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단쓰기클럽 231224
요즘 <골든걸스>라는 프로그램을 챙겨보고 있다. 박진영 프로듀서가 네 명의 여성 원로(?) 가수를 모아 5세대 걸그룹을 만드는 내용의 예능 프로그램인데, 네 명의 멤버가 무려 인순이, 신효범, 박미경, 이은미다. 젠지세대라면 누구..?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이들의 이름을 검색해 유튜브 영상 하나만 찾아보더라도 감히 이들이 왜 디바라 불리는지 알 수 있을 거라 장담한다.
어젯밤 KBS 연예대상에서 골든걸스가 신인상을 수상했다. 네 멤버의 경력을 합치면 데뷔 155년차인 이들에게 신인상. 예능적으로다가 하하 웃기다 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대목에서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평균 연령이 60세에 달하는 여성 가수들의 새로운 도전과 신인상. 무언가 뭉클한 기분이었다.
프로그램은 꽤나 성공한 듯하다. 죽어가는 지표라지만 시청률도 나름 선방하고 있고, 골든걸스는 내년 초 전국투어 콘서트도 하게 되었다. 박진영 프로듀서는 이 모험의 성공에 있어서 가장 놀라운 건 2049 대상 시청률이라고 했다. 본인도 어떻게 이런 수치가 나올 수 있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나의 2023년은 대체로 평화로웠다. 10월 중순까지는. 그 무렵 아빠가 사고를 당하고 수술과 치료를 반복하게 되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60대 남성의 삶을 자꾸만 생각하게 되었다. 일만 하며 살아온, 지난주 읽단 쓰기 클럽에서 읽었던 글에서와 같이 “교양을 누리는 방법을 모른 채 노년의 맞이해 버린”, 그런 사람들의 삶.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나와 같은 자식의 삶.
그래서 <골든걸스>라는 프로그램이 전 연령대에게 사랑받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60대가 되어서도 삶에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는 희망. 새로 시작하는 게 창피한 게 아니라는 위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