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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Apr 26. 2024

서른셋

애쓰는밤 240425, 한문단클럽 vol.5

나는 최선을 다해 최악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다다른 최악에는 그녀가 있을까.


오늘은 내 생일이다. 그리고 나흘 뒤면 엄마의 생일이다. 엄마는 최악에 있을까. 나는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누군가 최악의 우주로 떠나가고 나면 남은 사람들은 그의 생일을 기념하는 게 맞을까 아니면 기일을 기억하는 게 맞을까. 이곳에서의 기일이 그곳에서의 생일은 아닐까. 반대로 이곳에서의 생일이 어느 곳에서의 기일은 아닐까. 한쪽에서 슬픔을 토하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축하를 받고 있진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울어야 할까 춤을 춰야 할까.


생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 채로 보내야지 다짐했건만 결국 이렇게. 생일이라는 건 어쩔 수 없이 자꾸만 엄마를 떠올리게 하니까. 삼십삼년 전 오늘 나를 품에 앉았을 때 어땠느냐고 자꾸만 묻고 싶게 하니까.


내가 최악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그녀가 있을까. 더 먼 곳으로 떠나버리고 난 뒤일까. 끝끝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렇다면 나는 울어야 할까 춤을 춰야 할까.


* <나를 사랑하는 나의 신> - 권누리, [한여름 손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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