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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sik Park Feb 03. 2017

에스프레소 마끼아또와 신동엽

기본은 갖추고 창업하자.

    몇 주전 성수동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친구가 사무실을 같이 쓰자고 제안해왔는데, 서울숲이 요즘 뜨는 동네인 데다가 조용하면서도 인더스트리얼한 동네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같이 쓰기로 했다. 사무실을 옮기고 나면 가장 먼저 식당과 카페를 찾게 된다. 다행히 성수동에는 지식산업센터가 많아 저렴한 백반집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카페였다. 내가 좋아하는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를 파는 곳이 없었다.


에스프레소에 우유거품을 살짝만 올린다. 출처 : 스타벅스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에스프레소 마끼아또(espresso macchiato)는 에스프레소 위에 우유 거품을 살짝 올린 커피다. 이태리에서는 에스프레소와 함께 가장 많이 마시는, 카페의 기본이 되는 메뉴다. 그런 에스프레소 마끼아또가 메뉴에 없다니... 나는 메뉴에는 없지만 바리스타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메뉴이고, 매장 입구에 당당하게 에스프레소 전문점이라 써져있기에 카페 사장님(지금 생각해보면 종업원일 수도 있겠다.)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나: "혹시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도 주문 가능한가요?"

사장: "네? 그런 메뉴는 없는대요?"

나: "에스프레소에 거품만 올려주시면 되는데 안될까요?"

사장: "그렇게 드시면 입맛에 안 맞으실 텐데..."


    두 번째로 방문한 카페도 마찬가지였다. 여기는 규모도 크고 나름 전문 바리스타처럼 보이는 사장님이 계셔서 좀 더 자신 있게 물어봤다.


나: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도 주문 가능한가요?"

사장: "캐러멜 마끼아또 말씀하시는 거죠?"

나: "아니요. 에스프레소 마끼아또요. 에스프레소 위에 거품을 올린..."

사장: "캐러멜을 드리즐 해드리면 되는 거지요? 단맛을 좋아하시나 봐요."


    정말 충격이었다. 나름 카페를 창업하는데 수많은 고민을 하고 수천만 원의 돈이  들었을 텐데 기본 지식도 없이 창업을 했다니 믿을 수 없었다.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는 특별히 이태리 시장조사를 다녀오거나 바리스타 공부를 해야만 아는 전문적인 지식이 아니다. 스타벅스에서 일주일만 일해봐도 만들 수 있는 기본적인 메뉴다. 기본도 모르면서 손님이 실수했다고 생각하는 모습에 당황스러워졌다. 나는 커피에서 단맛이 나는 것을 싫어하기에 결국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십여 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대학생 시절 서점에 시집을 사러 간 적이 있다. 민중시인 신동엽 선생님의 <껍데기는 가라>를 읽고 감명을 받아 신동엽전집을 구하기 위하여 시내 대형서점에 갔다. 안내해주던 종업원에게 신동엽 시집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신동엽이 시집도 냈냐고 웃으며 물어봤다. 아마도 동명이인 개그맨을 생각했던 모양이다. 나는 불쾌한 기분이 들어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직접 서점을 뒤져 시집을 사 갔다.


시인 신동엽 (1930~1969), 출처 : 과천문화원


    국세청 2016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15년 106만 명이 창업하고 73만 명이 폐업했다고 한다. 특히 음식점은 평균 3년이면 문을 닫는다고 한다. 이처럼 폐업률이 높은 이유는 물론 대내외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아서이기도 하겠지만, 기본지식도 없이 우후죽순처럼 창업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슨 사업을 하던 기본기는 갖추고 시작하자. 잘 모르거나 경험이 없는 분야라면 최소한 1년은 다른 곳에서 일해보고 창업하자. 사장이라면 최소한 고객보다는 더 전문가여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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