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연인 간의 이별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소중했던 무언가와 수없이 작별한다. 일 년의 추억을 빼곡히 담은 다이어리도 해를 넘기며 이별하고, 매일 붙어 지내던 친구와도 어느샌가 서서히 멀어지게 된다. 하물며 동료들과 몸 부딪히며 하루의 반 이상을 보내던 직장과의 이별 또한 언젠가 찾아온다. 인생은 이별의 연속이다.
나는 최근 조금 기묘한 이별을 경험했다. 오랫동안 좋아하던 가수가 있었는데, 그들은 지친 일상에 위로가 되어 주었고 응원이 필요한 순간에 음악으로 힘을 북돋아 주었다. 나 역시 그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 공연을 따라다니고, 앨범과 굿즈를 모으며 애정을 쏟았다. 성실하고 치열했던 그들은 서서히 정상의 자리에 올라섰고,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소식을 따라가기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공연을 포기하고 업데이트를 놓치면서도 형태가 달라졌을 뿐 여전히 사랑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러다 얼마 전 팬으로서 아주 가까이에서 그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눈앞에서 마주한 얼굴은 여전히 반짝였지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 나는 이 사랑의 끝이 다가왔음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활짝 웃고 있으면서도, 내 마음속 불씨는 마치 밤이 깊어질수록 잦아드는 모닥불처럼 어느새 작아지고 있었다. 남녀 간의 사랑도 아닌데, 아쉬움은 남을지언정 후회는 없는 완전한 사랑의 종착을 겪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새파란 시절엔 “사랑하지만 헤어진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의 나는 단순히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로 사랑을 재단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가며 마음만으로는 붙잡을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환경이 허락하지 않으면 이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다. 때로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소멸되기도 하고, 때로는 붙잡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상대를 담담히 놓아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른스럽게 이별하는 법을 배우는 일일지도 모른다. 시작의 설렘만큼이나 끝의 타이밍을 아는 것, 미련 대신 담담함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상대방뿐 아니라 나 역시 상처받지 않고 관계를 마무리하는 현명한 배려일 것이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이별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