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취소 사유
한문단클럽 vol.2 240323
제출했던 사직서를 회수했다. 폭풍 같았던 지난 열흘, 일곱 차례의 퇴사 면담 속에서 중심을 잡고 서있기란 참 어려운 일이었다. 견고하게 쌓아 올린 결심은 말 한마디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가 표정 하나에 다시 솟아오르기를 반복했다. 회사 밖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물었다.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게 맞느냐고. 누군가는 돈이 전부라 말했고, 누군가는 꿈을 좇으라 말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감정이 우선이라 말했다. 나는 내 감정을 보호하고자 퇴사를 결심했지만, 꿈에 흔들렸고, 돈에 주저했다. 어지러운 날들 속 내가 끝끝내 붙든 것은 미련이었다. 결실을 맺지 못한 일들과 함께 손발을 맞춰온 사람들에 대한 미련. 사직서를 제출한 순간에도, 여러 사람과 마주 앉아 이별을 이야기할 때도 나는 바랐다. 한 명쯤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 주길. 나는 이것이 사랑이었음을, 불공정한 조직과 불합리한 시스템으로도 덮이지 않을 만큼 커다란 사랑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 사랑을 끝까지 태워보기로 했다. 어쩌면 이 결정이 다시 사직서를 제출하는 일로 마무리될지도 모르겠지만, 미련한 나는 다시 한번 불씨를 살려내 본다. 부디 내 사랑이 꺼지지 않길 기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