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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대리 May 17. 2022

비전, 능력, 그리고 책임감

-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낼 것

 벌써 5년차 직장인인 나에게 직장 생활의 중심을 잡아준 말이 있는데, 이는 직장상사도, 부모님도, 해주신 말씀이 아닌 바로 계절 학기에서 뵙게 된 교수님이  메일에서 나에게 해주신 말씀이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잘 구분해 자기 자리에서 지금처럼 열심히 해가시길 바랍니다.


 아직도 교수님에게 받은 이 메일은 캡처본으로 내 사진첩에 저장되어 정말 힘든 시기마다 내 배경화면이 되곤 한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라는 회의감이 드는 순간마다 항상 메일을 꺼내본다. 사실 사무실에서 일과 사람에게 치이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지려는 순간들이 있는데 이 한 문장은 내 중심을 잡아준다. 


 교수님의 수업은 학교 경영학부에서 굉장히 인기 있는 강좌여서 항상 수강신청이 어려웠다. 학점 받기도 어렵고 수업도 어렵지만 이만큼 꽉 찬 강의를 해주시는 교수님을 만나 뵙게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계절 학기에서 드디어 듣게 된 교수님의 수업에서 맨 앞자리를 지키는 나와 내 친구에게 교수님은 “둘은 절대 드랍(수강철회)하지 말고, 버텨라”라고 말씀하셨다. 말투는 딱딱했지만 그만큼 우리를 아껴주신다는 느낌이 들었고, 내 대학시절 강의 중에 손에 꼽는 인상 깊은 수업이었기에, 나는 졸업을 해서도 회사에 합격하면서 교수님께 기나긴 취준이 끝났음을 메일로 전해드렸다.


 그 때 받은 답장을 보고 자리에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저 한 문장이 아니더라도 메일에는 그간의 고생을 안아주는 엄청난 말들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치열했던 취준을 위로하는 문장이 가슴 속에 남았다면 지금은 직장에 들어와 한없이 무뎌지는 나에게 저 한 문장이 직장 내에서 나의 중심을 만들었다. 



하고 싶은 일(비전)과 해야 할 일(책임감)과 할 수 있는 일(능력) 사이에서 균형을 지켜내야 한다는 것. 


 비전이 있어도 내가 그만큼의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그 목표를 이룰 수 없고,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책임감을 지키는 일 또한 쉽지 않다. 일을 하다보면 책임감 없는 사람들을 수없이 보기 일쑤였고, 아무리 직급이 높은 상급자여도 책임감의 무게를 지지 않으려는 분들이 허다했다. 업무 시간 내내 한껏 일에 치이다 보면 퇴근 후에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과 체력을 낸다는 게 쉽지 않았고, 흘러가버린 시간 속에서 그동안 그려 왔던 비전은 흐려질 때가 많았다. 


 그 누군가가 지지 않은 책임감이 나에게 더해져 야근까지 하고 퇴근하는 날이면 나는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치열하게 취준을 겪은 결과가 이것인가?’하면서 회의감으로 마음이 시릴 때가 있었다. 그럴 때 이 메일을 다시 꺼내 읽으면,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 지금 내가 꾸역꾸역 하고 있는 것들이 떠오르면서 흐려졌던 지표가 다시 짙어진다. 그만큼 교수님의 저 말은 나에게 엄청나게 큰 지지대가 된다. 


 일에 대한 책임을 가지면서 비전을 이루기 위해 능력을 키우면서 10년차가 된 나의 모습은 어떨까.  

 원하는 모습을 그리면서 오늘 하루도 그렇게 버텨내본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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