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을수록 내 힘과 능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점점 많아진다. 그러나 돈과 시간을 들이면 얻을 수 있는 수많은 것들 사이에서 오히려 점점 손에 넣기 어려워지는 가치들이 있다. 진심, 순수함, 열정이 그렇다. 대화를 나눌 때 상대에게서 이 세 가지가 느껴지는 순간, 그 사람에게 호감을 갖지 않을 수가 없어진다. 특히 모두가 바쁘고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요즘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듯 보여도 그것들을 지닌 사람은 분명 반짝이며 빛이 난다.
같은 재화를 가졌다면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갖고 싶어 하는 건 인간의 본능일 것이다. 가성비와 효율을 중시하고 비용을 최소화할 줄 아는 능력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가치인 것도 분명하다. 일반화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 재고, 따지고, 계산하며 머리를 굴리는 사람은 아무래도 영 재미가 없다. 재미없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은 몇 시간을 함께 보내도 마음 한켠이 공허하다. 반대로, 함께하는 순간에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진심을 나누면 30분이든 1시간이든 마음은 충만해진다. 시간의 농도가 달라진다.
이상하게도 만나서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사람이 있다. 시간이 어쩜 그리 빨리 지나가는지 하루를 꼬박 떠들어도 헤어짐이 금세 아쉽고 하루라도 빨리 다시 만나고 싶어 다음 약속을 서두르게 된다. 반대로,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의미 없이 시간을 때우는 기분이 들면 자꾸만 하품이 삐져나오고 얼른 자리를 뜨고 싶어진다. 물론 각자의 주파수가 맞아떨어지는 것도 있겠지만, 그 순간에 얼마나 진심이 담겨 있는지가 결국 그 차이를 만든다고 믿는다.
나 역시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진심을 다하냐 묻는다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집중하려고 한다. 멀티를 못하는 성격이기에 핸드폰을 아예 꺼내지 않고, 상대의 최근 관심사나 걱정을 묻고 들어주며 내가 겪은 비슷한 경험을 꺼내어 공감하고 응원한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아 하는 상대를 위해서는 머리를 비울 수 있는 즐거운 컨텐츠를 준비해 가기도 한다.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으면 나부터 진심이어야 하고, 그럴 여력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자리를 만들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순진한 말처럼 들릴지 몰라도 나는 진심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 너무 진심이라 서툴고 조금은 부담스럽더라도 괜찮다. 분명한 이유로 좋아하고, 분명한 이유로 싫어하며, 흘러가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싶다. 모두가 이처럼 서로에게 조금만 더 집중하고 솔직하게 다가간다면, 지구의 온도가 지금보다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물론 지구온난화와는 별개의 이야기다.) 오늘도 나에게 진심을 내어주는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들의 안녕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