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희망의 라이터

완전한 어둠 속에서 아주 작은 불꽃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의지


갑작스러운 정전. 작업 중이던 컴퓨터 화면이 꺼지고, 귀를 맴돌던 냉장고의 미세한 소음까지 멈춘다. 온몸을 감싸는 것은 소리마저 빨아들인 듯한 완전한 어둠. 손을 코앞에 가져가도 보이지 않는 캄캄함 속에서, 이성적인 판단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몸이 움츠러든다. 빛이 사라진 세계에 홀로 남겨진 듯한 원초적인 고립감과 공포가 엄습한다.


어둠은 단순히 빛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무력감' 그 자체다.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불안, 다음 발걸음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막막함. 우리는 본능적으로 어둠 앞에서 움츠러들고 모든 활동을 중단한다. 마치 삶의 시스템이 일시 정지된 것 같다.


손을 더듬어 책상 서랍을 연다. 촛불이라도, 손전등이라도, 무엇이든 이 무력감을 깨뜨려 줄 도구가 필요하다. 차가운 금속이 손끝에 닿는다. 아주 작고 가벼운 라이터. 이 사소한 물건이, 지금 이 순간 나를 지탱할 유일한 희망의 도구가 된다. 엄지를 롤러 위에 올리고, 깊은 숨을 내쉰다. 이 작은 금속 덩어리 속에 외부의 힘이 아닌, 나의 의지로 빛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잠들어 있다.




딸깍.


쇠 긁히는 소리와 함께 작은 오렌지빛 불꽃이 튀어 오른다. 그 찰나의 발화(發火). 불꽃은 작다. 방 전체는커녕, 책상 위 전체를 밝히지도 못한다. 그러나 그것이 눈앞의 1미터 공간을 선명하게 비춘다. 불꽃을 쥔 내 손가락 마디가 보이고, 책상 모서리가 또렷이 보인다. 어둠이 완전히 지배하던 공간에, 나의 의지가 만들어낸 최초의 영역이 확보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1미터의 시야를 확보했다는 것은, 내가 다시 주도권을 쥐었다는 의미다. 라이터는 스스로 켜지지 않는다. 누군가 '딸깍' 하고 엄지손가락을 움직이는 의지적 행동을 통해서만 존재한다. 어둠 속에서 우리는 외부의 빛을 기다릴 수 있다. 한전의 복구를, 누군가의 도움을. 하지만 라이터를 가진 사람은 기다리지 않는다. 스스로 빛을 만든다.


이 작은 불꽃은 기적이 아니라, '내가 행동했다'는 명확한 증명이다. 1미터의 불빛은 거대한 목표를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당장 내 발밑이 안전하며, 다음 한 발을 어디로 내디뎌야 할지는 알려준다. 절망이 우리를 마비시키는 이유는 '모든 것이 보이지 않기 때문'인데, 라이터는 그 마비를 깨뜨린다. 희망은 전지적인 조망이 아니라, 바로 다음 한 발을 위한 최소한의 시야다.




창문 틈으로 들어온 바람에 불꽃이 거세게 흔들린다. 손으로 감싸 보호하지만, 결국 꺼진다. 어둠이 다시 밀려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라이터의 속성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희망은 영원히 타오르는 거대한 횃불이 아니다. 바람이 불면 꺼진다. 삶의 좌절, 실패, 상실이라는 거센 바람이 불어 닥치면, 희망은 쉽게 사그라든다. 우리가 절망하는 진짜 이유는, 희망을 한 번 켠 뒤 영원히 타오르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깨달음은 여기에 있다. 희망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구원이 아니라, 내가 언제든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는 불꽃이라는 것. 라이터가 주머니에 있는 한, 꺼졌다고 절망할 필요가 없다. 다시 엄지를 굴려 딸깍 소리를 내면 된다. 희망은 단 한 번의 성공적인 발화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작은 의지의 선택이다.


그리고 라이터는 재생 가능하다. 기름이 떨어지면 채우면 되고, 부싯돌이 닳으면 갈아 끼우면 된다. 우리의 희망도 마찬가지다. 에너지가 고갈되었을 때, 우리는 1~7편에서 배운 루틴들(빨간 신호등 앞 멈춤, 이불 속 자기 용서, 발신의 자유 등)을 통해 스스로를 채우고 회복한다. 그렇게 다시 충전된 에너지로, 우리는 또다시 불꽃을 만들 수 있다. 희망이란 곧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다.




정전이 복구되어 방 안의 불이 환하게 켜진다. 라이터를 끄고 주머니에 넣는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지만, 버리지 않는다. 언제든 다시 어둠이 찾아올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라이터를 가진 사람은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빛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삶은 예측 불가능하다. 언제든 모든 빛이 꺼지는 순간이 올 수 있다. 갑작스러운 실패, 감당하기 어려운 상실이 우리를 완전한 어둠 속에 홀로 서게 할 때, 우리는 구원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수신자'가 아니라, 스스로 빛을 만들어내는 **능동적인 '발신자'**가 되어야 한다.


오늘 당신이 절망한다면, 당신 안의 라이터를 꺼내십시오. 희망은 거대한 기적이 아니라, 당신의 의지로 만들어내는 작은 불꽃입니다. 불꽃은 작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크기가 아니라, 꺼지지 않으려는 의지, 그리고 다시 켤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 능력은 당신의 손끝, 즉 당신의 의지 안에 있습니다.


딸깍.


당신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빛이 당신의 다음 한 발을 비춰줄 것입니다. 희망은 당신이 만드는 것입니다. 이제 스스로 빛을 발할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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