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마음가짐

by 수현


어느새 9월, 달력을 또 한 장 넘기니 남은 장 수가 몇 장 되지 않는다. 최근 친한 동생과 대화를 나누다 내가 "너의 자유함을 사랑한다"고 말했더니, 동생은 "자유하기 위해 자유롭게 산다"고 대답했다. 내가 바라본 자유와, 동생이 말한 자유는 어떤 것일까. 대화 이후 나는 자유라는 말에 대하여 오래 곱씹게 되었다.

사전에서는 자유를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라 정의한다. 하지만 그런 상태가 과연 가능하기는 할까? 가능하다고 해도, 과연 우리는 그 상태를 선택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내 삶에도 늘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아기일 때는 발달 속도를 기준으로, 학생일 때는 성적과 대학 입시로, 청년이 되자 취업과 결혼이라는 잣대가 따라붙었다. 마치 삶이 공장에서 찍혀 나오는 제품처럼 정해진 순서를 따라야만 하는 듯했다. 자유라는 단어는 늘 ‘해야 하는 것’들의 그림자에 가려져 홀대받기 급급했다. 그렇다고 내가 억압 속에 자란 건 아니다. 먹고 싶은 걸 먹고, 하고 싶은 걸 시도해 볼 수 있는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 어쩌면 누구보다 자유를 보장받은 삶이었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나의 자유를 떠올려 보려 하면 뚜렷이 손에 잡히는 기억이 없었다.


얼마 전 알게 된 지인 한 분이 내게 혼자 여행을 꼭 가보라고 조언해 주셨다. 숙소도, 식당도 미리 정하지 않고 그냥 훌쩍 떠나 보라는 말이었다. 나는 무계획 상황에 대해 겁이 많은 대문자 J인지라 그동안은 혼자 여행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볼 시도조차 하지 못했는데, 이상하게 그분의 여행담을 듣는 것만으로도 묘하게 자유로운 기분이 들었다. 새장 안에서 바깥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새를 바라보는 듯한 감각이었다.


그때 생각했다. 어쩌면 자유는 '조건'이 아니라 '감각'일지도 모른다고. 모든 굴레가 사라져야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굴레 속에서도 확신을 가지고 스스로 선택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바로 자유일 수 있다. 불안과 책임을 동반하더라도 나의 의지로 선택한 결과라면 그 대가마저도 기꺼이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동생이 말한 “자유하기 위해 자유롭게 산다”는 문장은 결국 그 감각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이었을 테다.


글을 쓰면서도 나는 여전히 자유를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다만 하나는 분명하다. 자유는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라, 내가 오늘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맞서보는 거다. 내게 주어지는 하루라는 시간 동안 펼쳐지는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확신의 순간들을 쌓아 가는 일 속에서, 나는 조금씩 자유를 배워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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