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키드' Part1 리뷰

뮤지컬 영화가 이렇게 좋을 수 있나

by hyunn

위키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뮤지컬 중 하나로 이미 팬층이 상당히 두꺼운 작품이라 영화를 기다리신 분들이 많았을 텐데요. 그래서인지 국내에서는 뮤지컬 위키드를 연기한 배우들 중 가장 유명한 두 배우, 엘파박 박혜원 씨와 정글린다 정선아 씨 등을 섭외해 더빙을 맡겼고, 홍보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무려 그래미상을 두 번이나 받은 아리아나 그란데와 신시아 에리보를 주연으로 캐스팅해 화제였는데,

국내 개봉까지 타깃팅해 승부수를 거는 걸 보니 타이틀 시퀀스까지 새롭게 만든 유니버셜이 이번 영화를 위해 얼마나 이를 갈고 나왔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홍보도 엄청 열심히 해서,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위키드 광고만 돌아가는 전광판도 있을 정도고 강남역은 아주 광고로 도배를 해놨더라고요. 자신감의 표현인지, 혹시나 하는 마음인지 모르겠지만 다행히 홍보가 잘되었는지 개봉 당일 예매율 1위, 첫날에만 무려 13만 명이 위키드를 관람했는데도 네이버, 키노라이츠 평가뿐 아니라 해외 로튼토마토 또한 한마음으로 호평 일색입니다.


관객 평가는 무려 99점이라니, 이런 점수를 언제 봤었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물론 초반이니 아직 모른다 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대단한 성적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게, 오픈런은 보통 기대를 잔뜩 안고 가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평가가 가혹하고 아무래도 원작이 있는 영화들은 평가 기준이 더 높아서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는 무려 현대판 4대 뮤지컬 중 하나, 6천만 관객으로 6조를 넘게 벌어들인 위키드를 원작으로 만들었으니 팬들의 기준이 얼마나 높았겠어요. 그런데도 분위기가 이렇게 좋은 걸 보면 계속해서 부진했던 헐리우드 영화 시장에 ‘위키드’란 이름의 훈풍을 불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되는 거죠.


저 또한 개봉하자마자 보고 왔는데요. 아직도 벅차오르는 기분에 노래를 계속 흥얼거리고 있어요. 그동안 봤던 모든 뮤지컬 영화 중 최고라 말할 수 있을 정도, ‘라라랜드’ 이후로 처음 느끼는 기분이지만 그 이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듦새가 좋았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뮤지컬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노래나 춤, 군무 등을 하면서 서사를 더디게 만드는 점도 싫고, 배우들의 감정에 몰입하려던 순간 갑자기 노래를 부르면 분위기가 확 깨는 기분이 들어서 집중이 잘 안 되기도 해요. 특히 최근에 개봉했던 ‘조커2’는 저의 이런 생각을 더 확고하게 만들어줬기 때문에 뮤지컬 영화는 역시 거리를 좀 둬야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영화를 보고 느낀 건 제가 그동안 제대로 된 뮤지컬 영화를 본 적이 없었구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좋았던 점이 너무 많아요. 관람을 하시려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만 말씀드리면, 두 배우의 가창력은 말할 것도 없고, 그녀들의 목소리로 재해석된 최고의 명곡들에 귀가 녹아내리고 심장이 벅차오르는 기분이 듭니다. 과장 아니고 정말 눈과 귀가 호강하는 느낌으로 황홀해요. 특히 엔딩씬 ‘디파잉 그래비티’를 열연하는 모습은 개인적으로 뮤지컬보다 영화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조였다 풀었다 하는 노래와 연기, 두 사람의 갈등, 감정의 요동과 극적인 상황이 밀도 높게 배치되는 씬을 공간과 연출의 제약이 없는 영화의 틀에서 뿜어내다 보니, 뮤지컬의 장점과 시너지를 이루며 폭발하는 느낌이 듭니다. 영화를 보시면 제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확 와닿으실 거예요. 본편은 시작도 안 한 1부의 마지막인데도 영화를 다 본 것처럼 완벽한 대미를 장식해요. 그만큼 임팩트가 강하기 때문에 이 장면은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나 캐스팅도 정말 탁월했던 게, 시니컬하고 자기방어적이지만 마음만큼은 여리고 따뜻한 엘파바의 연기도 너무 좋았지만, 자칫 재수 없을 수도 있는 가식과 오만의 상징, 부잣집 소녀 글린다의 연기를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게 연기한 아리아나 그란데의 모습은 ‘저런 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보는 내내 아빠 미소를 짓게 만들어줘요. 그러니 그녀의 감정에 더 몰입할 수밖에 없고, 두 주연 배우의 관계나 갈등이 요동칠 때 함께 울고 웃게 되는 감정, 감수성이 풍부하신 분들은 정말 웃다가 울다가 하게 될지 모르니 휴지는 꼭 챙겨가시길 바랍니다. 저도 고비가 두 번 정도 있었거든요. 여하튼 그녀들이 각각 글린다와 엘파바 역에 캐스팅되었을 때 좋아했던 모습이 정말 진짜였구나, 이 배역을 얼마나 하고 싶었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연기하는지 스크린 너머로 가득 느껴질 정도라 정말 기분 좋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았던 점은 배우들 의상이나 세트장의 퀄리티였는데요. 한마디로 어마무시합니다. 원작 뮤지컬 또한 의상이 350벌, 가발이 100개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졌고, 세트장 또한 최고 퀄리티로 구현하다 보니

무려 200억이 들었다고 해요. 이 때문에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돈을 많이 쏟은 뮤지컬 작품으로도 유명한데,

이번 영화는 무려 2천억의 제작비를 다 여기에 쏟아부은 듯, 시각적으로 정말 황홀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진짜 마법의 세계가 무엇인지, ‘해리포터’를 처음 볼 때와 같은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감독은 마법의 세계지만 실제와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 모든 세트장을 다 직접 만들었다고 하고, 세트장의 디자인은 AI를 사용해 디자인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인터스텔라’, ‘배트맨’, ‘웡카’의 세트장을 작업한 네이선 크롤리가 맡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를 보신 분들은 다 공감하시겠지만, 얼마나 섬세하게 만들어졌는지, 인트로에 잠깐 등장하는 튤립밭도 무려 900만 송이를 다 직접 심었다고 해요. 평생의 꿈이 위키드를 연출하는 것이었다는 감독의 진심 또한 진짜였구나 싶었습니다.


이 작품은 정말, 배우나 감독 모두 진심을 담아 만들어진 게 확실하네요. 인트로에 등장했던 말도 안 되는 한글 폰트의 스토리 소개 장면 빼고는 모든 것이 완벽 그 자체였던 것 같아요.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한 창작자로서 경의를 표하며, 제게 저 정도 열정과 실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숙연해지는 기분도 드네요. 파트2의 개봉은 2026년 11월입니다. 어서 개봉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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