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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청년 Aug 03. 2019

나는 대한민국 보통청년이다

시작하며

중학교를 졸업하며 창원시장이 되기로 맘먹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고,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실제로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은 어느 중학교 3학년 학생회장의 순수한 생각이었다.


그런 나는 '정치'라는 게 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국회 본회의를 보러 가고, 집회를 보러 가고, 집회 현장의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정치인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정당 당사를 찾아가보고, 여러 강연을 들으러 다녔다. 고등학생 때 그랬다. 그리고 만 19세가 되고 1주일 후 '입당(정당에 가입)'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해보니, 20대 총선이 있었다. 우연히 고등학생 때 만났던 훌륭한 정치인이 우리 동네에 출마한다기에 인사하러 갔다가, 선거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어 당선까지의 과정에 참여했다. 뉴욕주립대에 입학하고 나서는 미국 민주당 동아리 모임에 구경 갔다가, 힐러리 대선 캠프에서 일하게 되었다. 케임브릿지대학교에 교환학생을 갔을 때는 노동당 동아리에 나갔다. 그리고 한국 서울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와서는 서울대학교에 '정당 동아리'를 만들었다.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 없어서 만들었는데, 대한민국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처음엔 정치가 무서운 건 줄 알았다. '입당'이니 '선거'니, 무슨 대단한 사람들만 하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무식하게 발로 뛰며 정치를 체험해보니, 정치는 전혀 그런 게 아니었다.



그럼 정치가 뭔데?


정치가 뭔지를 찾아보며 정말 많은 설명들을 봤다. '政治(정치)'라는 한자를 풀어 설명하기도 하고, 'politics(정치)'를 어떻게 쪼개서 라틴어 어원을 찾아 설명하기도 한다. 둘 다 셀 수 없이 들어본 설명인데, 어찌 번지르르하기만 하고 지금은 어떤 설명이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내가 직접 보고 경험한 정치는 그런 쓸데없이 멋있는 말도 아니고, 단순한 어원으로 설명되는 것도 아니었다.

정치는,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모이고,

그 힘으로 권력을 쟁취하고,

그 권력을 통해 합법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이 과정 중 어떤 것에든, 어떻게 라도 참여하면 나는 정치적 인간이 되는 것이다.



정치적 인간이 되자


지식인들은 나와 같은 청년들과 청소년들에게 깨어있기를 말하고, 정치에 무관심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그들은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는 플라톤의 (잘못 번역된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848624.html, 하지만 좋은) 말을 정말 자주 언급한다.


우리가 경험한 바, 이 말은 사실이었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결과, 정유라는 아무런 노력 없이 돈과 권력이란 '실력'으로 우리와 나란히 대학에 들어갔고, 이재용은 정유라한테 말을 사준 대가로 국민연금을 이용해 세금 한 푼 안 내고 삼성을 물려받았으며, 박근혜는 엄연한 국가 예산(국정원 특수활동비)을 자기 용돈처럼 빼다 썼다.


그리고 우리가 관심을 가진 결과, 숨은 권력은 숨어있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으며, 우리가 보는 앞에서 우리의 질문에 답해야 했다. 박근혜는 탄핵되었고, 최순실, 박근혜, 심지어 절대 감옥을 가지 않는다는 삼성의 이재용까지 재판을 통해 감옥에 갔다(다시 나오긴 했지만...).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정치적이었던 결과다. 하지만 또 누군가는 말한다.

"박근혜가 감옥을 가서 내 인생은 더 나아졌나요?"

이 질문 앞에 우리들은 머뭇거리게 된다.


지난 2016년 광화문에서 촛불을 켰던 순간은 우리 세대 대부분에게 첫 정치적 경험이었다.

그 순간의 참여에서 이제 정치적 인간이 되자.

정치가 내 인생의 일부가 되고, 우리가 정치적 인간이 될 때, 우리 손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정치? 별 거 아니다. 우리도 충분히 정치적 인간이 될 수 있다. '정치' 할 수 있다!


나는 대한민국 보통청년이다. 가진 건 없고, 그냥 나와 내 친구들이 살아갈 세상이 좀 더 좋은 세상이길 바라며, 적당히 이기적이고 적당히 이타적인, 보통청년이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 같은 보통청년이 바꿔간다.


이건 아무것도 아닌 내가 10대 보통소년, 20대 보통청년으로 대한민국 정치와 부딪히며 배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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