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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Feb 07. 2024

운전에 대해 쓰기

애쓰는밤 240111

근래에 건강한 현정님을 본 적이 없어요, 라고 하시니, 건강에 대한 글을 쓰지 않을 수 있는가.


애쓰는밤 모임을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해도 나는 꽤 건강한 사람이었다고 자부한다. 그즈음 썼던 글을 읽어보면, 내가 얼마나 규칙적인 삶에 푹 빠져있는지 그리고 그런 건강한 삶이 나에게 어떤 행복을 가져다주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 먹고 싶은 걸 먹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꾸준히 운동하고 책 읽고 글 쓰고, 야근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던 평화로운 삶. 건강할 수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10월 아빠의 사고로 나의 모든 일상이 와장창 깨져버렸으니, 입원 기간 동안 망가져버린 바이오리듬은 물론, 여성 호르몬 뿜뿜하는 심지어는 몸까지 아픈 아빠와 24시간을 함께한다는 것은 나에게 엄청난 무게였더란다.


아무튼, 병원을 나와 다시 일상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나의 골골 시대는 진짜 막을 올렸으니, 대략 2주간은 도수치료로 무너진 척추를 바로 세우는 데에 돈과 시간을 쏟아부었고, 그 뒤로 2주 간은 불면증에 허덕였으며, 그나마 잠을 조금 잘 수 있게 된 무렵 독감에 걸렸다. 그리고 지금은, 독감 후유증으로 부비동염이라는 난생처음 듣는 염증이 내 미간에 내려앉았다고 한다.


바이러스는 시간이 흘러 죽어버리면 그만인 것이지만 운동을 쉬는 동안 발생한 근손실이라는 거대한 장애물은 PT 시간마다 나를 현타에 몰아넣었고, 그 절망마저 겪어내지 못하게 하려는 건지 요즘은 매일이 야근에 야근의 연속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오늘도 대충 12시간 정도를 회사에서 보내고, 퇴근길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진선님에게 죄송하지만 오늘은 못 갈 것 같다는 메시지를 계속 썼다 지웠다 했더란다. 그러다가 문득, 일 때문에 운동도 못하고 모임도 못하면 나는 언제 어디에서 숨을 쉬는가 라는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끝끝내는 모임에 참석해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늘의 글감인 운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주절주절 써버렸지만, 굳이굳이 연결해 본다면, 어쨌는 내 인생 운전대는 내가 잡고 있는 것이고 옆에서 누가 훈수를 두건 말건 나는 오늘 액셀을 밟아 이곳으로 왔다는 것. 운전 글은 나중에 다시 써오겠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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