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한국판 리메이크 리뷰

원작에 대한 팬들의 기대에 충실 했는가?

by hyunn


시놉시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한국 버전 영화는 무려 20년이 지난 동명의 대만 로맨스 영화를 리메이크해 개봉한 작품인데요. 작품의 스토리는 대략적으로 설명드리면 피아니스트 유망주로 독일에서 공부하던 유준은 손목 부상을 입고, 치료 겸 힐링을 위해 아버지가 교수로 있는 한국의 대학에 입학.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 들어온 연습실에서 정아와 만나게 됩니다.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은 사랑을 키워가는데, 마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정아는 자꾸 사라지고, 연주회 약속까지 펑크 내고 사라진 그녀가 너무 답답했던 유준은 학교를 통해 그녀의 연락처를 알아보지만 그 어디서도 정아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에 등장했다가 다시 사라져 버리는 정아. 결국 유준은 정아의 집까지 찾아가 보는데, 그곳에는 아버지와 정아가 함께 찍은 사진, 자신이 준 악보만 남겨져 있을 뿐 정아를 만날 수 없었어요. 그녀는 어디로 간 건지, 정아가 숨기고 있었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가 이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입니다.


원작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원작은 중화권에서는 꽤나 인지도 높은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 재능 천재 주걸륜 씨가 직접 감독과 주연을 맡아 연출했으며, 그는 원래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던 만큼 작중 등장하는 어마무시한 연주곡들을 직접 소화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었고, 특히 피아노 배틀 장면은 지금 다시 봐도 소름 돋을 정도예요. 원작의 상대 배우 역에는 단발이 잘 어울리는 배우 계륜미 씨가 캐스팅되어 미소와 미모로 열연했었는데요. 주걸륜 씨는 계륜미 씨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영화 ‘남색대문’에서의 인상 깊은 연기 때문도 있지만, 사실 자신의 이상형에 가장 가까운 배우여서였다고 밝히기도 했었던 만큼, 당시 많은 청년들의 첫사랑이 되었던 배우예요. 주걸륜 씨가 재능을 이용한 자기 만족을 성취하신 셈이죠. 물론 그래서 더 열심히 하신 건지, 결과적으로 영화는 초대박이 나버립니다. 영화는 당시 하도 인기가 많았어서 내수 극장 점유율이 1~2% 안 됐던 대만 영화의 점유율을 20% 이상 끌어올리기도 했고,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며 글로벌 팬들을 양산시키다 보니, 영화를 촬영했던 진리대학교와 담강중·고등학교는 대만 관광명소가 되기도 하는 등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대만 영화의 르네상스를 일으킨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박하기로 유명한 박평식 평론가조차 호평했을 정도예요. 저 또한 너무 애정하는 작품이라 지금도 생각날 때마다 종종 꺼내보는 영화예요. 지인들이 로맨스 영화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반드시 추천하는 작품이기도 해요. 그래서 한국 리메이크 개봉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기대했던 이유

하지만 이렇게 팬층이 두터운 작품을 리메이크한다는 건, 결과가 좋으면 원작 덕이고 나쁘면 감독 탓이 되는 법. 비방의 여지가 더 넓게 깔려 있기도 하고, 원작을 지나치게 옹호하며 작품이 나오기 전부터 까시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사실 엄청난 중압감을 견디고 또 이겨내야 하는 작업입니다. 감독과 배우들도 이런 관객들의 반응이 걱정된다며 인터뷰를 하기도 했었죠. 그래서인지 영화는 원작을 뛰어넘겠다는 의지나 도전보다 너무 준수하게 따라가는 모습. 뼈대는 물론, 거의 대사조차 손보지 않았기 때문에 스토리의 완성도나 연출적인 면에서 거슬리는 부분도 거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또 신선하게 다가오는 점이 없었던 것 같아요. 크게 달라진 게 있다면 장면의 분위기나 캐릭터의 성격인데요. 원작은 색보정까지 어둡고 서정적인 느낌이었다면, 이번 영화는 따뜻한 빛감으로 채워 넣은 캠퍼스 교정을 아름답게 묘사했고, 원작이 쭈뼛쭈뼛 다소 수줍은 느낌의 첫사랑을 담아냈다면 이번 영화는 요즘 것들 사랑 이야기처럼 주체할 수 없이 직진하는 감정을 솔직담백하게 표현했습니다. 따뜻하고 밝아진 교정에서 감정에 솔직한 두 사람의 모습이 얼마나 풋풋하고 예뻐 보이던지, 보는 내내 몽글몽글 밝고 기분 좋아지는 작품으로 재탄생된 점은 좋았던 것 같고,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를 포함해 주제곡인 ‘시크릿’ 등은 기존 곡을 사용했지만, 새롭게 채워 넣은 곡들도 준수한 곡들로 잘 구성된 것 같아요. 오랜만에 기분 좋아지는 로맨스, 엔터테인먼트적 관점에서는 재밌게 관람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원작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나 요즘 세대에게는 오히려 이번 작품이 더 세련되고 재밌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것 같고, 저 또한 원작을 안 보고 이번 영화를 봤다면 그냥 아무 아쉬움 없이 재밌게 보고 나왔을 것 같기도 해요. 다만 원작을 정말 사랑하는 팬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 없다면 또 거짓말이니까, 이제부터는 원작과의 비교를 통해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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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평

이번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수성은 미장센부터 연출, 연기까지 현대적인 감성을 담아 보기 좋고, 아름답게 묘사되었습니다. 투박한 원작을 예쁘게 포장해서 다시 내놓은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잘 그린 그림, 재밌는 영화가 꼭 좋은 작품은 아니잖아요. 어떤 메시지나, 감정을 담아 작품을 담아내는지에 따라 아무것도 아닌 것에도 가치가 생기기는 것처럼 장면 하나하나가 모여 만들어진 영화의 가치는 클라이맥스로 치닫아 도달한 끝, 모든 장면들이 모여 완성되었을 때 매겨진다 생각해요. 특히나 이 영화는 마지막 모든 퍼즐 조각이 정교하게 맞아 떨어졌을 때 복받쳐 오르는 감정이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니까요.

주제의식의 부재, 정아의 설정 하지만 이번 영화는 이런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먼저 이 작품의 제목이자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비밀 중의 비밀. 비밀도 이미 말을 할 수 없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한 번 더 감출 만큼의 무게감을 가진 비밀 이야기가 주제이기도 하죠. 원작은 이런 비밀의 무게를 더 가중시키기 위해 어머니에게 시간여행의 비밀을 털어놓았을 때 정신과 약을 처방받아 오거나, 돌아가신 아버지를 원망하는 장면, 후에 이 때문에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기도 하는 등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현실에서는 더 멀어지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니 그녀가 느꼈을 절망감은,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비밀. 늘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현실에서 도망치고, 이루어질 수 없을 사랑에 더 매달리는 이유였어요. 그러니 감독은 그녀의 복잡한 심경, 비밀의 무게를 베이스로 영화를 연출했으며, 연기뿐 아니라 장면의 분위기, 사랑이 벅차오르는 순간에서조차 구슬픈 OST, 분위기를 계속해서 차분하게 끌어갔던 것이며, 클라이맥스의 퍼즐이 완성되었을 때 앞단의 모든 사건과 감정이 공명하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연출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의 정아는 이런 비밀을 혼자 감수하면서도 너무 밝고 명랑한 연기, 친구가 없거나, 비밀 이야기를 안 하고 다녔을 성격도 아닌 것 같은데, 이런 묘사는 전혀 드러나지 않고, 시종일관 밝은 배경과 로맨스, 로맨틱한 음악들을 주류로 장면이 연출되었어요. 물론 풋풋한 사랑이야기 관점에서는 보기 좋고 예뻤지만, 모든 상황이 극으로 치닫는 결말, 장면 하나하나 감정의 조각들이 다 모였을 때 뭔가 이가 빠진 거나 아구가 맞지 않는 기분, 감정을 끌어올리는 힘이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원작에는 없는 설정: 유준의 어머니는 왜 등장한 걸까?

작중 유준의 이야기도 조금 아쉬웠는데요. 독일에서 피아니스트 유망주로 활동하다가 손목 부상으로 한국에 들어온 설정인데, 그런 것치고는 피아노를 너무 잘 치는 모습이고, 평생을 꿈꾸던 장래가 부상으로 불확실해졌는데, 아무리 첫사랑을 만나 설레는 감정에 벅차오른다 해도 미래를 걱정하거나 꿈이 좌초될지 모른다는 불안에서 느껴지는 절망감이 묘사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아를 처음 봤을 때부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죠. 긍정적인 모습, 잘생긴 외모 덕에 보기 나쁘지는 않은데 캐릭터의 입체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차라리 슬럼프 같은 걸로 설정 후에 정아를 만나 조금씩 극복하는 걸 보여주는 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그러다 보니 원작에는 언급조차 없던 어머니를 굳이 등장시킨 이유 또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원작에서의 샹륜은 마찬가지로 아버지와 둘이 살아가는 설정이지만 어머니의 부재가 부자 관계를 더욱 애틋하고 애잔하게 만들었고, 결핍을 통해 발현되는 샹륜의 어두운 아우라가 천재적인 재능을 가리고 있는 느낌을 주거든요. 하지만 샤오위와의 만남을 통해 채워지는 결핍이 샹륜을 좀 더 생기 있게 만들어가는 모습, 공허했던 표정에 조금씩 드리우는 웃음은 서로를 채워주는 사랑의 깊이가 어떤 의미인지, 둘의 사랑에 공감을 자아내죠.

하지만 이번 영화는 샹륜의 결핍을 상징하는 어머니를 굳이 등장시켰으며, 그가 피아니스트로 성공하길 바라는 인물처럼만 묘사했습니다. 좋은 시도이긴 한데, 만약 이렇게 설정을 바꿨다면 샹륜의 공허함은 어머니에 대한 결핍이 아닌 꿈에 대한 불확실성, 어머니의 기대로 치환된 것이니까 그녀가 바라는 아들의 모습, 피아니스트가 되는 꿈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좀 더 보여주며 감정을 끌어올렸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설정은 바꿔놓고 뼈대를 그대로 가져가니 생긴 괴리감이 아쉬웠습니다. 유준은 정아의 등장부터 이미 꿈 따위는 포기하고 직진하는 모습이었으니까요.


너무 아쉬웠던 피아노 배틀과 OST

피아노 배틀 장면은 원작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으로, 이 어려운 곡들을 직접 연주하는 것도 대단하게 느껴졌지만 이런 센세이션한 연출까지, 20년 된 영화인데 지금 봐도 소름 돋는 것 같아요. 그러니 기술과 연출이 더 발전한 현대에서 이 장면을 다시 재현한다면 어떤 장면이 될까, 너무 기대했던 장면이기도 해요. 하지만 불행히도 저는 여기서 가장 큰 실망을 했던 것 같습니다. 클래식에 문외한이기 때문에 곡 자체가 잘못 선곡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주가 별로였다, 뭐 그런 기준은 아니고 다 좋고 멋지고 귀호강 했습니다만, 그냥 보고 듣고 이해하기에는 설명이 너무 부족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영화를 보는 관객들 중 클래식을 잘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전문가들이야 두 사람의 실력 차이가 확연히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저는 둘 다 너무 잘 치는 것 같고 곡들도 다 어려워 보여서 사실 왜 유준이 이겼는지도 잘 모르겠을 만큼 압도적인 차이를 느끼지 못했거든요. 물론 원작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원작은 사회자가 이를 잘 설명해줬잖아요. 지금 치고 있는 곡이 어떤 곡인지, 어려운지 쉬운지, 어떻게 난이도를 올렸는지, 왜 샹륜이 더 뛰어난 건지, 관객들의 반응과 상대 배역의 당황한 모습까지 더해 보여주다 보니 ‘아, 샹륜이 정말 압도적으로 이긴 거구나’ 하고 클래식을 모르더라도 이해가 되었거든요.

근데 이번 영화는 유명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처음 보는 음식들을 설명 없이 먹는 기분이랄까요. 맛있긴 한데, 이게 뭐지? 설명이 필요했습니다. 피아노를 치는 장면은 어땠나요. 원작은 샹륜이 피아노 건반을 치는 장면과 소리가 시청각적으로 연결되다 보니 피아노 연주회를 눈앞에서 직관하듯 정말 ‘우와’ 하면서 봤거든요. 근데 이번 영화는 피아노 치는 손을 가끔 비춰주기는 하지만 건반과 소리가 정확히 맞는지도 잘 모르겠고, 얼굴과 같이 잡는 장면은 한 장면 정도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또 제대로 치는 게 맞는지 아닌지 헷갈리게 하기 위함인 건지 카메라를 좌우로 너무 빠르게 흔드는 연출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정신이 없더라고요. 요즘 액션 영화도 이렇게 카메라를 흔들어대면 욕먹는 판국에 피아노 배틀을 이렇게 연출할 수밖에 없었나, 너무 아쉬웠습니다.

피아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원작의 참신한 기법을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냥 밋밋하게 피아노 뒷모습만 보여주는 장면이 굉장히 많이 나올 건 또 아니지 않나 싶었어요. 이 장면에서 원작을 뛰어넘어야지 고민한 흔적이 더 느껴졌으면 좋았을 걸, 너무 식상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유준에게 패하고 악보를 건네는 선배의 모습. 배틀 전에도 설명했지만 그는 피아노 배틀을 3년 내내 연패했던 인물이기 때문에 그를 응원하는 친구들도 많았을 거고, 본인도 자부심이 상당했을 거잖아요. 근데 뉴비한테 처참히 발린 상황에 자존심은 어따 팔아먹었는지, 웃으면서 어떻게 이런 대사를 칠 수 있죠. 제가 너무 기대했던 걸까요. 이렇게 아쉬운 점이 자꾸 생기다 보니 그럭저럭 괜찮다 생각했던 영화의 OST도 덩달아 아쉬워지는 것 같고, 원작의 오프닝곡, 두 사람의 애틋함이 물오를 때마다 등장했던 ‘각답차(Jiao Ta Che)’, 샤오위를 계속 신경 쓰고 그리워하는 장면에서의 OST ‘조조(早操)’, 서로를 알아가며 마음을 쌓아가는 두 사람이 해변을 걸을 때 등장했던 ‘담수해변’, 샤오위의 절망감이 물오를 때마다 등장했던 ‘소우사립가백등(小鎮裡白燈)’은 제가 너무 좋아해서 플레이리스트에 늘 넣고 다닐 정도다 보니, 이렇게 많이는 아니어도 이에 준하는 곡이 한 곡 정도는 등장해주길 기대하기도 했거든요. 이 영화는 OST가 사실 절반은 먹고 들어갔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새로 만들어진 곡 중에는 기억에 남는 음악은 없었던 것 같아 또 아쉬웠습니다.


쇼팽에 대한 언급은 왜?

원작과 리메이크 모두 쇼팽과 그의 연인 상드의 그림을 보며 그들의 10년간의 러브스토리를 부러워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는 고상한 외모와 품위, 출중한 연주 실력으로 유명했던 쇼팽과 달리 괴상한 모습과 방정하지 못한 행동으로 좋지 못한 시선을 받았던 상드,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마치 두 주인공의 현재와 닮아 있었기 때문이죠. 또한 이별 후 시련의 아픔을 견디다 못해 천식으로 세상을 떠난 쇼팽의 모습은 훗날 샤오위가 샹륜에게 그리움의 메시지를 보내다 천식으로 사망하는 장면에 대한 복선으로도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리메이크작에서는 정아가 천식을 앓는 설정을 완전히 삭제했고, 현실에서 타인들에게 괴상하게 보이는 묘사조차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비유와 복선 모두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되어버린 셈입니다. 이 역시 주연의 설정을 변경하면서 서사의 골조를 함께 수정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어요.


103걸음에 대한 설정

정아가 103걸음을 걸은 후 눈을 뜬 곳에 유준이 있어야 그를 볼 수 있다는 설정은 원작에서는 고등학교라는 배경 덕분에 자연스러웠죠. 반과 자리가 정해져 있고 학교에 있는 동안 늘 같은 공간에 있으니까요. 하지만 리메이크작은 대학이라는 설정이기 때문에 사실상 매일 달라지는 시간표, 강의실, 자리 모두 일정하지 않은데 이를 단순히 ‘103걸음’으로 퉁쳐버린 것은 설정 오류라 생각합니다.


결말의 오류

원작에서는 샤오위가 샹륜을 그리워하다 천식으로 사망한 설정이었죠. 이는 앞서 말한 쇼팽의 죽음과의 복선에서도 드러났습니다. 그녀가 누워 있는 장면과 두고 간 천식기계를 병치해 보여준 이유, 그리고 샹륜의 아버지가 그녀가 잘못되었다는 식의 표현을 썼던 부분 모두 이를 뒷받침하죠. 하지만 엔딩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졸업사진을 찍는 모습이 등장하기 때문에 많은 관객들이 샤오위가 죽지 않고 살아서 과거로 돌아온 샹륜을 만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샹륜은 그녀가 죽기 전, 자신을 알기도 전의 더 먼 과거로 돌아갔던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샤오위는 그를 ‘사랑했던 연인’으로가 아니라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던 것이죠.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은 그때부터 새로운 사랑을 다시 키워나갔고 결국 함께 졸업하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즉, 샹륜은 미래에서 과거로 넘어와 과거의 사람이 된 셈이죠.

감독이자 배우인 주걸륜 또한 “미래로 시간여행을 하면 처음 본 사람만 여행자를 볼 수 있지만, 과거로 여행을 떠나면 그 시간에 속하는 사람이 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과 상호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직접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니 리메이크작의 결말 또한 정아가 있는 과거로 돌아간 유준이 그녀와 함께 살아가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원작과의 가장 큰 차이는 정아가 사망하지 않았다는 점이죠. 그래서 더 먼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정확히 정아의 시간대로 돌아가 서로를 알아본 것이며, 곧바로 데이트하는 장면으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신분 세탁을 어떻게 할지는 여전히 미스터리한 숙제로 남지만, 영화니까 너무 현실적인 고민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품에 대한 리뷰를 하며 아쉬운 점을 많이 언급하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원작이 너무 뛰어났기 때문이에요. 이번 리메이크작이 별로거나 볼 만하지 않은 영화라는 뜻은 아닙니다. 한 개인의 감상으로서 참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성: 현(hyunn) / 유튜브 채널: 현이버스

작성 된 스크립트는 하기 유튜브를 통해서 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0tTqkHzNa8&t=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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