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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BA Life

2. MBA 졸업 후 2년, VC 합류까지의 스토리

현실과 기회가 교차했던 마음고생 스토리

by 혀니버니

0. 오랜만에 돌아온 브런치

마지막 글이 벌써 2년 전이다.

MBA 졸업 이후 현실 삶이 너무 바쁘고, 하루하루 새로운 일에 치이다 보니 기록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그 사이 꽤 드라마틱한 2년을 보냈고, 이제는 이 여정을 남겨두고 싶어졌다.

졸업식 날, 이 순간 이후 2년이 이렇게 다채로울 줄은 몰랐다.



1. MBA 1년차 여름, 아마존에서의 여름 인턴십

MBA 1학년을 마치고 2학년이 시작되기 전 여름, 룩셈부르크에 있는 아마존 유럽 본사에서 정규 여름 인턴십을 했다.


그 당시 아마존 인턴십은 테크분야의 정규 리크루팅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특히, 같은 시기 메타, 구글 등 주요 빅테크들이 MBA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하면서 경쟁률이 더 치열해졌다.


그 속에서 합격 메일을 받았을 때, "역시 나는 테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대 졸업 후,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쳤던 나에게 테크 업계는 낯설지 않으면서도, MBA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맞이하니 또 다르게 느껴졌다. 특히 아마존이라는 거대한 조직이 유럽 시장을 어떻게 운영하는 지 직접 보고 배우는 건 큰 기회였다.

너무 평화롭던 룩셈부르크
MBA 1학년 여름, 경쟁이 치열했지만 역시 테크의 품은 (가끔은) 따뜻했다

MBA 인턴이 2개월이라는 꽤나 짧은 시간동안 꽤나 굵직한 역할을 맡게 되어 너무 바쁘고 정규직 오퍼까지 맞물려 있어 스트레스를 받았던 시기였다.


인턴십을 마무리할 즈음, 정규직 오퍼를 받았다. 원래는 졸업 후 바로 합류할 예정이였는데... 글로벌 테크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입사일이 졸업 9개월 후인 2024년 3월로 미뤄졌다....



2. 원래 하고 싶었던 길 - PE/VC 리크루팅

아마존 입사가 연기되면서, 이 시간동안 무엇을 하면 가장 뜻깊을까 고민했다.

원래부터 하고 싶었던, PE/VC 업계 리크루팅에 집중하기로 했다.


마침 MBA 2학년 때 파트타임으로 일했던 PE 펀드에서 “원할 때까지 풀타임 인턴으로 있어도 된다”는 제안을 받았다. 덕분에 안정적인 환경에서 실무를 이어가면서, 틈틈이 네트워크를 넓히고 지원서를 내며 기회를 찾을 수 있었다.

12월 말 사무실에서 크리스마스 기분내기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서류를 내고, 인터뷰를 보고, 탈락 통보를 받고… 다시 지원하는 이 패턴이 몇 달이나 반복됐다. 그 와중에 런던의 생활비와 고정 지출은 꾸준히 나갔다. 인턴으로서는 꽤 큰 월급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의 물가는 살인적이였다.



3. 귀국 결심

2023년 12월, 결국 현실적인 결정을 내려야 했다. 렌트비 등 생활비 감당이 쉽지 않았고, 아마존 입사까지는 3개월이 남아있었다. 아마존에 입사하게 되면 부모님과는 더 멀어지고, 휴가 내고 한국을 가지 않는 이상 길게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기는 어려울 것 같아 모든 걸 정리하고 한국으로 들어가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솔직히 이렇게 빨리 다시 돌아올 줄 몰랐다

4. 설날, 그리고 VC 오퍼

그러던 중, 한국에서 가족과 설날을 보내던 날, 12월부터 진행하던 런던 소재의 VC 인터뷰에서 최종 오퍼를 받았다. 영화처럼 절묘한 타이밍이였다. 명절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전화를 받으러 방안에 들어갔었고, 방에서 나오니 모두가 내 얼굴만 쳐다봤던 것 같다. "나 오퍼 받았어!!" 라고 말하니 엄마아빠, 동생, 친척분들까지 모두 축하해주셨는데 정말 평생 기억 속에 남을 것 같다.



5. 같은 도시, 새로운 챕터

오퍼를 수락한 뒤, 다시 런던으로 돌아왔다. 같은 도시지만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속에서 하루하루 배우며 일하는 중이다.

생일 챙겨주는 따뜻한 동료들

MBA 졸업 이후 2년은 계획대로 흘러간 적이 거의 없었다. 아마존 오퍼 연기, 런던에서 꾸역꾸역 버티다 결국 귀국, 그리고 가장 예상하지 못했을 때 받았던 내가 너무 간절히 원했던 오퍼까지... 예상치 못한 변수가 계속 있었지만, 그 덕분에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더 확실히 알게 됐다.


앞으로는 MBA에서 지금까지의 여정과, 런던에서 이어가는 커리어 이야기를 더 자세하게 풀어가려고 한다. 해외에서 커리어 전환을 고민하는 분들께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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