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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이 Sep 02. 2018

'자기애의 천재', 내 주변의 조커를 조심하세요.

-  우리 주변의 '미친 자기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하여.


'미친 자기애'라는 단어를 읽고 혹시 떠오르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가? 사실 그들과 함께 하는 첫 만남은 썩 나쁘지 만은 않을 수 있다. 자기애에서 비롯된 그릇된 자기 확신에 꽉 찬 그들이 보여주는 그 세계는 꽤 매력적으로 느껴질거다.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가 다 재미있게 들리고,  그의 고집이 그의 철학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 사람 주변으로 아우라가 피어나는 것 같고 이 지루하던 나의 일상에 드디어 나타난 '뮤즈'처럼 느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사람 곁에 오래 머무를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다. 그를 진정한 친구로, 애인으로 생각하는 순간부터 이미 당신은 그들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그들에게 가스라이팅(gaslighting)을 당하기 시작한다. 미친 자기애 인간형이 친구나 애인이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끊어낼 수 있으니까. 가족 중에 있다면 더 큰일이다. 주변에 다들 한명쯤은 그런 사람이 있을거다. 항상 우리를 자기가 원하는대로 조종해야 속이 편해지는, 상대에 대한 양보,배려, 존중이라고는 없는 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미친 자기애에 빠진 사람들이 보이는 행동 중 일단 한번 웃고가자는 의미에서 예시를 들자면, 그들은 가끔 셀카를 올릴 때 스스로 ‘나 오늘 좀 멋있네, 나는 예쁘다, 아름답다’ 등의 멘트까지 쓴다. 혹은 '넌 누구니?', '오늘도 고생했어' 이런식의 말을 자기 자신에게 건네며 적는다. 보통의 SNS활동은 자기가 잘나왔다고 생각하는 사진을 올리고 누군가 그렇게 생각해주길 원하는 과정 아닌가. 스스로 올릴 때 적기 쉽지 않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직접 3인칭의 시점에서 바라보며 3인칭의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말과 인정받고 싶었던 점들을 남들이 안해줄까봐 미리 선수쳐 스스로에게 해주는 중이다. 이로써 그에게는 안전한 자신의 세계가 생겼다. 그들의 세계에 사람은 딱 한명 존재하는데 언제나 나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한 사람, '자기 자신'이다. 혹시 자기 주변의 그 사람의 그런 모습이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아끼는 모습으로 비춰지며 사랑스럽게 느껴지는가? 그런 상태라면 이미 당신은 그의 가스라이팅에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분명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과, 이상형과 한참 거리가 있는 외모의 사람이라도 자기가 좋으면 그만이니까. 우리가 언제부터 이성볼 때 외모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는가.


배트맨1(1989)의 조커



이들은 배트맨 1(1989)의 잭 니콜슨이 명연기를 펼쳤던 조커와 닮았다. 조커는 자신이 받았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세상에 복수를 꿈꾼다. 망가져 버린 자신의 흉측한 얼굴, 세상의 '미'의 기준과는 한참 달라져 버린 자신의 얼굴에 어느순간 조커는 더이상 슬퍼하지 않는다. 세상이 정한 미의 기준에 자신이 부합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미의 기준을 창조하면 그만이다. 조커의 세계에서 그의 망가져 버린 얼굴은 더이상 추한 얼굴이 아니다.  자신의 모습을 캐릭터화하고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에게 자신의 얼굴캐릭터가 찍힌 옷을 입힌다.  거기까지만 했으면 사실 아무 문제도 없다. 미친 자기애에 빠진 사람들이 SNS에 나는 잘생겼다, 예쁘다 쓰는게 우리에게 아무 문제되지 않는것과 마찬가지다. 거슬리면 안보면 그만이니까. 그들의 문제점은 자신만의 생각과 이해로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버려  '타인'과 건강한 관계맺기를 할 줄 모른다는 데 있다.

 

 

미술관에 있던 사람들에게 독가스를 내보내고, 배트맨의 애인 비키 베일을 만나기 위해 입성한 조커와 그의 무리들.
미술관의 작품들을 훼손하며 그들의 새로운 '미의 세계'를 드러낸다.


  미친 자기애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의 주변에 친구가 많든 적든, 자신의 능력이 인정을 받든 못 받든, 재능이 있든 없든 크게 상관하지 않는 듯 보이려 노력하는 특징이 있다. 대게는 진짜 자기가 웬만큼 잘생기고, 예쁘고, 재능 있다고 믿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 이들은 깊은 열등감에 쌓여있으며 자존감이 낮다.  이들은 자신에게 충고든, 핀잔이든, 농담이든, 장난이든, 야단이든 어떤 식으로든 자기 영역에 침범이 들어온다면 필요이상으로 날을 세운다.  '조커, 네 얼굴은 사실 징그러워.'라는 말을 조커가 견딜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이미 흉측해져버린 자신의 얼굴을 극복해내지 못하고 자신만의 미의 세계를 창조 하고 그 안에서만 살기로 한 조커에게 세상 모든 다른 '미의 기준'은 적이다. 조커는 사람들의 입모양이 자신처럼 지나치게 올라간 입꼬리가 되도록 하는 화학 약품을 그들의 생필품에 몰래 섞어 퍼뜨린다. 자신의 미의 기준으로 세상을 지배하려 든다.


자신처럼 웃는 입을 하고 죽게 되는 화학성분을 사람들의 생필품에 넣는 조커
조커가 만든 화학 약품으로 자신처럼 웃는 입을 하게된 여자 모델들이 그에게  세뇌당한 후,'조커가 좋아요'라 말하고 있다.



    미친 자기애를 가진 사람들이  들어가버린 자신의 세계는 혼자 지켜내야 하기 때문에 사실 벽이 취약하고 약하다. 그 벽은 타인의 가벼운 말 한마디에도 휘청하고 쓰러지기 쉽다. 그래서 아예 남의 말을 안 듣는다. 애초에 관심을 자기 자신에게만 둔다. 자신을 지켜주는 이 성역을 안전하게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은 타인의 자신의 영역 침범에 극도로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자신에게 위협이 될만한 타인의 침범이 나타나면 이들은 지나치게 예민해지며 상대를 깎아내리기 시작한다. 대놓고 깎아내리는게 창피하다고 생각하면 그냥 그 사람과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린다. 좀 더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건드리는 그에게서 서서히 티 안나게 멀어진다.


   이 사람들과 당신이 친구나 애인같은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면 언제든 당신이 그의 자존감을 위협하거나, 조금이라도 그의 자존심을 건드린다면 내팽겨쳐질 수 있음을 각오하고 있어야 한다.  그들이  우리에게 위협적인 이유는 그들은  멋대로 타인에게 자기가 원하는 이상향을 투영하고 그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행동해 주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상대에게서 자신이 기대했던 모습이나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면, 말로는 나는 너의 이런 모습도 좋아라고 말할 수 있는데 마음속으로는 이미 너를 쳐낸 경우가 대다수다. 상대가 어떤 순간에서도 자신에게 좋은 말만 해주기를 원할거다. 자신의 기준은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며 타인의 행동에 지적질 하기를 굉장히 좋아하나, 타인이 자신의 행동을 지적하는 경우 정말 극도로 자존심 상해하며 공격적 성향을 보인다. 이들은 사람 대 사람으로 인간관계를 맺을 줄 모르고 타인을 자신의 이상을 채워주는 ‘수단’정도로 여긴다. 이 과정은 크게 악의 없이 이루어지며, 자기는 자신이 상대를 그렇게 대하고 있는 것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는 타인과 그런 식으로 밖에 관계맺기를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당신에게서 말도없이 멀어진 친구나 애인이 있었다면 이 경우의 사람들이었을 수 있다. 혹은 당신을 필요 이상으로 공격하고, 당신의 공을 가로채려 하는 직장의 누군가도 마찬가지다.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말이 많으며, 자신의 성격에 타인들이 불편을 느끼고 떠나 주변에 사람이 없는지도 모르고 고독이 컨셉인척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경우이니 애시당초 인간관계를 피하는게 정신건강에 좋다.



조커 자신의 형상을 한 애드벌룬. 이벤트를 하며 사람들에게 가짜 돈을 뿌리고 있는 조커.


  혹은 간혹 주변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미친 자기애 사람들도 있다. 미친자기애는 '자기확신'으로 발현될 수 있으며 확신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을 믿으면 천국갑니다.', '인간은 지은 업에따라 윤회를 합니다.' 이런 식의 확답, 확신를 주는게 종교의 인기유지 비결인 것과 다. 그들의 자기애가 남들의 눈에  저 사람 옆에 있으면  자신도 같이 특별해 질 것 같은 매력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또 지나친 자기애 외에 그가 가진  능력, 외모등의 요소가 어우러져 미친자기애 사람들이 조직이나 모임의 리더를 맡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들은 주로 소통을 지향하는 척 하며 결국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식의 운영을 해나간다. 운영을 해가며 힘들고 어려운 일은 자신의 아우라를 보고 모여든 타인들과 나눠 하는데, 결국 모든 공과 관심은 자신에게 쏠리게 끔 한다.  이들은 항상 주인공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이들이 연인에게 보이는 특성으로는 상대의 감정과 상태에는 거의 관심이 없는데 사랑받기만을 원한다는 점이다. 이런 성향을 가진 부모들은  자식을 완벽한 자신의 소유물로 여겨 그들이 자신이 뜻하는 대로만 살기를 바라며 무조건적으로 군림하려 드는 특성을 보인다.


 

  

  자기애는 우리가 삶을 사는데 필요한 덕목이다. 그리고 특히  예술가들 중에 종종 나르시스트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남보다 강한 자기애가 그들이 확고한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축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조커도 훌륭한 예술가가 될 수도 있었다. ( 죄를 저지른  점은 잠시 접어두고 그의 예술재능만 봤을 때) 실제로 영화 속에서 조커는 미술관에 명작들을 파괴하러 가기 전 어디가냐는 애인의 질문에 '예술하러 가'라고 대답한다. 조커가 기존의 '미'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모인 미술관의 명작들에 스프레이를 뿌리며 훼손하는 장면은 가치의 다양성을 보며주며 포스트모던의 해방감을 준다.  그 장면은 그동안 하나의 잣대에 의해 억눌리고, 차별받아온 수많은 소수들의 가치를 대변해주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소수자들이 세상에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드는 힘도 '자기 혐오'가 아닌'자기애'니까.  


  하지만 조커는 자신의 미소를 새로운 미의 기준으로 단순히 주장하는 걸 넘어서 자신을 찬양하지 않고 자신의 미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다 적으로 돌린다. 자신의 특유한 미소를 광고하고, 모든 사람들을 자신과 같은 모습으로 웃게 만드려 한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당당히 자신의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지만 조커 스스로 버리지 못한 기존의 '미'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듯, '예술하러 가'라고 애인의 질문에 대답하는 그의 집 벽에는 영화 초반에 그의 집에 걸려있던 기존의 미에 부합하는 여인들 사진이  아직도 가득 걸려있다.  


 기존의 미에 부합하는 작품들을 파괴하던 중 인간 내면의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는 프란시스 베이컨 작업은 어딘가 마음에 든다며 망가뜨리지 못하게 한다.


  우리 눈에 예쁘고, 잘생기고, 능력 있어 보이는 사람들도 사실은 열등감 덩어리일 수 있다. 오히려 많은 걸 가진 이들이 좀 더 완벽해지고 싶은 맘에 조바심을 내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의 자존감을 깎아 내리고 있는 중일 수 있다. 지나친 자기애를 가진 '미친 자기애'사람들이 항상 주변에 사람이 별로 없는 '아싸(아웃사이더)'를 자처하고 있지 않음으로 조심해야 한다. 차라리 '아싸'인 미친 자기애 사람들은 자신의 짧은 인간관계 안에서 자신을 인정해주는 몇몇이 있는 작은 세계속에서만 살아가고 있음으로 눈에 잘 안 띈다.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잘 둘러보자. 혹시 당신이 뭘 잘못했는지 도저히 모르겠는데  당신이 항상 져 줘야만 유지되는 관계가 있을 거다. 당신은 한없이 주기만 하고 있는데도 그 사람은 고마운 줄 모르고 당연한듯이 계속 받기만 하는 사람, 도저히 화 낼 타이밍이 아닌데 느닷없이 으르렁 거리며 지나친 화를 내는 사람 모두 인간관계를 유지하면 유지할수록 당신을 존중하지 않고 지배하려드는 '미친 자기애'의 인간형 들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열등감을 남에게 투사하고 남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자신을 지키지는 않는다.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는건 한쪽이 일방적으로 다 맞춰주고 이해하려 노력하는게 아니다. 때로는 자신이 해오던 행동 중 자신에게 의미있는 타인이 싫어한다면 내가 뭘 잘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합리적 의심을 할 줄 알아야 한다. 타인의 지적이 항상 옳다든지, 내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무조건 맞춰줘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최소한 다른 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자신의 세계가 무너져 내려 자신의 볼품없는 민낯이 세상에 드러나는게 무서워 귓구멍에 오뎅같은 걸 꽉 넣고산다.


그들은 완벽하고 합리적이다. 볼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항상 세상은 이만하면 착한 구석도 있고, 열심히 사는 자신을 괴롭히기만 한다. 이만하면 나는 괜찮은 사람인데.  그들은 이렇게 자기 혼자있는 세상 속에서 혼자 공주님, 왕자님 놀이를 하며 자위하고 산다.


 고슴도치를 떠올리며 이들에게 동정심이 생겨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잘해줄 때는 잘해주는데, 좋은 점들도 있는데 하며 당신의 감정을 착취하기만 하는 그들의 좋은점을 애써 떠올리지 말아라. 좋은점 없는 사람은 없다. 한 사람의 인격은 모든 상황이 좋을 때 말고, 그 사람이 힘든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드러난다.  조금만 정신 차리고 보면 그들은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만 소중해서 특히 너를 포함한 남들 모두에게 상처를 되갚는 중이다. 그래도 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그 사람의 혼자있는 세상 속에 들어가 영원한 '을' 자처하고 항상 그 사람의 모든 걸 떠받들어주면 된다. 단 말조심, 행동조심 해야한다.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 언제든 너는 영문도 모른채 토사구팽될 수 있다. 그 사람에게 너는 친구가, 애인이 아니니까. 그냥 그 사람의 허술한 성벽을 지켜주는 파수꾼일 뿐이다.


자 얼른 정신 차리자. 술취하고 만난 예쁜 여자가 술깨고 못생겨 보이듯 같은 경험이 일어날거다. 개구리를 왕자로 만든건 잠시 너의 착각과 약했던 마음임을 알게 될거다. 혹시 이 글을 읽고 내 주변에는 이런 사람 없는데 무슨 말을 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드는가? 당신이 조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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