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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에 대해 조언하는 상사

직장인 고민상담소

by 겨울나무


우리는 회사에서 8시간 이상을 지낸다. 주 5일 동안 8시간 이상을 얼굴을 대하다 보면,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시간의 양으로 보자면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대면하는 것이 현실이다. 굳이 사적인 얘기를 나누고 친밀감을 쌓지 않았다고 해도, 오랜 시간을 함께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친숙감을 느끼고, 그러다 보면 공과 사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지향하는 회사나 팀이 종종 있으나, 가족을 대하듯 아끼고 존중하자는 의미이지 정말 가족처럼 사적인 영역에 대해서 공유해야 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 같아서/오빠/언니 같아서 하는 말인데…’와 같은 얘기로 사적인 조언을 하고 개인사를 궁금해하는 상사나 선배가 있다.



직장에서 어느 정도 공과 사를 지키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사생활을 궁금해하는 상사 때문에 고민입니다. 평소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사이도 아닌데 조언을 핑계로 개인적인 부분을 질문합니다. 이럴 때마다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마음이 불편합니다. 제가 너무 예민한 걸까요?



개인적 부분에 대한 질문이 도를 넘어서고, 험담이나 부당한 지시로 이어진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괴롭힘이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경우가 더 많다. 공과 사의 경계를 넘어서 그렇지, 의도가 나쁜 것 같지 않아서 대놓고 화를 내기도 어렵다. 대놓고 화를 내면 관계가 불편해질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대답을 하고 싶지도 알려주고 싶지도 않다. 웃어넘기는 것도 한두 번이고, 대답을 얼버무리면 눈치채고 다시 안 물어보면 좋겠는데 싫은 티를 내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에는 더욱 짜증이 쌓인다. 오지랖 상사, 어떻게 하면 좋을까?


1. 사생활은 얘기하고 싶지 않음을 명료하게 전달한다.

우선, 상대방이 사적인 영역은 대화의 주제로 부적절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 반응을 하지 않거나 대충 대답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애매모호한 반응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돌려서 대답을 하면 상대방의 호기심을 더 자극하게 될 수도 있고 눈치 없는 사람은 서로 즐겁게 농담을 주고받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2. 이제 전달하는 기술을 선택한다.

명료하게 전달한다는 것이 공격적인 반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론적으로 보면 부정적 의견을 전달하는 효과적인 기술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얘기하는 것이다. ‘사적인 주제의 대화는 00님과 얘기하고 싶지 않다’ 거나 ‘방금 그 질문은 제 사생활이니 관여 안 하시면 좋겠다’와 같이 내용은 단호하지만, 말을 담는 그릇인 어조와 표정은 부드럽게 전달하는 것이 기술이다.


3. 상대방의 의도에 대한 추론을 피하고 행동만을 언급한다.

이론적으로 그러하나, 상대방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가에 따라서 굳이 부드럽게 말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감정이 상했는데 표정을 부드럽게 하기는 사실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유의해야 하는 것은 상대방의 의도를 추론해서 함께 얘기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예를 들면, 마음을 터놓는 사이도 아닌데 사적인 것을 궁금해하면 당혹감이 들고, ‘그런 걸 왜 물어보지?’, ‘나를 어떻게 보는 거지?’ 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면 부정적인 추측을 하게 된다. ‘나를 만만히 보나?’ ‘예의가 없는 사람이다’ 등의 의도에 대한 추측을 혹시라도 덧붙여 얘기하게 되면 원치 않는 새로운 갈등이 생긴다.

추론의 정확성 여부를 떠나서, 이런 추론은 상대방이 행동을 중단하게 하는 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분명하게 의사를 표현했음에도 상대방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반복적으로 동일한 표현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직장 관계라서 피할 수도 없으니 내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의 자세를 달리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상대방의 조언에 심리적인 거리를 두는 것이다. 상사라고 해도 업무상 조언이 아닌데 귀 기울이거나 관심을 두어야 할 이유는 없고, 따라야 할 필요도 귀 기울일 필요도 없는 얘기들은 인터넷 댓글과 같다. 기저에 깔린 행동의 의도를 추론하려 하지 않고 심리적 거리를 두면서 불필요한 조언이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한다.


*이미지 출처: Photo by NeONBRAN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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