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영화감상 후

by 조은결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 이따금 말에서 내려 자신이 달려온 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한다. 말을 쉬게 하려는 것도, 자신이 쉬려는 것도 아니었다. 행여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 봐 걸음이 느린 영혼을 기다려 주는 배려였다. 그리고 영혼이 곁에 왔다 싶으면 그제서야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中>


<파반느 영화 감상 후>


손을 흔들면 센서가 반응합니다.
빛 하나 없는 지하에서
곧 꺼져 버릴 빛일지라도
흔들면
다시 살아납니다.


젊은 날의 초상들입니다.


지나간 것들이지만
가만히 멈추어 서 있으면
애틋함으로 다가옵니다.


아무런 표정도 짓고 싶지 않은 현실에서도
깜박이는 불빛처럼
잠시
웃음을 짓게 합니다.


웃음은
잘못된 생각들을 지우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뛰게도 만듭니다.


걸어가도
누가 뭐라 하지는 않지만
뛰어서
도달하고 싶게 만드는
재주가 있습니다.


손을 흔듭니다.
흔들어야
누군가가 나를 발견해 준다 하더라도
지치지 않습니다.


어두운 마음을 향해서도
그렇습니다.


흔들면 켜지고
켜지면 웃고
웃으면
달리고 싶어 지겠지요.


달리다가
잠시 멈추어
뒤를 돌아볼 생각입니다.


나는
그날의 나를 태우고
다시
달리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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