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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BA Life

3. GMAT – 세 번의 도전, 그리고 700+

벼락치기, 불안, 그리고 전략적 멈춤의 기록

by 혀니버니

GMAT이란?


MBA 지원자들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관문.

GMAT(Graduate Management Admission Test)은 800점 만점으로, 경영대학원 입학을 위한 대표적인 시험이다.


구성은 크게 네 부분이다:

출처: https://www.mba.com/exams/gmat-exam/about/exam-structure



Quantitative (수리): 공대생 및 한국인에게는 익숙하지만, 시간 압박이 크다.

Verbal (언어): 비원어민 지원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파트.

IR (Integrated Reasoning, 종합추론): 표와 그래프를 해석해 논리적으로 답하는 영역.

AWA (Analytical Writing Assessment, 에세이): 주어진 주장에 대해 분석하는 짧은 에세이 작성.


MBA 지원생들 사이에서는 흔히 “700점 이상”을 합격선으로 여긴다. 그래서 ‘700 클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첫 시험 – 룰루랄라 680


2020년 8월 21일, 나는 첫 GMAT 시험을 쳤다.

그때까지만 해도 “2021년에 지원해서 2022년에 가야지”라는 느긋한 계획이었다. 아직 시간이 1년 넘게 남았으니, 부담 없이 시험을 보자는 마음이었다.


학원은 전혀 다니지 않았다. 평일엔 회사 일로 새벽까지 붙잡혀 있었고, 주말마다 겨우 정신을 붙잡아 문제집을 풀었다. 7월 한 달 동안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고, 그대로 시험장에 들어갔다.


결과는 680점(만점 800점).

“오, 생각보다 괜찮은데?”


내가 가고 싶던 학교들은 M7(미국 상위 MBA 7개), LBS, 그리고 학부때 탈락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한 옥스포드였다.

옥스포드는 공식적으로 “650점 이상이면 경쟁력 있다”고 밝혔으니 기준은 넘긴 셈이었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700 클럽’에 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M7이나 LBS를 목표로 한다면 조금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https://www.sbs.ox.ac.uk/programmes/mbas/mba/application-requirements




두 번째 시험 – 허탈한 제자리걸음


급해진 마음으로 9월 12일, 두 번째 시험을 쳤다.

하지만 결과는 또 680점.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같은 점수를 두 번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Report 대신 Cancel(취소) 버튼을 눌러버렸다.


시험장을 나서며 “이게 정말 될까?” 하는 불안감이 몰려왔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만 남았다.


언니의 조언, 그리고 전략적 선택


그렇게 며칠 뒤, 여의도의 피그 인 더 가든.

내 첫 직장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함께 일했던 언니(그리고 LBS 출신)를 만났다. 내 상황을 이야기하자 언니는 단호하게 말했다.


“너 혼자 다 할 필요는 없어. 적절한 시기에 학원을 가든, 도움을 받아.”


나는 학원에 갈 시간은 도저히 안 된다고 했다. 그러자 언니가 다시 말했다.

“그럼 그냥 과외라도 받아. 시간은 원래 없는 거야.”


그 말이 나에게는 따끔한 일침이었다. 결국 마음을 다잡고 Verbal 개인 과외를 받기로 했다. 총 4회, 짧지만 강도 높은 수업이었다.


세 번째 시험 – 결국은 710


그리고 다시 도전한 세 번째 시험에서 드디어 710점을 받았다.

드디어 700을 넘겼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아쉬웠다.

사람들은 하버드를 가려면 최소 750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나는 그때까지도 아이비리그와 옥스브릿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710은 성취였지만, 동시에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더 시간을 쓸 여유는 없었다. 지원 마감은 이미 코앞이었고, 이제는 점수보다 에세이와 추천서 준비가 더 중요했다.


점수를 넘어서


돌아보면 GMAT은 나에게 “완벽한 점수”보다 “전략적 선택”을 가르쳐 준 시험이었다.

공대생 출신이라 Quant는 독학으로 충분했고, 어릴 적 싱가포르 국제학교에서 SAT를 준비해 한번만에 2230점(2400점 만점)을 받았던 경험도 있어 영어 시험에 대한 두려움은 상대적으로 덜했다. 원래 벼락치기에 강한 편이기도 해서, 운 좋게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세 번 만에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조금 더 플랜을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했더라면 이렇게 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을 것 같다. 단기간에 몰아붙여 끝내긴 했지만, 과정 자체는 꽤 고되고 불안했다.


그리고 결국 세 번의 도전 끝에 시험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점수는 넘겼지만, 그 순간 나는 여전히 에세이 글감을 찾으며 헤매고 있었고, 누구에게 추천서를 부탁해야 할지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GMAT은 끝났지만, 진짜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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