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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매미 Jul 20. 2019

왕순이 5

<숨은 빛을 찾아서> 전시작 시리즈

“여기가 바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예요. 오늘은 집사가 센스 있게 창문을 딱 적당히 열어 놨군요. 인간들 눈엔 내가 하는 일 없이 놀기만 하는 것 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그건 팩트가 아니에요. 조금 전에도 웬 얼룩덜룩한 놈이 창밖에서 얼쩡대길래 하악하악 몇 번 해서 쫓아냈지요. 또 내가 집안 곳곳에 수시로 머무르면서 털을 충분히 묻혀 줘야만 이 집이 빛깔을 잃는 걸 막을 수 있어요. 이 벽도 내가 여기서 한숨 자고 나니까 색동 잠자리 날개 무늬가 되살아났잖아요. 내 영역 그 어느 구석이든 알록달록한 빛깔을 잃는 건 용납할 수 없어요. 그래서 나는 하루 종일 골고루 돌아다니면서 자야 해요. 그러니까 집사야, 방문 닫아 놓지 마라. 알았냐?”


  박영규‧박현경 2인전 <숨은 빛을 찾아서> (청주문화관, 2018. 10. 18.~2018. 10. 24.)에 전시된 박현경의 글과 그림입니다.


<왕순이 5>, 18.3x26.8cm, 종이에 혼합 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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