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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BA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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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혀니버니 Oct 22. 2023

1. Why MBA?

커리어, 커리어, 커리어 그리고 약간의 개인적인 이유들

2021년 8월, 한국에서는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기 시작하고 영국에서는 코로나 락다운이 풀리고 일상으로 막 돌아가기 시작할 때 즈음, 나는 London Business School에서 MBA를 시작했다.

London Business School의 Sussex Place Campus

2년 하고도 약 1분기가 지난 지금, 나는 MBA를 무사히(?) 졸업했다. 룩셈부르크에 위치한 아마존 유럽 본사에서 MBA 인턴십을 마치고 Full-time offer (정규직 전환)를 받았지만 차디찬 글로벌 테크시장의 불황으로 내년 3월로 입사일자가 밀리는 등 다사다난한 Post-MBA 시간을 보내는 중이라 그런가. 이제는 내가 MBA를 다녔었나 싶을 정도로 2년 동안의 지난 MBA 여정이 꿈만 같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나는 왜 그 당시에 MBA를 가고 싶었을까? MBA를 통해 무엇을 얻고 싶었을까?


1. 커리어 전환

MBA는 Business Administration 석사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MBA를 선택하는 첫 번째 이유이자 가장 당연한 이유는 커리어 전환이다.


MBA를 고민하던 시기에 인터넷에서 많은 글들을 읽고 학교 설명회도 참석했었는데, 몇몇 분들은 뚜렷한 커리어 목표가 없어도 MBA에 와서 옵션들을 explore 하면 된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100% 확신에 찬 커리어 목표를 설정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개인적으로, 또 주변 MBA 친구들을 봤을 때, 비교적 뚜렷한 커리어 목표가 없을 경우 성공적인 MBA를 보내기는 다소 어려운 것 같다. MBA 지원 에세이의 공통 문항이 본인의 장단기 커리어 골이기 때문에 지원서를 작성할 때부터 커리어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됐고, MBA 시작과 동시에 MBA 공채 프로그램을 통해 MBA를 가장 많이 채용하는 IB, 컨설팅, 테크 채용 프로세스가 시작된다. 이 시기를 놓칠 경우 본인이 직접 발품을 팔아서 리크루팅을 해야 하는데, 특히 지금처럼 채용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 굉장히 힘들다.


나는 전자과를 졸업한 후 Big Tech로 불리는 회사를 거쳐 글로벌 회계법인에서 M&A 또는 재무보고에 필요한 회사를 가치평가하는 일을 했던 누군가에겐 알쏭달쏭 할 수 있는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

Big Tech로 불리는 미국계 테크 회사들

장기적으로는 사모펀드 또는 벤처 캐피탈, 즉 PE 또는 VC에서 기술 기반 비지니스에 투자하는 일을 하고 싶다. 그래서 MBA를 지원할 당시, 징검다리로 투자은행 (IB)를 Post-MBA 목표로 잡았었다. IB 공채는 잘 풀리지 않았지만, 운이 좋게도 아마존 MBA 인턴 프로그램에 합격하게 되었고 정규직 전환 오퍼를 받았다. 졸업 후 남은 시간 동안 런던에 있는 사모펀드에서 일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되돌아봤을 때에 내가 원하던 커리어골을 달성했는가? 에 대한 답은 잘 모르겠다. 단기적인 목표인 IB를 가지는 못했지만, 장기적으로 아마존에서 경험을 쌓은 뒤에 투자 쪽으로 옮겨갈 수 있고, 2학년때부터 PE에서 인턴십을 하는 등 원하던 경험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에 나의 커리어 전환은 아직도 진행 중인 것 같다.  


다만, 커리어 목표 설정과는 별개로 MBA를 하면서 이 얘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다.

MBA를 시작하는 학생들이 원하는 커리어 전환은 크게 3가지가 있다고 한다:

1. Location 전환 - 보통 본인이 전환을 원하는 나라의 MBA를 선택한다.

2. Function 전환 - 테크 회사의 경우, 개발자 출신이지만 비 개발자 커리어 전환을 원한다거나 (거의 없는 것 같긴 하다...) 투자은행의 Middle office 출신이 M&A 등 Front office로의 전환을 원하는 경우

3. Industry 전환 - 컨설팅, 투자은행, 테크 산업으로 전환을 제일 많이 한다.


MBA 시작과 동시에 3가지를 다 바꾸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슬픈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 중에 2가지라도 바꿀 수 있다면 MBA를 굉장히 잘 보낸 거라고 한다. 졸업한 지금, 실제로 주변 친구들을 보면 3가지를 다 바꾼 친구들은 극히 드문 것 같다. 비 컨설팅 출신인 친구가 런던에 있는 컨설팅 펌에 입사한 경우가 3가지를 다 바꾼 제일 흔한 케이스인 것 같다. 컨설팅조차도 대부분은 본인이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나라의 오피스에 채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투자은행의 경우, 미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영국의 경우 금융 관련 업무경험을 굉장히 선호하기 때문에 기존에 금융권 출신이 아닐 경우 커리어 전환이 어렵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의 경우, 이전회사로부터 스폰서십을 받아서 졸업 후 그 회사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한 가지는 대부분 바꾸는 것 같다. 나는 언뜻 보면 3개 다 바꾼 것 같지만 원래 테크회사 출신이니까 2개 전환에 성공한 것 같아서 나름 만족스러운 MBA를 보낸 것 같다.


2. 그리고 개인적인 이유

개인적인 이유로는 당시 잠깐의 휴식과 재정비의 시간이 필요했다. 기업 가치평가를 하면서 거의 3년간 매주 80~100시간 가까이 일했다. 주변을 돌아볼 시간과 나의 향후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약 5년 정도의 업무경험을 쌓았던 당시가 가장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했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지원하고 결정해서 MBA를 다닌 게 정말 잘한 선택인 것 같다.


또 다른 이유로는 해외에서 경험을 좀 더 쌓고 싶었다. 이전 포스트에서도 잠깐 언급했었지만, 어렸을 때 싱가포르에 거주했었고, 그때의 경험은 말 그대로 eye-opening experience였다. 더 늦기 전에 해외에서 경험을 쌓고 싶었다. MBA 합격 후 학교를 고를 때, (1)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가 친숙하고 (2) 친구들이 비교적 많이 있고 (3) 원하는 해외 커리어 경험을 할 수 있는 영국에 있는 LBS를 고르게 되었다.


MBA를 졸업한 지 벌써 3개월이 넘었고,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취업, 여행, 네트워킹 등 MBA 생활에 대한 글들을 더 올릴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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