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생활은 퇴근 후에 시작된다.
직장 생활은 아직, 혹은 끝내, 진짜 생활이 되지 못했다. 직장 생활 사이에서 자아를 찾아내는 것보다, 그것이 실상 나에게는 그렇게까지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서야 평화를 찾았다. 하루 중 '진짜 아닌 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는 데에 실컷 억울해하고 나서야, 우습게도 합의할 수 있었다. 비로소 일하는 생활이 지속 가능하게 되었다.
아무튼.
진짜 생활은 주로 방 한가운데 모로 누워 있거나 단순한 폰 게임을 하거나 드라마를 재탕하거나 시사 예능을 보거나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하면서 보내는데, 가끔은 조금 더 재미난 것을 한다. 조금 더 진짜다운 생활. 예를 들면,
새로운 드라마 시작하기(봤던 드라마를 재탕하는 것과는 투입되는 에너지의 양과 질 측면에서 확연히 다르므로 별개의 행위다)
손으로 사부작대기(뜨개질이나 그림그리기 같은)
집 밖으로 나가 걷거나 뛰기
운동하기(=PT 선생님과의 계약 지키기)
책 읽기
글쓰기
여기에 진짜 생활을 기록해두려 한다.
이 기록의 묶음이 풍성해질수록 일상이 평화로워지리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