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은유와 비유로 완성되는 진짜 공포란 무엇일까?
영화 제작 비하인드
영화 웨폰은 코미디 작가이자 배우이기도 했던 감독 '잭 크래거'가 제작했는데요. 평생 자신이 공포 영화를 만들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면서, 첫 번째로 만들었던 작품 <바바리안>이 예상 밖의 흥행으로 성공하자 자신의 시나리오나 영화의 편집을 절대로 손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각본을 공개 입찰한 것으로도 유명하죠. 이 경쟁에는 넷플릭스를 비롯해 뉴 라인 시네마, 트라이스타, 유니버설 등이 참여했는데, 워너브라더스 산하의 뉴 라인 시네마가 3,800만 달러를 들여 입찰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감독의 초기 작품 <바바리안>의 6배가 넘는 금액이었죠. 원래도 워너브라더스는 프랜차이즈보다 오리지널 작품의 가치를 높게 쳐주는 것으로 유명한 만큼, 올해도 봉준호 감독의 <미키>는 비록 아쉬운 성적에 그쳤지만, 라이언 쿠글러의 <시너스>, 토마스 웬더슨과 디카프리오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등 굵직한 흥행작들을 발굴해 성공시킨 것으로 유명하고, 이번 영화도 개봉하자마자 화제가 되며 시네마스코어는 A-, 로튼토마토 신선도는 무려 93점, 관객 평도 상당히 좋다 보니 흥행 성적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시작부터 정말 대단했던 게, 디즈니가 야심 차게 준비한 프랜차이즈 대작, 제작비만 2억 달러를 넘게 쓴 마블 <판타스틱 4>와 일주일 차이로 개봉했는데도 <판타스틱 4>의 1/5도 안 되는 제작비로 오리지널 스토리로만 무려 2억 6천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이죠. 대중적인 장르도 아닌 19세 미만 관람불가 R등급 공포 스릴러를 코미디 그룹 출신 감독이 만들었는데 이런 성과를 냈다는 게 정말 대단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건, 깜짝 놀라게 하거나 끔찍한 장면으로 승부를 보는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게 <라쇼몽>이나 <매그놀리아>와 같은 탄탄한 서사와 편집 구조를 차용해 공포를 극한까지 치닫게 하는 설계, 또 공포라는 개념을 ‘대상’이 아닌 ‘체험’의 형식으로 관객이 겪게 함으로써 진짜 공포가 무엇인지 전율을 느끼게 하고, 은유와 비유가 넘쳐나는 확고한 주제의식까지 가미해 영화가 시사적인 기능까지 하게 만들었거든요. 그러니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았다면 꼭 극장에서 관람하시길 바라며, 지금부터는 영화를 보고 오신 분들을 위해 작품을 좀 더 파헤쳐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2시 17분
영화는 먼저 아이들이 사라진 시각, 2시 17분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이는 남아 있는 선생과 아이, 그리고 사라진 17명의 아이들의 숫자와 동일하기도 하지만, 작중 스티븐 킹의 <샤이닝>을 오마주하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 만큼, <샤이닝>의 호텔 방 번호 217을 차용해 억눌린 폭력을 상징하는 걸 수도 있죠. 하지만 영화는 아처의 꿈에서 대놓고 총기류와 217을 합성한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이 숫자가 총과 같은 무기를 직접적으로 은유하는 게 아닐까 방향을 좁히는데요. 아시다시피 미국에서는 학교 내 총기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2018년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플로리다 파크랜드 고등학교 총격 사건의 피해자도 17명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학급의 책걸상을 방탄으로 설계하거나 칠판을 방탄 가벽으로 만들어주는 장치를 설치하는 학교들도 많이 생겨났죠. 또 감독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연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 영화가 자신과 가까운 누군가의 죽음을 계기로 써 내려갔음을 이야기하기도 했던 만큼, 감독 또한 총기 테러나 전쟁으로 상실의 고통을 겪었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국제 경찰이기도 한 만큼 많은 전쟁에 직접적으로 개입돼 있을 뿐더러, 세계 몇 안 되는 총기 소지 가능 국가니까요. 그래서 2022년에는 자동소총 소지를 규제하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기도 했는데요. 상원을 통과하지 못해 부결되었지만, 이때 찬성표를 던졌던 하원의 표가 217표였습니다. 영화의 각본이 공개되었던 시기가 다음 해인 2023년이기도 했으니, 이 영화는 이를 통해 총기 테러를 비롯해 이와 관련된 범죄나 이를 사용하는 수많은 전쟁을 비판하기 위해 제작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죠.
아이들이 뛰어나간 자세
아이들이 뛰어나갈 때의 기괴한 모습도 전쟁과 연관이 있습니다. 감독은 연출을 할 때 이 사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밝혔었죠. 유튜브 정책상 아동 누드는 허용되지 않아 모자이크를 했지만, 이는 역사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는 사진으로, 베트남전쟁 당시 네이팜탄을 맞고 불타는 소녀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이는 당시 전쟁의 참상과 무고한 피해자의 절규를 호소력 있게 확산시키며 반전 여론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고, 베트남전쟁을 더 빨리 종식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은 닉 우트라는 분은 퓰리처상을 받았으며, 사진 속 여자아이인 판 티 킴 푹은 많은 화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살아남아 여전히 전쟁의 참상과 평화의 상징으로 많은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재단까지 만들어 피해자들을 구호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기사가 나왔더라고요. 그러니 감독은 무려 17명의 네이팜탄 소녀를 작품 속에 배치해 묘사함으로써 시대를 갉아먹는 수많은 갈등들과 이로 야기된 테러, 전쟁을 비판하고 그녀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죠.
“사진은 인간이 언제든 형언할 수 없는 악(惡)을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을 말해줍니다. 그럼에도 나는 믿습니다. 평화와 사랑, 희망과 용서가 그 어느 무기보다 더 힘이 세다는 것을.”
글라디스의 나무와 6명의 서사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리의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수많은 문제들, 과거로부터 이어지며 계속되고 있는 악습의 관행들이 전쟁 못지않은 공포로 우리의 삶을 침체시키고 파괴한다는 점을 조명하기 위해, 저스틴과 폴은 알코올 중독, 제임스는 마약 중독, 마커스는 소비 중독, 알렉스는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 아처는 아내와 아이를 방관한 가장으로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개인적인 문제가 공포를 확산시키는 기폭제로 기능해 타락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그들의 공포가 뻗어나가 또 다른 공포로 형성되며 폭발하는 지점에 글래디스를 배치했어요. 이는 그녀가 어떤 실체적 대상이 아닌, 공포가 사람을 무기로 만들어 확산시키는 과정 그 자체이며 동시에 공포의 근원과 끝을 모두 상징하는 존재라는 걸 관객들이 느끼게 하는 구성이며, 영화가 굳이 같은 시각, 여섯 명의 시점과 경험으로 사건을 바라보도록 설계되어 있는 이유입니다. 그러니 가지마다 가시가 돋아 있는 글래디스의 나무는 고통이 얽히고 설키며 뻗어나가는 과정, 이 모든 고통의 근원이 하나의 뿌리에서부터 파생되었다는 시각적 비유인 거라 해석할 수 있듯, 공포의 근원 글래디스는 이 나무의 가지에 자신의 피와 개인의 파편들을 엮어 공포로 타인을 무기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죠. 감독은 이런 영화의 편집과 구성을 영화 <매그놀리아>의 교차 서사에서 차용했다고 밝혔던 만큼, 주술에 사용하는 식물은 매그놀리아, 즉 목련과 닮아 있고 연상되는 부분도 종종 있습니다만, 짜임새 있는 구성에 은유와 비유로 엮어진 주제의식, 절제된 호흡과 편집 등 만듦새에 굉장히 감탄했습니다. 잔인한 장면들만 좀 잘 볼 수 있게 되면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예요.
방관, 방임, 무책임을 상징하는 CCTV
영화는 17명의 아이들이 사라질 때,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CCTV를 여러 시각에서 꽤나 길게 보여줬는데요. 이는 모든 걸 통제 가능한 범위에 두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무력감이 공포가 되는 순간을 포착하고, 이렇게 형성된 공포가 공동체로 확산되는 과정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시스템을 상징하는 CCTV에 의존해 방관의 공백 속으로 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은, 현실의 많은 부모들과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사회 시스템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죠. 그러니 영화는 또 다른 시스템을 상징하는 교장 마커스가 끊임없이 사건을 덮으려는 모습, 되려 시스템을 위반했다며 저스틴을 질책하게 하고, 수사의 주체가 되어야 할 공권력을 의심하게 합니다. 부모들의 모습도 가관인데요. 아처는 아들이 사라진 후에서야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행동하지만, 다른 부모들은 여전히 시스템에만 의존하며 아이들을 찾기 위한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어요. 그저 이 사건의 탓을 누군가에게 돌리고 원망하기 위해 담임선생님이었던 저스틴을 비판하는 데 그치고, 마을은 사건 전처럼 평화롭게 묘사됩니다. 이는 우리 현실의 많은 어른들을 닮아 있듯, 부모의 무책임한 방임 속에 사라진 아이들은 결국 글래디스의 무기로 이용되었고, 이는 평생 지워지지 못할 트라우마와 상흔으로 남아 아이들을 괴롭히고 또 타락시켰습니다. 그러니 영화는 시스템에 의존하는 잘못된 교육과 돌봄이 부족한 아이들이 폭력과 범죄에 노출되기 쉽고, 제2의, 제3의 글래디스가 되어 우리 사회를 병폐시킬 수 있다는 걸 여러 장치를 통해 시사하며 비판하기 위해, 시스템을 상징하는 CCTV와 이에 의존하며 방임하는 부모를 병치시키고 영화의 초반, 아이들 중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는 말로 시작한 것이죠.
저스틴과 폴의 알콜중독을 굳이 언급하는 이유
그러니 아이들이 실종된 학급의 담임선생님을 굳이 알코올 중독으로 묘사한 건, 직업 윤리와 시스템 사이에서의 괴리감 때문이라 생각할 수 있고, 그녀의 이름을 정의로움과 공정함을 뜻하는 ‘저스틴’으로 설정한 건 역설적인 표현이며, 살아남은 자의 지옥을 표현하는 장치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그녀의 전 남자친구 폴 또한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한 직업윤리가 가장 투철해야 할 경찰임에도 감정 통제가 어려워 보이는 모습, 그 역시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고 있었고, 저스틴과 아내 모두에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의도적으로 불륜을 저지르는 모습입니다. 사회적으로 가장 모범이 되어야 할 두 사람의 자기파괴적인 모습과 타락은, 고통을 외부화하며 또 다른 고통과 폭력을 야기했습니다. 그러니 이들의 중독은 영화 속 세상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 오는 부작용을 묘사한 것이며, <웨폰스>의 제목 속 삼각형이 미국의 유명한 알코올 치료 프로그램 ‘Alcoholics Anonymous’에서 따온 게 아닐까 생각하게 하듯,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유하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마녀사냥꾼 아쳐
그런 그녀를 타겟으로 비난하는 조시브롤륀 역의 아쳐는 저스틴의 감정적 거울로 설정되었습니다. 그녀는 죄가 없는데도 스스로 용서하지 못하고 아쳐는 무고할지 모르는 저스틴을 용서하지 못하죠. 이런 그의 모습은 정황과 내러티브로 사람을 오도하고 진실은 호도하며 의심하는 과정. 분노, 소문, 공포, 슬픔들의 감정을 무기 삼아 대중을 선동하여 사적인 복수와 폭력으로 이용하는현대의 마녀사냥을 비유합니다. 앞서 감독이 겪은 상실의 경험이, 어쩌면 이런 사건으로 야기된 걸 수도 있겠다. 해석할 수도 있는 부분. 그래서 아쳐의 이름은 과녁을 조준해 맞추는 궁수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며 마을사람들도 아쳐라는 스피커가 있을때는 시끄럽게 그녀를 매도하며 욕하더니 후에는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이나, 그녀와 상호작용하는 모습도 보여지지 않습니다.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오직 아쳐뿐이었죠. 그러니 이는 현실의 마녀사냥 또한
선동과 상호작용에 의해 움직일뿐 주체적인 동력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장치며 무고한 피해자 또한 공포의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마커스는 왜 게이로 설정되었을까?
하지만 아처는 진짜 사건의 원흉처럼 보이는 마커스의 등장으로 저스틴에 대한 오해를 접고,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마블의 배우 베네딕트 웡을 교장 선생님으로 등장시키며 한 사람에게 꽤나 많은 은유와 비유를 때려 넣었죠. 먼저 그는 제도와 권위를 상징하는 교장이지만, 트럼프의 집권으로 더욱 사회의 보호를 받기 어려워진 제도 밖 소수자로 설정되었듯 정상성과 비정상성의 모호함과 괴리를 상징합니다. 그래서 영화는 작중 선생 역할을 제대로 하려던 저스틴을 질책하고, 사건을 그저 덮고 시스템을 지키려는 모습을 부각시키면서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혼선을 주고, 우리 사회의 왜곡된 시스템과 권력을 돌아보게 하며 그가 가진 모순과 괴리를 걸쭉하게 반죽해 쏟아내는 장면을 굳이 보여주는 것이에요. 다른 희생자들에게 이런 장면은 보인 적 없었죠.
또 영화는 워너 산하인 뉴 라인 시네마의 작품이라, 관련 작품들의 이스터에그가 종종 등장하는데 마커스는 경쟁사의 상징인 미키 티를 입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는 미국 사회의 허상, 소비는 곧 행복이라는 소비지상주의 문화를 비유하는 장치입니다. 여러 작품들에서 미키마우스는 순수함의 가면을 쓴 자본주의 브랜드로 자주 해석되기도 하고, 작중 계속해서 등장하는 킴벨 스프 또한 예술과 상품의 경계를 완전히 지워버림으로써 소비주의 비판의 상징이 된 앤디 워홀의 작품을 생각나게 합니다. 뿐만 아니라 한 번에 7개의 핫도그와 많은 음식을 배 터지게 먹는 모습을 통해 소비의 욕망과 광기를 표현하기도 했죠. 이 장면은 이제는 고인이 된 잭 크래거의 코미디언 팀 파트너 트레버 무어에 대한 헌사이기도 합니다만, 상품을 대상화해 그것을 소비함으로써 욕망을 채우고 행복을 느낀다는 점에서 소비주의와 폭력은 닮아 있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 삽입된 장면입니다. 폭력도 누군가를 대상화해 괴롭힘으로써 사적 욕구를 해소하는 과정이고, 소비와 폭력 모두 순간의 행복을 위해 자신에게 가하는 폭력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점이 많거든요.
글레디스: 공포가 무기를 만드는 시스템
이런 마커스를 조종하기 위해 찾아온 글래디스, 그녀는 그들이 보고 있던 다큐멘터리와 <라스트 오브 어스>에도 등장했던 코르디셉스나, 저스틴의 강의 장면에 나왔던 기생충처럼 사람의 공포를 양분 삼아 생명을 이어가는 존재입니다. 글래디스의 머리카락도 이런 코르디셉스를 상징하는 모습이고, 앞서 설명드렸듯 그녀는 실체적 존재가 아닌 두려움과 증오로 야기된 공포가 사람을 무기로 만드는 과정 그 자체이며, 공포로 인간의 불행을 순환시키는 시스템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존재입니다. 그러니 영화는 마커스와의 대화에서 폐병을 앓고 있다는 말을 굳이 언급하면서, 그녀가 인류 역사를 초월해 얼마나 오랜 시간 존재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 것이며, 인물들의 공포가 극대화된 순간마다 생판 본 적도 없는 글래디스가 꿈이나 헛것처럼 보이게 장치한 거예요. 글래디스는 마녀도 사람도 아닌 공포 그 자체. 감독 또한 두 가지 해석의 가능성을 이야기했습니다만, 어느 것이라고 규정 짓지는 않겠다고 했습니다.
글레디스의 주술
그런 그녀는 주술을 통해 마커스를 살인병기로 이용했는데요. 그녀가 사용한 종에는 신성의 삼위일체와 악마의 숫자 6이 새겨져 있듯, 이는 신성 모독과 질서의 전복, 그리고 타락을 상징합니다. 잘린 머리카락, 훔친 소지품, 부러진 나뭇가지들은 원래 속한 것에서 분리된 파편들로, 공동체와의 단절을 상징합니다. 그런데 글래디스는 이것들을 자신의 피와 섞어 하나로 만들어버리죠. 이는 글래디스라는 공포 그 자체가 착취당한 정체성에 스며드는 과정, 공포가 인간을 무기화시켜 공동체를 파괴하는 작용을 보여줍니다. 그녀의 행위가 공포를 만드는 일종의 의례라 해석할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작중 기생 생명에 대한 이야기가 자꾸 등장하는 건, 글래디스가 인간의 공포를 먹고 사는 존재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인 우리들은 사회적 기생, 관계적 기생, 감정적 기생, 존재적 기생 등 여러 형태로 타인과 공동체에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비유이기도 해요. 그러니 작중 인물들은 공동체에서 단절되었을 때 극한의 공포를 느끼며 무기화되는 것이죠. 어쩌면 <기생충>이라는 대작이 없었더라면 제목을 <웨폰>이 아니라 <기생충>이라 지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제목 '웨폰'의 의미
이렇듯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영화의 제목은 ‘Weapons’. 국내 개봉에서는 복수형이 아닌 ‘웨폰’. 감독은 그 의미를 열린 상태로 두며, 어떤 것이라고 단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영화가 단순히 공격을 목적으로 한 무기라는 도구, 혹은 이를 이용한 물리적 전쟁과 테러를 비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미디어와 종교, 정치, 심지어 슬픔까지도 모두 무기화된 곳이니만큼, 현실 속 무서운 무기는 육신을 찢어발기는 총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파괴하는 감정과 시스템의 괴리감에서 형성되는 만큼, 이런 사회가 지속되는 한 글래디스와 같은 괴물들은 계속 만들어질 거라는 걸 영화는 수많은 인물의 시점, 은유와 비유적 장치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 영화의 마지막 장면, 모든 아이들이 돌아온 새벽을 영화는 희망의 빛으로 가득 메우는 게 아닌,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어둡게 묘사하고, 죽은 표정으로 관객을 바라보는 매튜의 얼굴로 끝나게 한 것이죠. 영화는 끝났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속 공포는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작성: 현(hyunn) / 유튜브 채널: 현이버스
작성 된 스크립트는 하기 유튜브를 통해서 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mraAVz9z-Y&t=43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