주면 투자자도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지만, 아마도 설득당할 것이다.  적어도 이래야 수임료 값을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변호사가 완강하다면, 이제 협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흠, 제 생각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그러니까 그 법이 곧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신다면, 적어도 그 법이 곧 바뀔 가능성이 높다, 내지는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 의견을 써 주시면 안돼나요?  이미 미국이나 일본같은 선진국에도 벌써 그런 서비스를 하는 회사가 있는걸요?"  이건 협상이다.  협상에서 가장 큰 힘을 쥐고 있는 사람은 바로 협상이 실패하면 시도해 볼 수 있는 다른 대책이 있는 사람이다.  협상 전문용어로는 BATNA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라고 한다.  변호사에게는 무슨 대책이 있는가?  그냥 수임료는 물건너 가는 것이다.  스타트업 사장에게는 무슨 대책이 있는가?  다른 변호사에게 찾아가 또 물어 보면 된다.  협상의 관점에서는 변호사가 절대 약자이다.  만약 이게 불법이라면, 변호사는 그 사실을 (물어 보기 전에) 그렇게 말해 줄 의무가 있는가?  굳이 고객이 말하는 사업모델이 사업적으로 또는 법적으로 적절한지 확인할 의무가 있는가?  그게 범죄행위가 아니라면, 그럴 의무는 없다.  노련한 사업가와 여우같은 변호사가 만나면, 이렇게 해서 섬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서 생길 수 있는 시나리오는, 즉 경우의 수는 아주 적다.  첫째는 아마추어 사업가와 새내기 변호사가 만나는 경우: 사고다.  유일하게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블루오션에 아무도 없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노련한 사업가와 여우같은 변호사가 만나서 침묵의 카르텔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이 말하지 않았던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Whereof one cannot speak, thereof one must be silent. (Wittgenstein, Tractacus Logico-Philosophicus)


여기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침묵, 말해지지 않은 것에 귀를 기울이는 기술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내 경험으로는 여기에서 아주 많은 가능성이 생긴다.  노련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법은 최소한을 규정할 뿐이다.  그 나머지는 모두가 전문가 스스로의 판단의 영역이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침묵하는 것보다는 알면서 침묵하는 것이 더 낫다.  대개의 경우라면, 사업가는 사업모델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설명해 주겠지만, 그게 적법한지 여부는 물어 보지 않는다.  이건 침묵의 영역인 것이다.  그 대신, 그는 다른 일을 부탁할 것이다.  예를 들어, 투자계약 작성 같은 일을 부탁할 것이다.  많은 변호사들이 그 배후의 법적인 결함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다.  많은 경우 관심이 없고, 잘 몰라서...  또 많은 경우 알면서도 "다된 밥에 재 뿌리기 싫어서..." (Business Organization and Finance, Legal and Economic Principles를 쓴 Klein, Coffee, Partnoy는 영어로 "spoil the deal"이라고 표현한다)  어차피 다된 밥에 재 뿌려 봐야 수임료는 받기 힘들어지고, 앞으로 일하기만 힘들어진다.  

정말로 노련한 변호사라면, 아마도 단 둘이 있을 때 (즉, 잠재투자자를 만나는 자리가 아니라 그 전에)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어차피 이 문제는 제기되게 되어 있다.  애초에 그가 왜 투자계약서를 작성해 줄 것을 요청했겠는가?  

대화와 협상을 할 때 지켜야 할 제 일 원칙, 여기에서 사업가나 변호사 모두가 배워야 할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변호사라면 아마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온 이야기일 것이다).  답을 모르는 질문은 절대로 하지 말라.




경고: 나는 한국 변호사가 아니다.  한국에서의 상황은 많이 다를 수도 있다.  이 글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침묵에는 오만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침묵한다고 해서, 아무도 그런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거나, 또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또, 이 글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문제를 접했을 때, 변호사마다 대응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법이나 윤리규정은 기본적인 가이드라인만 제공해줄 뿐이다.  반칙에 대한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선수들이 똑같이 경기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위에서 한 말을 영어로는 "disclaimer"라고 한다.  한국어로는 "부인성명" 내지는 "포기성명"이라고 번역하는 것 같은데, 나로서는 아주 마음에 들지 않는 법률 용어 번역 10위 안에 들어가는 표현이다.  경고 정도로 번역하는게 좋겠다.  위에서 내가 한 말에는 한계가 있고, 그대로 믿지 말라는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말만 믿고 따로 확인하지 말고 바로 행동에 옮기지 말라는) 뜻이다.


변호사 사용설명서라는 시리즈를 통하여, 시간 날 때 변호사는 어떻게 다른지, 어떤 변호사가 자기에게 맞는 변호사인지, 변호사와 어떻게 교섭하여야 하는지 하는 내용들을 조금씩 풀어 보고자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이야기는 한국 변호사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경험한 것을 이론적인 관점에서 풀어 보는 것 뿐이다.  혹시나 한국 변호사와 유사점이 있거나 또는 (더 많은 경우) 차이점이 있다면, 유사점이건 차이점이건 다 우연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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