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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수 Jul 03. 2017

O2O에 대한 단상(斷想)

개정판 eCommerce 제(멋)대로 헤집어 보기 #7

2014년 플래텀에서 연재했던 이커머스 잡설을 손봤다. 어색한 문장 몇 마디 바로잡고 가끔은 그림도 바꿨다. 브런치를 시작하는 Kick-off 정도로 생각한다. 당시 이 주제로 플래텀에서 연재를 시작하며 달았던 말머리는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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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을 주제로 칼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PC 통신에서 인터넷으로 넘어가는 시절부터 포털과 전자상거래에서 일하며 쌓인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연재의 제목은 ‘이커머스 제(멋)대로 헤집어보기’입니다. ‘제대로’ 헤집고 싶지만 개인적 경험과 주관적 견해를 따르기에 객관적이기보다는 편파적일테니 ‘제멋대로’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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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헤집어보기 #7. O2O(Online-to-Offline Business)에 대한 단상(斷想)

(원문 게시일 - POSTED ON 2014/12/31)


‘300조원’.


2014년에 IT업계를 달군 키워드인 O2O에 따라다니는 시장 규모 수치다. 현재 O2O 시장이 300조원이라는 것인지, 향후 성장할 시장의 예상 성장 수치인지, 연관 산업을 다 합친 규모인지는 모호하다.


옴니채널과 O2O의 구분도 선명하진 않다. 그 둘이 같은 레벨의 다른 산업이라고 보긴 어렵다(eBay의 팝업스토어나 Shoppable Windows, Amazon의 뉴욕 맨하튼 오프라인 매장 계획을 전하는 소식들은 옴니채널과 O2O가 뒤섞여 있다).


각종 기관이나 언론에서 정의하는 O2O는 사소한 표현의 차이는 있으나 ‘온라인으로 고객을 모아 오프라인에서 거래를 유도한다’ 정도로 요약된다. 그리고 이것이 마케팅 수단인지 사업의 형태인지는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


심지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의 IT용어 사전에서는 “O2O는 원래 온오프라인 연결 ‘비즈니스’의 줄임말”이라고 친절히 설명한 바로 아래,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마케팅 방법’”이라고 쓴다. 적어도 업계 종사자 입장에서는 ‘그게 뭐 어때서?’라고 넘기기엔 눈에 밟히는 대목이다. 마케팅 수단이라면 시장 규모를 따질 대상이 아니고, 한 기업의 차세대 사업은 더더욱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마케팅 수단을 제공하여 매출을 올리는 회사라면 그것이 사업이고 시장이겠으나, 이는 기존의 온라인 광고 시장에 새로운 수단이 하나 더 추가된 것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것이 커머스 시장인지 광고 시장인지 고민하는 시각은 더욱 드물다. 그런데 숫자는 나왔다. 적지도 않은 300조원이다. 대략 국내 소매시장의 총합과 맞먹는다. 여기에는 백화점, 편의점, 대형마트, 재래시장, TV홈쇼핑, 그리고 모바일을 포함한 온라인 쇼핑몰 시장이 모두 포함된 숫자다. 만약 O2O 시장규모로 말한 300조원이 사실은 국내 소매시장의 총합을 말하는 것이라면, O2O는 커머스라는 얘기다. 그리고 그것은 광고나 마케팅 수단을 제공해 수수료를 취하는 사업구조가 아니라, 유형의 상품이든 무형의 서비스든 뭔가를 구매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사업이라는 말인데, 이 부분에서 혼란은 증폭된다.


O2O를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이런 버즈워드 같은 모호함을 걷어내면 O2O는 결국 세 가지로 갈린다. 온라인 광고 사업으로서 O2O, 커머스 사업으로서 O2O, 그리고 시장이나 사업의 관점이 아닌 단지 기술적 수단으로서 O2O다.


서비스 제공과 이용 과정에서 일반 사용자가 구매자로서, 즉 직접 결제하는 행위가 새롭게 창출된다면 이는 커머스다. 커머스와 광고의 가장 명료한 구분 기준 중 하나는 돈을 누가 내느냐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일반 사용자가 B2C 시장에서 광고 보려고 스스로 현금을 내진 않기 때문이다. 반면 서비스 과정에서 일반 사용자의 구매 및 결제 행위가 없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과 그를 이용하는 사업자 사이에서만 거래가 일어난다면 이는 광고 시장이다.


그 외에 대형 백화점 같은 오프라인 상점이 자사의 쇼루밍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마련한 서비스라든지, 반대로 온라인 사업자가 오프라인에서도 사용자 경험을 연장하려는 체험 공간이나 마케팅 이벤트로 마련한 서비스 등은 독립된 사업이라기보다 하나의 영업적 수단이다. 보통 이럴 때 옴니채널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면 적절하다. 만약 아마존이 사용자 경험의 확대가 아니라 매출 확장을 위해 오프라인에 실제 상점을 내고 점포수를 공격적으로 확대한다면 그것은 O2O나 옴니채널이라기보다 그냥 오프라인 유통 사업 진출로 설명하는게 낫다.


이렇게 사설이 긴 이유는, O2O를 커머스 시각에서 접근해 보기 위해서다. 물론 그래도 구분이 어려운 영역은 존재한다. 그러나 적어도 ‘어느 가게를 지나칠 때 내 위치를 인식해 모바일 쿠폰이나 이벤트 광고를 보내주고, 그 가게로부터 광고료를 챙기는 사업’은 거론하지 않아도 되겠다. 필자의 시각에서 이는 모바일 광고 사업이지 커머스는 아닌데, O2O로는 종종 거론된다. O2O 사례로 자주 등장하는 iBeacon 이라 해도 구매자가 오프라인 상점의 이벤트 정보를 전단지로 얻느냐 iBeacon으로 얻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iBeacon이 일반 사용자의 구매나 결제에 직접 개입하지 않으면 커머스보다는 광고 수단에 가깝다.


커머스 시장으로 의미있는 O2O의 구분   


O2O의 중심은 당연히 모바일이다. 이를 시장으로 접근하자면 커머스 입장에서는 모바일 커머스와 직결된다.


2014년 초 국내 온라인쇼핑협회 등 이커머스 관련 단체에서 전망한 모바일 커머스 거래 규모는 7조 6천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은 연말에 즈음하니 분위기가 다르다. 10조원은 당연히 넘고 과연 얼마까지 나올까 싶다. 2009년 11월 아이폰 국내 출시 이후로 지금까지 유선 트래픽이 -77%로 감소했다는 네이버 발표를 보니 이상할 것도 없다.


미국도 그리 다르지 않은가 보다. 포레스터 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까지 미국의 모바일 커머스 규모는 약 31억 달러로 성장을 예상한다. 그럼에도 이는 미국 전체 이커머스 시장의 약 7%, 전체 리테일의 약 1% 정도라 한다. 성장의 폭발성이 얼마나 클 지 짐작케 하는 수치다.

이렇게 엄청난 모바일 커머스는 소비자 입장에서 크게 3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당연히 유무형의 상품을 직접 파는 형태다.


실물 상품은 물론 디지털 콘텐츠까지 포함한다. 아마존, 이베이, 11번가, 쿠팡 등 일반적인 쇼핑몰 형태가 대표적이다. 월마트나 이마트처럼 오프라인 매장의 온라인 모바일 확장도 포함한다. 굳이 넣자면 앱스토어나 음원 다운로드, ebook 도 해당한다. Amazon은 이 모든 걸 다하는 케이스다.


둘째, 인프라를 제공하는 형태다.


애플페이, 알리페이, 카카오 페이 등이다. 자사는 물론 제휴사를 대상으로 하는 결제 및 할인 적립 인프라를 제공하거나 대행한다. 일반 사용자들은 이들 플랫폼을 통해 구매하며 결제한다.


셋째, ‘난제(難題) 해결’을 돕는 형태다.


소비자가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소비과정을 편리하게 만들어 기존보다 훨씬 뛰어난 방식으로 난제를 해결한다. 에어비앤비, 우버, 배달앱 등이 이에 속한다. 에어비앤비는 내가 직접 해외 품평을 뒤져 좋은 숙박을 찾고, 매번 다른 플랫폼 환경에서 결제를 거쳐 예약하는 번거로움을 일목요연하게 해결해준다. 우버는 나 자신이나 내가 대접해야 하는 고객을 위해 좋은 차를 구하고 운송하는 난제를 손쉽게 처리해준다. 배달앱은 야식 정보를 찾고, 맛을 확인하고, 주문도 해야하는 번거로움을 편리하게 해준다.


다들 귀찮고 복잡한 일을 대행해 주거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주는 솔루션을 제공하며 돈을 받는다. 숙박시설이나 차량이나 치킨을 직접 생산하거나 재고를 보유하거나 직접 운송하는게 아니라, 중간에서 매개 역할을 하되 가격비교 사이트나 맛집 정보 나열처럼 ‘정보의 연결’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 니즈의 원천을 해결하는 ‘솔루션을 연결’ 해준다.


이러한 형태의 구분이 커머스 시장에서 의미있는 이유는, 현재 이 세 가지 형태가 가장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O2O, ‘정보의 연결’이 아닌 ‘솔루션의 연결’이 진정한 가치


위 셋 중에서 가장 강력한 형태는 두번째 형태이겠으나, 판이 너무 큰 전쟁터다. 현실적인 면을 고려하면서 사업적 기회도 다양한 매력을 보자면 세 번째 형태다. 둘러보면 아직 사업화할 소재들이 남아있을만한 분야이기도 하고, 시장 개척은 어렵지만 진입장벽이 높아 후발주자로부터 수성(守城)하기도 비교적 용이하다. 사실 에어비앤비나 우버 등을 공유경제라고도 하지만 이는 사업적 체감이 낮은 뉘앙스다. 따져보면 오프라인 자원 중 아직 온라인화되지 않은 아이템들을 오픈마켓 비즈니스화하는 것이 이들의 본질이다. 기존 오픈마켓 사업과의 차이는 접점이 오프라인까지 확장됐다는 것과 그 중심에 모바일이 있다는 점이다.


핵심역량도 오픈마켓 사업과 유사하다. 구매자와 일정 기준을 통과한 판매자들 사이의 거래를 대행하는 플랫폼 역량이 그것이다. 안전한 금융 거래 보장, 거래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정보와 신뢰 제공, IT산업이지만 점주(판매자)를 모으고 관리하는 강력한 영업력 등이 필요하다.


이런 사업은 소비자 입장에서 해결할 문제의 난이도가 높은데 반해 이를 위한 공급자망을 형성하고 관리하기가 어렵고 복잡할수록 가치가 높다. 그만큼 구매전환의 동기가 크고 진입장벽도 높기 때문이다.

(배달앱 시장은 B2B 영업력이 핵심이지만, 셀러를 모집하고 관리하는 난이도가 우버나 에어비앤비에 비해 비교적 단순하다. 그래서 기존 온라인 쇼핑몰 시장의 오픈마켓과 유사하게 레드오션화하고 있다. 조만간 수수료 경쟁이 격화되며 이베이와 경쟁하던 타오바오처럼 수수료 무료가 나올지 모를 일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에버비앤비의 호스트 초청 행사)


이처럼 O2O에서 압도적 플랫폼이 되려면 단순히 ‘정보의 연결’을 넘어 ‘솔루션의 연결’이어야 한다. O2O 시장이 성숙하고 IT기술이 발전할수록 단순한 ‘정보의 연결’로는 사업적 한계가 예상된다. 맛집 정보 제공하는 서비스는 많지만 아무리 알고리즘이 뛰어나도 검색에서 느끼는 구글의 기술처럼 독보적이지 않다면 차별화도 어렵고 소비자 입장에서 압도적인 가치를 느끼기도 어렵다.


‘솔루션의 연결’인 O2O 커머스, IT 이외의 역량으로 판가름 날 수도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Downtown'(Goodtime Labs, Inc)이라는 모바일 앱이 있다.


이들은 ‘Amazon for local business’라는 가치를 내걸었다. 지역기반의 소매상과 영업 네트워크를 맺고, 모바일 앱에서 제휴한 상점들의 상품을 보여준다. 특히 당일 무료배송이 가능한 상품과 상점을 기준으로 소비자의 지역 정보를 활용한다. 소매상이라고는 하지만 현재 팔로알토를 시작으로 출발한 그들의 제휴 대상에 동네의 작은 초콜릿 가게부터 그 지역 애플스토어까지 있어 사실 상점 규모의 제한은 없다.


그런데 현재 가장 활발한 기능은 그 지역의 카페나 레스토랑의 ‘식사 유통’이다(음식 배달이 아니라). 스타벅스나 페이팔 등 일부 서비스가 선보인 선결제 서비스와는 좀 다르다. 스타벅스 앱으로 에스프레소를 결제하고 오프라인 매장에 들어가면 줄서서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가져온다의 컨셉이 아니다. Downtown은 비콘 기술(iBeacon)을 활용해 카페 및 레스토랑의 O2O 그림을 완성한다.


우선 Downtown 앱을 켜면 내 위치를 인식해 지역 기반의 제휴된 레스토랑은 물론 메뉴까지 보여준다. 그런데 그들 ‘모두’를 보여주는게 아니라 적절한 개인화와 인기 지수를 반영해 10개 내외로 일단 ‘큐레이션’부터 해준다. 소비자는 사무실을 나서며 그중 한 식당을 선택하고 특정 메뉴를 선택해 결제한다. 그리고 그 식당에 도착해 빈 자리에 앉아있으면, 굳이 종업원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좀전에 걸어오면서 주문한 음식이 내 자리로 온다.


즉, ‘오늘 뭐 먹지?’라는 매일매일의 의사결정 난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물론 주문과 결제까지 대행하고, 심지어 시간과 장소 예약까지 해결해주며, 내가 앉은 테이블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서빙해 오는 것은 덤이다. 그리고 결제를 포함한 이 모든 과정은 소비자가 단 두 번의 탭으로 끝낸다. 이들은 실리콘밸리에서 펀딩에 성공했고 제휴 영업을 통해 빠른 속도로 지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

(Downtown App 소개 이미지)


만약 Downtown 이 전국으로 확장하면, 후발 주자는 어떤 노력을 해야하며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아무리 iBeacon의 크기가 작아도 점주 입장에서 각 테이블마다 여러 개의 비콘을 놓고 싶지는 않을게다. 그리고 그렇게 사세를 확장하는 동안 소비자는 이 서비스에 익숙해지고, 그래서 이용빈도가 높을수록 신용카드 계정과 결제 이력이 쌓여갈 것이며, 그에 따라 큐레이션의 신뢰도와 알고리즘은 단순 정보의 나열보다 실제 구매경험 누적과 맞물려 세분화, 고도화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후발 주자 입장에서 허들로 작용해 천재 개발자 서너명이 모여 고도화된 기술을 구현한다 해도 책상에서 만들어진 알고리즘만으로는 판세를 뒤집기 어렵다.


이러한 특정 앱을 소개한 이유는 이 앱 자체의 성공 여부를 점치기 위함이 아니다. O2O 시장에서 사업적 가치가 높고 경쟁력이 탄탄한 방향을 찾고자 함이다. 이런 형태는 우수한 셀러를 얼마나 많이 모으고 얼마나 강력하게 관리해주느냐가 관건이다. 단순히 크롤러나 소셜로 모은 정보를 잘 재단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는 초기 셋업시 노동집약적인 영업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이며, 운영 공수가 IT시스템뿐만이 아닌 B2B 영업망에도 달려있다는 의미고, 이는 달리 말하면 진입장벽이 높다는 의미다.

(필자 주 : 2017년 7월 현재, 위에 적어넣은 Downtown의 테크크런치의 크런치 베이스 링크를 따라가보니 서비스를 종료한 듯 보인다. 이 역시 몇년 지나지 않아도 격세지감을 느끼는 이 바닥의 현실 체감의 의미로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


다시 서두의 300조원으로 가보자.


국내 소매유통 시장의 300조원을 두고 O2O 시장이라 말하는 건 이상한 시각일 뿐더러 새로운 가치 창출이나 시장 개척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도 발전적이지 않다. 모바일 커머스의 등장이 커머스 시장에서 의미있는 이유는, 정체기에 들어설 즈음의 기존 온라인 쇼핑몰 시장을 더욱 거세게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구매 수단의 대체나 단순한 마케팅 채널로만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마찬가지로 O2O 역시 소비자의 난제를 해결해주는 ‘솔루션의 연결’ 형태처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각이 바람직하다. O2O의 사업적 기회도 이런 시각으로 접근할 때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그동안 [이커머스 제(멋)대로 헤집어 보기] 칼럼 연재에 주신 관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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